봉준호, 최동훈, 허정, 임상수 등 한국 영화의 명품 감독을 배출한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카파)가 신예 감독의 출발선에 함께 섰다.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CGV에서 <카파 필름즈 2014(KAFA Films 2014)>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카파의 장편 제작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영화 <들개> <보호자> <이쁜 것들이 되어라>의 예고편과 하이라이트 영상 등을 만날 수 있었다.

'들개' 20대 청춘이 움크리고 있는 본성표출

 12일 오전에 열린 <카파 필름즈 2014>에 참석한 김정훈 감독, 변요한, 박정민

12일 오전에 열린 <카파 필름즈 2014>에 참석한 김정훈 감독, 변요한, 박정민 ⓒ 한국영화아카데미


김정훈 감독의 <들개>는 20대 취업준비생 정구(변요한 분)와 세상에 불만이 많은 효민(박정민 분)이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정구는 사제폭탄 제조자, 효민은 폭발 집행자로 사회에 분노를 표출한다.

연출을 맡은 김정훈 감독은 "요즘 젊은 세대를 보면 불만과 분노에 가득 차있지만 표출할 곳이 없다는 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젊은 세대의 스트레스를 '폭탄'에 비유하며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현실을 표현했다. 30대 초반인 김정훈 감독은 자신의 경험과 함께 젊은 세대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지금 생각하면 유치하지만 중3 때는 '나중에 크면 돈을 많이 벌어서 핵폭탄을 만들어 한국을 지도상에서 없애버리겠다'는 생각도 한 적이 있어요. 그런 충동 때문에 작품을 만든 게 아니라, 만들어 놓고 터뜨리지 못하고 남에게 (폭탄을) 넘겨버린다는 게 나 같기도 하고 요즘 젊은이들인 것 같아요."

 영화 <들개>의 정구(변요한 분)와 효민(박정민 분)

영화 <들개>의 정구(변요한 분)와 효민(박정민 분) ⓒ 한국영화아카데미


<들개>의 두 배우는 실제 성격과 상반되는 캐릭터를 맡았다. 변요한은 극 중 효민과 비슷하고 박정민은 극 중 정구와 비슷하다고 했다. 김정훈 감독은 배우에 대한 믿음으로 과감하게 캐스팅을 결정했고, 변요한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박정민은 관찰하며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학교 동기이기도 한 두 배우는 "친해지는 과정이 생략되어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어려운 점은 있었다. 변요한은 "서로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갑자기 연기하다 배우로 안 보이고 동기로 보였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런 부분 빼고는 호흡이 잘 맞았다고. 박정민은 "앙상블이 좋아야 영화가 잘 나오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보호자' 피해자면서 동시에 가해자가 된 우리들

 12일 오전 <카파 필름즈 2014>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영화 <보호자>의 배우 고서희와 이준혁

12일 오전 <카파 필름즈 2014>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영화 <보호자>의 배우 고서희와 이준혁 ⓒ 한국영화아카데미


유원상 감독의 <보호자>는 아버지가 유괴된 딸을 구하기 위해 '다른 아이를 유괴하라'는 지시를 받으면서 연쇄적으로 유괴가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다. <보호자>는 한 사람이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되는 상황을 역설적으로 그린다. <카파 필름즈 2014>

유원상 감독은 "기존 장르의 유괴극을 넘어서 인간의 심리와 딜레마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그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어떻게 말이 되게 만드느냐에 포인트가 있다"면서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어떻게 관객의 감정적 동의를 얻어가면서 엔딩까지 가느냐에 방점을 찍었다"고 전했다.

<보호자>에서 주목할 만한 소품은 바로 '가면'이다. 극 중 아버지 전모(김수현 분)가 딸을 구하기 위해 유괴해야 할 아이는 우스꽝스러운 가면을 착용하고 있다. 그리고 전모가 그 아이를 유괴하러 가는 순간 또 다른 가면을 쓰고 행동한다.

 영화 <보호자>에서 가면을 쓴 유괴범이 아이를 유괴하려 한다.

