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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원숭이 그림자>는 이번 회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살아있는 권력이 무섭긴 한가 봅니다. 후반부 작업만 남은 지금, 부정선거로 숲통령이 된 먹바위 딸 만큼은 반드시 끌어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원숭이 그림자>를 성원해주신 독자 여러분의 아낌없는 격려와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책으로 만나겠습니다. - 필자말

평화의 노래가 듣고 싶다
▲ 평화의 노래가 듣고 싶다
ⓒ 이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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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릅나무 후손이 안개폭동을 지시했다는 것을 시인하라는 반달곰의 말에 산비둘기가 도리질을 치며 흐느꼈다. 옆에 있던 숲경찰이 나섰다.

"이 새끼가 죽고 싶어 환장을 했나. 여긴 너 같은 놈 하나 비틀어 죽이는 건 일도 아녀. 반장님, 이 새끼 이거 한 입 꺼리도 안 되는데 요절을 낼까요?"

"아니오. 그래서는 안 되오. 그 아이는 죄가 없소. 내가 다 시킨 일이오. 내가 반란을 일으켰으니 모든 죄는 내게 물으시오."

느릅나무 후손이 나서며 말했다.

"좋아요. 좋아. 이제야 이야기가 되는구먼."

반달곰이 어깨를 흔들며 큰 소리로 웃었다. 느릅나무 후손은 반달곰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

"좋아. 반란은 느릅나무 후손이 벌였다고 자백을 했으니 그렇게 넘어가고… N·피스는 언제 다녀왔어?"

반달곰이 느릅나무 후손에게 물었다. 느릅나무 후손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N·피스라니오?"

"빨갱이 새끼들이 사는 N·피스 말야. 거긴 언제 다녀왔냐고!"

반달곰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물었다. 느릅나무 후손은 순간 이 자들이 날 간첩으로 몰려고 하는 구나 라고 생각했다. 

"N·피스엔 간적 없소."

느릅나무 후손이 고개를 흔들었다.

"허허, 이 새끼가 며칠 곱게 재워줬더니 기가 살았나. 또 xx이네. 이봐, 이거 우리가 저쪽에다 확인하고 물어보는 거야. 그러니 N·피스엔 언제 갔으며 누굴 만나 무슨 이야기를 했고 그들로부터 어떤 지령을 받고 내려왔는지 자세하게 말해봐."

반달곰이 시간은 충분하니 천천히 생각해서 말하라는 투로 말했다.

"난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E·피스의 건강한 숲민이오. 더구나 피스 숲통령 후보까지 지낸 내가 북쪽을 다녀온다는 것이 말이나 되오?"

느릅나무 후손이 답답하다는 듯 물었다.

"그래? 지난 번 숲통령 선거 때 피스 통일을 주장하던 자가 갑자기 왜 이러시나. 체제와 이념이 다른 두 숲이 통일을 하려면 적어도 N·피스 놈들하고 교미는 못 붙어도 만나서 입이나 손발 정도는 맞춰야지 그런 공약을 내놓는 거 아닌가?"

반달곰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피스 통일은 남과 북에 살고 있는 모든 숲민들의 염원이오. 우리가 백 년 전 원숭이 놈들에게 숲을 빼앗기지만 않았어도 우린 숲을 자유롭게 오가며 평화로운 삶을 살았을 것이오. 원숭이 놈들로 인해 둘로 쪼개져 서로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이 숲을 통일 하고자 하는 열정은 굳이 내가 아니라도 피스를 사랑하는 숲민이라면 누구라도 품을 수 있는 것이오. 그런 것을 두고 간첩이니 빨갱이니 하는 것은 숲민들의 염원에 반하는 반통일적인 발상으로 밖에 볼 수 없소."

느릅나무 후손이 꼿꼿하게 선 채로 말을 했다. 덩치가 큰 숲경찰이 느릅나무 후손을 지켜보더니 "저 새끼가 돌았구먼" 하며 혀를 끌끌 찼다. 반달곰이 다시 물었다.

