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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원숭이 그림자>가 연재되고 있습니다. 작품 무대는 '피스'라고 하는 숲이며, 부정선거로 당선된 숲통령 먹바위 딸과 평화를 염원하는 숲민들의 한 판 대결이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숲을 무대로 한 우화소설이지만, 지금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이자 저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연재를 무사히 끝낼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의 아낌없는 격려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 필자말

마녀 사냥을 멈추어라
▲ 마녀 사냥을 멈추어라
ⓒ 이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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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을 강도라 모독하지 마시오

직업이 피스 평화운동가이자 지난 숲통령 후보라는 느릅나무 후손의 답에 반달곰이 "허허, 이런. 우리가 숲통령이 될 뻔한 자를 죽도록 팼구먼" 하며 말을 이었다.

"어때, 우리 같은 놈한테 욕먹고 두들겨 맞으니 기분 드럽지? 억울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숲통령이 되지 그랬어. 그랬다면 우리가 발등이라도 핥으며 왕처럼 모셨을 텐데, 아쉽구먼."

반달곰이 빈정거리며 느릅나무 후손의 표정을 살폈다. 느릅나무 후손이 벌레 씹은 표정을 짓자 반달곰의 질문이 이어졌다.

"애비는?"

아버지를 묻는 질문에 느릅나무 후손이 깔았던 눈을 치켜떴다. 먹바위 딸의 개로 살아가는 자들이 함부로 올릴 이름이 아니라는 뜻이 담겨있었다.

"느릅나무……."
"애비는 뭐했어?"

반달곰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느릅나무 후손은 벽을 타고 들려오는 거친 숨소리와 비명에 가까운 신음소리를 들으며 답했다.

"피스 독립운동."
"이 새캬, 간첩질한 빨갱이지 무슨 독립운동이야!"

옆에 있던 숲경찰이 느릅나무 후손을 걷어차며 소리쳤다. 느릅나무 후손이 자신을 때린 숲경찰을 바라보며 이를 으드득 갈았다. 그러나 아무리 이를 갈아도 숲경찰에게 복수할 기회는 없을 것이었다. 반달곰이 다시 물었다.

"애비는 뭐했어?"
"……원숭이 놈들에게 빼앗긴 피스를 되찾는 독립운동을 했소!"

느릅나무 후손이 힘을 내어 말했다. 그 사이에 좋아진 걸까. 암컷과 수컷의 숨소리가 음악처럼 벽을 타고 들려왔다. 얼굴에 흉터가 있는 멧돼지는 그 소리가 신경 쓰였던지 조용히 하라는 듯 벽을 쿵쿵 쳤다.     

"이 새끼 봐라! 그게 어떻게 독립운동이야. 테러에다 강도짓이지."

반달곰이 서류를 접으며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독립운동을 테러라 강도라 모독하지 마시오. 그런 말은 원숭이 놈들이나 하는 말이오."

느릅나무 후손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흔들리는 몸을 지탱하기 위해 다리엔 힘도 가득 실었다.

"이 빨갱이 새끼가!"

반달곰이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옆에 있던 숲경찰이 동시에 달려들며 느릅나무 후손의 얼굴과 몸을 닥치는 대로 후려쳤다. 이어 숲경찰의 입에 거품이 물리기 시작하더니 흰자위까지 활짝 열렸다. 숲경찰의 행동은 마치 미친개에 물려 함께 미쳐버린 동물이 상대를 향해 돌진하는 것과 같았다.

그들은 느릅나무 후손에게 욕설을 퍼붓고 때리고 물어뜯고 후려치고 짓밟더니 결국은 저 스스로 지쳐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좁은 감옥이 땀과 피로 후끈 달아오르자 숲경찰은 땀을 식히기 위해 제 몸에다 물을 뿌려댔다.

미친개와 다를 바 없는 행동을 보며 느릅나무 후손은 자신의 어떤 말이 숲경찰을 광분하게 만들었는지 의식을 잃어 가면서도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신을 때려눕힌 큰 이빨을 드러낸 멧돼지가 그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 자가 있었다면 큰 내상을 입었을 것이 분명했다.
       
느릅나무 후손은 강력한 태풍이라도 만난 듯 온몸이 찢겨지고 흩어진 채 누워 있었다. 감옥은 고요했다. 덩치 큰 숲경찰들의 거친 숨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미쳐 날뛰던 숲경찰은 광분의 흔적을 곳곳에다 남겨 놓았다. 수북하게 떨어진 멧돼지 털과 반달곰의 털은 느릅나무 후손을 때리는 도중에 혹은 저들 스스로 치밀어 오르는 분을 참지 못해 뜯어놓은 것들이었다.

밖엔 비가 오는지 해가 떴는지 알 수 없었다. 그윽하게 스며들던 비 냄새도 감옥 벽에서 나던 흙냄새도 나지 않았다. 느릅나무 후손의 후각은 마비되었고 팔 다리를 움직이는 것도 마음뿐이었다.

눈을 감으면 꿈결인 듯 했고 눈을 뜨면 생시처럼 느껴지는 시간, 꿈결인지 생시인지 멀리서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흙벽을 타고 들려오는 소리는 속삭이듯 가늘게 들려왔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소리였다.

잠시 후엔 비명소리와 고함치는 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소리는 여러 곳에서 한꺼번에 들려왔다. 먼저 들려온 말과 비명이 섞이고 나중 들려온 비명과 말이 섞이고 말과 말이 섞이고 비명과 비명이 섞여 어디가 첫말이고 어디가 끝말인지 또 어떤 말이 비명이었는지 어떤 비명이 말이었는지 느릅나무 후손으로선 알 수가 없었다.