영화 <보호자>에서 가면을 쓴 유괴범이 아이를 유괴하려 한다. ⓒ 한국영화아카데미


"우리가 살면서 가면을 쓰잖아요. 그걸 역으로 돌리고 싶었어요. 진짜 모습이 나올 때 가면을 쓰면 어떨까 하고요. 그래서 어떤 일을 행할 때, 가면을 쓴다면 어떤 메타포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가면을 쓴 아이를 사람이라기보다 '물건'쯤으로 보기 위해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스토리에서 가면이 기여하는 바가 커요. 그것에 빠지면 논리가 무서워지는 부분도 있어요"(유원상 감독)

<보호자>라는 제목이 탄생하기까지 '유괴' '유괴자' '창백한 피' 등 다양한 제목이 거론됐다. "무뚝뚝한 제목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자'자가 안 들어간 제목을 쓰고 싶었다"고 고백한 유원상 감독은 "머릿속에 <보호자>가 계속 있었는데, '자'자가 빠진 걸 찾다가 결국 못 찾고 가장 어울리는 <보호자>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유원상 감독은 "유괴라는 말이 다가와서 무겁게 여길지도 모르지만 재밌는 요소도 많고 코믹 요소도 있으니까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다 볼 수 있는 영화다. 창피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이쁜 것들이 되어라' 타인의 기준에 맞춰진 청춘에게 전한다

 12일 오전 <카파 필름즈 2014>의 미디어 데이에 참가한 영화 <이쁜 것들이 되어라>의 정겨운, 한승훈 감독, 윤승아

12일 오전 <카파 필름즈 2014>의 미디어 데이에 참가한 영화 <이쁜 것들이 되어라>의 정겨운, 한승훈 감독, 윤승아 ⓒ 한국영화아카데미


한승훈 감독이 연출한 <이쁜 것들이 되어라>는 억척 엄마에게 반강제적인 교육을 받고 서울대에 진학한 철없는 어른 한정도(정겨운 분)의 성장기를 그린다. 정도는 어릴 적 친구 채경희(윤승아 분)를 만나면서 성장하게 된다. 

"이전에도 위트를 가진 작품을 주로 해왔다는 한승훈 감독은 "<이쁜 것들이 되어라>는 가족과 어우러지는 정도의 성장을 과장되게 그렸다"면서 "제목은 찌질한 정도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지었다.  '정도가 너무 답답하네. 잘 커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극 중에서 정도가 서울대에 진학하던 해,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게 된다. 어머니는 김치찌개 10년 치를 끓여 냉동실에 얼려두고 정도의 곁을 떠났다. 훗날 정도와 경희가 마음이 통하게 되는 계기도 김치찌개다. 영화에서 김치찌개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한다.

"김치찌개는 한국의 대표 음식이기도 하고, 어머니가 만들 음식이 없을 때 해주는 음식이기도 해요. 저희 어머니도 자주 해주셔서 3탕 4탕까지 해먹는데, 아버지가 지겨워하세요. 생각해보니 '저걸 못 먹는 날이 내가 가장이 되는 날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찌개가 사라지는 순간이 정도가 성장하고 가장이 되는 순간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했습니다."(한승훈 감독)

 영화 <이쁜 것들이 되어라>의 정도(정겨운 분)과 경희(윤승아 분)

영화 <이쁜 것들이 되어라>의 정도(정겨운 분)과 경희(윤승아 분) ⓒ 한국영화아카데미


<이쁜 것들이 되어라>에서 정겨운은 기존의 진지한 이미지를 뒤엎고 찌질하고 거친 캐릭터 맡았다. 윤승아 역시 최근 종영한 tvN <로맨스가 필요해> 속 귀여운 정희재와는 전혀 다른 거칠고 억척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했다.

정겨운은 극 중 캐릭터에 대해 "실제 성격과 비슷한 캐릭터를 만나서 굉장히 좋았다"면서 "이해가 안 되는 연기는 감독님의 연기를 그대로 따라 했다"고 설명했다. <이쁜 것들이 되어라>는 정겨운이 주연을 맡은 첫 극장 개봉작이다. "개봉은 생각도 못 했는데 감격스럽다"고 밝힌 그는 "내가 다 까발려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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