"놈들이 하는 주장과 똑같은 걸 보니 N·피스에 다녀 온 거 맞네. 그런데 미안하지만 우린 통일을 원하지 않아. 우리끼리 잘 살면 됐지 통일을 뭐 하러 해. 지금처럼 서로 으르렁거리면서 적당히 긴장도 하면서 그렇게 살면 되는 거야. 북이든 남이든 그렇게 사는 게 서로의 체제 유지에도 도움이 되고 좋아. 공연히 통일 한답시고 나섰다가 북쪽 놈들에게 덜컥 먹히기라도 하면 어떡해. 북쪽 놈들이 그런덴 선수거든."

"다시 말하지만 난 N·피스에 간 적이 없소. 그런데 당신들은 통일 이야기만 나오면 움츠려드는데 대체 뭐가 그리 두려운지 묻고 싶소. 통일이 당신들을 잡아먹는 괴물이라도 되오?" 

느릅나무 후손의 말에 반달곰이 발끈했다.

"이 새끼가! 두렵긴 뭐가 두려워!"

"두렵지 않으면 왜 통일을 염원하는 숲민들을 간첩이다 빨갱이다 몰아가는 거요. 그게 두려움의 증거이지 않고 뭐겠소."

느릅나무 후손도 지지 않고 말을 쏟아냈다.

"이런 빨갱이 새끼가! 느이 같은 새끼들이 애국이 뭔지나 알아? 애국이라는 건 지금 이 숲의 숲통령인 먹바위 딸 각하를 잘 모시는 일, 그게 애국이야. 느이 같이 부정선거다 뭐다 하면서 각하를 부정하고 북쪽이나 추종하는 새끼들을 없애는 것 또한 애국인 것이야.

느이가 친원파 친원파 하는데, 이 숲을 지킨 게 친원파지 강도짓이나 한 독립운동가인가. 숲을 떠나 원숭이 군대와 총질이나 하며 사는 게 애국인가. 진정한 애국자는 숲을 지켜온 우리들이야. xxx야 알았어?" 

반달곰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몽둥이로 느릅나무 후손을 내리쳤다. 곁에 있던 숲경찰이 합세하자 반달곰이 "냅둬, 이런 악질 빨갱이 새낀 내 손으로 죽여 버릴 거야" 라며 식식거렸다.

반달곰이 미친 듯 몽둥이를 휘두르자 느릅나무 후손의 몸 또한 춤추듯 이리저리 흔들리고 넘어졌다. 그러는 사이 숲경찰은 넘어지고 쓰러지는 느릅나무 후손을 보며 낄낄거렸으며 겁먹은 산비둘기는 고개를 처박은 채 오들오들 떨었다.

반달곰의 아비는 하급 친원파 출신이었다. 원숭이 강점 시절 반달곰의 아비는 원숭이 경찰의 급사였다. 이후 원숭이 경찰의 심부름을 하거나 불령숲민들을 잡는데 길잡이 노릇을 하다가 원숭이 하급 경찰이 되었다.

원숭이가 떠난 후 반달곰의 아비는 N·피스 경찰 간부가 되었고, 그 아들인 반달곰도 아비의 후광을 입어 숲경찰이 되었다. 원숭이 떼의 침탈만 아니었다면 동네 건달쯤으로 살았을 반달곰 일가가 숲의 중간 권력자가 된 건 원숭이 덕분이었다.

숲의 반달곰이 큰 덩치를 앞세우며 감옥을 휘젓자 실내는 땀 냄새와 피 냄새로 가득했다. 냄새가 제법 고약했지만 숲경찰은 그런 냄새에 익숙한 듯 저들끼리 웃고 고함치고 낄낄거렸다. 반달곰은 땀을 흠뻑 쏟고서야 몽둥이질을 멈췄는데, 오랜만에 몸을 풀었다는 듯 기분 좋게 웃었다. 한숨을 돌린 반달곰이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더니 산비둘기에게 물었다.