환청 같은 소리가 멈추자 감옥은 다시 침묵했다. 흙벽을 타고 오던 미세한 떨림도 감지되지 않았다. 숱한 사연을 간직하고 있을 법한 흙벽도 제 속을 내보이진 않았다. 통증이 지나가는가 싶더니 잠이 몰려왔다. 신음을 흘리던 느릅나무 후손이 다시금 혼절 상태로 돌아갔다.

빨갱이였던 저 놈 애비도 여기서 죽어 나갔지

다음 날 반달곰이 비서실장과 숲경찰청장을 모시고 느릅나무 후손이 있는 감옥을 열고 들어왔다. 비서실장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휴, 냄새야. 환기 좀 시켜야겠어."
"애들이 좀 심하게 다루었는지 꼼짝을 못합니다."

반달곰이 느릅나무 후손을 발로 툭툭 차며 말했다.

"써먹을 데가 많은 놈이니 죽이진 말고. 알았지?"

비서실장이 턱짓을 하며 말했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반달곰이 두툼한 허리를 접으며 말했다.

"실장님, 빨갱이였던 저 새끼 애비도 여기서 죽어 나갔습니다."

숲경찰청장이 말했다.

"그래요? 허허. 저놈의 집안이 우리와 인연이 깊구먼."
"참, 열사들의 무덤은 정리가 잘되고 있습니까?"

숲경찰청장이 물었다.

"느릅나무 숲이야 우리 농장으로 쓰기로 했는데, 열사들의 무덤이 골치예요. 그걸 싹 밀어버리고 거기다가 야자나무를 심을까 하는데 일손이 없어요."

비서실장이 골치가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거라면 제게 맡겨 주시지요. 불량한 놈들을 잔뜩 잡아 드릴 테니 그놈들을 작업 노예로 쓰시지요. 쓰다 빌빌거리면 물고기 밥으로 던져도 될 놈들이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겁니다."  

숲경찰청장이 말했다.

"허허, 고맙소. 내 이래서 청장을 좋아 한다니까."

실장이 숲경찰청장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필요하신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하시면 힘껏 도와 드리겠습니다."

숲경찰청장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옆에 있던 반달곰이 헛기침을 하며 물었다.

"청장님, 저놈 자술서는 언제까지 받아야 하는지요?"
"시간은 충분해. 그러니 서둘지 말고 다 털어 봐. 이번 참에 빨갱이 새끼들을 다 소탕해야 하니 시간도 좀 끌고 말야."

숲경찰청장의 지시에 반달곰이 알았다며 밖에 대기하고 있던 숲경찰을 불렀다. 덩치 큰 숲경찰이 나타나자 비서실장과 숲경찰청장이 감옥을 나섰다.

"각하께 척살단을 책임지고 잡아들이겠다고 했는데, 이놈들이 워낙 은밀하게 움직이는 터라 걱정이 큽니다."

숲경찰청장이 비서실장에게 말했다.

"그런 건 내가 알아서 잘 말씀드릴 테니 걱정 말아요. 청장께서 정히 걱정이 된다면 아무 놈이나 몇 붙잡아 광장에다 척살단이라며 목을 걸으세요. 그럼 각하께서도 흡족해 하실 겁니다."

비서실장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곧 그리하겠습니다."

숲경찰청장이 비서실장을 향해 넙죽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느릅나무 후손이 정신을 차렸을 때 감옥엔 산비둘기가 잡혀와 있었다. 날개와 발이 묶인 산비둘기는 여기저기에 상처가 나있었다. 느릅나무 후손은 산비둘기의 표정만으로도 그간의 고초를 짐작할 수 있었다.

"비둘기야. 네가 어떻게……."
"선생님!……."

느릅나무 후손과 산비둘기가 서로를 부르며 눈시울을 붉혔다.

"나 때문에 이렇게 되었구나. 내 죄가 너무도 크다……."

느릅나무 후손이 산비둘기를 살피며 말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산비둘기가 눈물을 떨구며 서럽게 울었다.

"지금 여기 잡혀 온 놈들이 수백은 되니 그렇게 서러울 것도 없어. 반가운 사이들일 텐데 왜들 울고 그래. 자, 그럼 시작해볼까."

반달곰이 둘 사이에 앉으며 서류를 펼쳐 들었다. 반달곰이 산비둘기를 향해 물었다.

"지난 안개폭동을 지시한 게 느릅나무 후손이 맞지?"
"……."
"허, 이 새끼가. 다 불어 놓고 이제 와서 시침을 떼?"

반달곰이 서류로 산비둘기의 머리를 퍽 소리가 나게 내리쳤다. 산비둘기의 몸이 흙벽까지 날아갔다가 힘없이 떨어졌다. 산비둘기가 신음을 흘리며 고통을 호소하자 느릅나무 후손이 산비둘기에게로 갔다.

"넌 가만히 있어 새캬!"

숲경찰이 나서며 느릅나무 후손을 발로 걷어찼다. 느릅나무 후손이 비명을 지르며 뒹굴자 숲경찰이 산비둘기를 반달곰 앞으로 옮겨왔다. 반달곰이 다시 물었다.

"숲통령 선거에서 떨어진 데 대한 앙심을 품은 느릅나무 후손이 안개폭동을 일으키라고 지시했고, 먹바위 궁으로 몰려가 먹바위 딸 정부를 전복하라는 지시를 내렸잖아. 그렇지?"

<다음 회에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강기희 기자는 소설가로 활동중이며 저서로는 장편소설 <은옥이 1.2>, <개 같은 인생들>, <도둑고양이>, <동강에는 쉬리가 있다>, <연산> 등이 있으며, 최근 청소년 역사테마소설 <벌레들> 공저로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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