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를 선언한 tvN < SNL 코리아 >가 지난 1일 새로운 시즌을 시작했다.

'진화'를 선언한 tvN < SNL 코리아 >가 지난 1일 새로운 시즌을 시작했다. ⓒ CJ E&M


오랜만이다. 항상 그랬지만 이번에는 더 길었던 것 같다. 토요일 밤의 외로움을 달래줄 < SNL 코리아 >가 지난 1일 돌아왔다.

벌써 5번째 시즌인데 시즌이 거듭될 수록 시청률이 더욱 더 상승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이미 케이블 TV계에서는 하나의 확실한 킬러 콘텐츠가 되어 버린지 오래다. 게다가 이번에는 '진화'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홍보 문구에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SNL 코리아>는 진화를 한 것이 맞을까?

19금 코드의 웃음은 분명 '진화'했을 지도 모르지만

시즌1부터 < SNL 코리아 >(이하 < SNL >)가 지향한 지점은 명확했다. 본격적으로 성인들을 위한 쇼를 표방하는 것이었다. 초반에는 시행착오도 있었으나 시즌이 거듭되면서 < SNL >은 그들만의 트랜드를 만들어갔다. < SNL >에서 기본적으로 웃음을 이끌어가는 방식은 '19금'성인 코드다. 섹시한 소재를 다루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 분명 이 요소가 < SNL >에게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하나의 지점이기는 하다.

이번 시즌5에서도 < SNL >은 섹시코드를 대놓고 드러내며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명장면을 그들만의 색깔인 19금으로 물들이며 웃음을 이끌어냈고 새롭게 크루에 합류한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나르샤도 여러 코너에서 자신만의 섹시미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 SNL >의 시작을 알렸다. 무엇보다도 신동엽과 유희열이 꽤 긴 시간동안 'People Update(피플 업데이트)'라는 코너에서 벌인 대담은 성적코드가 가득한 토크쇼였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 SNL >이 가장 화제가 되었고 독창적이라고 인정받았던 부분은 '동엽신' 신동엽이 스티브 잡스 페러디를 하며 등장했을 때도, 그리고 걸그룹 포미닛의 현아가 '패왕색'으로서 수 많은 남성들의 심장을 공격했을 때도 아니다. 가장 빛났을 때는 바로 '여의도 텔레토비'에서 배우 김슬기가 육두문자를 날리던 그 순간이 아니었을까?

한국 예능의 '진화'를 보여주었던 '여의도 텔레토비'가 아쉽다

 이제는 <SNL코리아>에서 볼 수 없는 코너 '여의도 텔레토비'

이제는 에서 볼 수 없는 코너 '여의도 텔레토비' ⓒ TVN SNL 코리아


처음에는 그저 단발성으로 끝날 줄 알았다. 왜냐하면 너무나 그 웃음포인트가 명확하면서도 아프게 한국 정치상황을 찌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의도 텔레토비'는 멈추지 않고 매주 토요일 밤마다 TV 속에서 답답한 마음을 일시적으로나마 뻥 뚫리게 해주는 것은 물론 한 주간 정치상황을 요약해주는 역할도 충실하게 해주었다.

그동안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서 정치풍자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였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여의도 텔레토비'만큼의 후폭풍을 일으키지는 못하였다. 한국 정치상황을 정확히 파악한 플롯과 케릭터 설정, 그리고 배우들의 명연기가 잘 어우러진 최고의 코너였던 것이다.

그러나 대선이 끝난 후, 더이상 대결구도로 코너를 짜기 힘들었기 때문이였을까? 정확한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되지만 더이상 < SNL >에서 '여의도 텔레토비'와 견줄 수 있을만한 정치풍자는 볼 수 없었다. 아니, 꼭 정치가 아니더라도 '풍자'라고 할 만한 요소가 현저히 줄어들고 말았다. 오로지 19금 성인 섹시코드만 남아버린 것이다.

'19금 섹시 코드의 진화'만 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소치올림픽에서 논란이 되었던 피겨스케이팅 금메달 판정을 풍자한 <SNL 코리아>

소치올림픽에서 논란이 되었던 피겨스케이팅 금메달 판정을 풍자한 ⓒ TVN SNL 코리아


물론 < SNL >에서 풍자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논란이 되었던 피겨스케이팅 판정과 아기를 여자 혼자서 키우기 어려운 현실을 풍자한 코너를 이번 시즌5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코너들 역시 풍자 특유의 날카로움보다는 그저 씁쓸한 웃음만이 주된 양념이였던 것 처럼 보였다면 너무 박한 점수일까?

< SNL >이 지향하는 지점은 분명 많이 바뀌었다. 이 것은 지난해 이후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되었고 어쩌면 더이상 과거의 모습을 바라는 것은 지나친 간섭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족스럽게 맛보기 시작한 단골가게의 독창적인 인기메뉴를 요리사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맛보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도 아쉬운 일이다. 요리사를 찾아 단골가게를 옮기면 그만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요리사는 이제 더이상 그 어떤 가게에서도 만날 수 없다.

SNL 신동엽 여의도 텔레토비 19금 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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