"너 이 새끼, 이놈이랑 N·피스에 함께 다녀왔지?"

공포에 빠진 산비둘기가 엉엉 울며 고개를 끄덕였다.

"봐, 산비둘기가 다녀왔다고 하잖아."

"아니오. 우린 북에 다녀온 적이 없소. 저 아이는 폭력이 두려워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오."

느릅나무 후손이 흐르는 피를 훔치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 이 새끼 고집 정말 세네."

숲경찰이 몽둥이로 느릅나무 후손의 머리를 쿡쿡 찌르며 말했다. 반달곰이 "하는 수 없지" 하더니 숲경찰에게 지시했다.

"저 새끼 에미년 끌고 와."

느릅나무 후손이 무슨 말인가 싶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숲경찰이 나가고 잠시 후 느릅나무 후손의 어머니가 감옥으로 끌려 들어왔다. 놀란 느릅나무 후손이 눈물을 쏟으며 어머니를 외쳤다.

"어머니!"

"얘야, 이게 무슨 날벼락이더냐……."

느릅나무 후손의 어머니가 눈물을 훔치며 아들을 부둥켜안았다. 느릅나무 후손이 어머니 품에 안기며 흐느꼈다. 

"어머니……."

어머니도 숲경찰에게 당했던지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헝클어진 머리와 곳곳에 난 상처만으로도 어머니가 겪은 고초가 짐작되었다.

"허, 눈물바람은 그만 하고 하던 일부터 마무리 해야지."

반달곰이 두 모자를 떼어 놓으며 말했다. 반달곰이 느릅나무 후손의 어머니에게 물었다.

"지난 봄 아들이 N·피스에 몰래 다녀왔다고 진술했다던데, 사실인가?"

"어머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북에 언제?"

"이놈들이 그렇게 진술하면 널 풀어주겠다고 하기에 그랬단다."

느릅나무 후손의 어머니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아니에요. 이자들은 결코 절 풀어주지 않을 겁니다. 절 더 옭아 매기 위하여 어머니를 속인 겁니다. 아버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잘 아시잖아요."

느릅나무 후손이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이놈들아, 그렇담 아니다! 우리 아들은 북에 간 일이 절대로 없다!"

느릅나무 후손의 어머니가 숲경찰을 향해 소리쳤다.

"허, 진술을 번복 하시겠다? 그 댓가가 얼마나 참혹한지 아직 모르는구먼."

숲경찰이 어머니의 머리를 툭툭 치며 인상을 썼다.

"내 어머니에게 손대지 마라! 니놈들이 함부로 할 분이 아니시다."

"그래? 니 에미가 우리가 손도 대지 못할 정도로 그렇게 대단한 년인가? 그렇다면 우리 같은 잡놈들 맛이 어떤지 맛 좀 보여 줄까?"

반달곰이 능글거리며 아랫도리를 벗었다.

"이놈들아 그렇게 악독했던 원숭이 놈들도 이런 패악은 저지르지 않았다."

느릅나무 후손의 어머니가 악을 쓰며 소리쳤다.

"이런 빨갱이년 보게. 어디다 악을 써!"

반달곰이 느릅나무 후손 어미의 머리채를 휘감아 돌렸다. 그 힘에 어미의 몸이 흙바닥으로 쿵하고 떨어졌다. 그 모습을 본 느릅나무 후손이 벌떡 일어나 반달곰을 향해 돌진했다.

"네 이놈들!"

느릅나무 후손이 소리치며 반달곰을 향해 주먹을 날릴 때였다. 곁에 있던 숲경찰이 느릅나무 후손을 가로막으며 몽둥이를 휘둘렀다.

"이 빨갱이 새끼가 미쳤나!"

덧붙이는 글 | 강기희 기자는 소설가로 활동중이며 저서로는 장편소설 <은옥이 1.2>, <개 같은 인생들>, <도둑고양이>, <동강에는 쉬리가 있다>, <연산> 등이 있으며, 최근 청소년 역사테마소설 <벌레들> 공저로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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