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 산하 유스팀인 U-18 대건고등학교(이하 대건고) 선수단이 제 40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전국고교축구대회에서 우여곡절 끝에 24강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했다.

'대건, 보인, 포철' 죽음의 조 편성... 토너먼트 진출 가능성 '빨간불'

포철전에 나서는 대건고의 베스트 11 지난 19일. 경북 김천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 40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 고교 축구대회' 7조 조별 예선 최종전 인천 대건고와 경북 포철고의 경기에 앞서 대건고 선수단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포철전에 나서는 대건고의 베스트 11 지난 19일. 경북 김천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 40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 고교 축구대회' 7조 조별 예선 최종전 인천 대건고와 경북 포철고의 경기에 앞서 대건고 선수단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이상민


2014년 새 시즌 첫 대회인 이번 대회에서 대건고는 전통 강호인 서울 보인고등학교(이하 보인고), 경북 포철고등학교(이하 포철고)와 함께 일명 죽음의 조라 불리는 7조에 배정되어 본선 진출이 불투명해 보였다. 특히, 신성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대건고는 유독 보인고를 만날 때마다 약한 모습을 보여 왔기에 불안감은 더더욱 가중되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보인고에 약한 모습을 보였던 과거는 오히려 대건고 선수단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끔 하는 좋은 자극제가 되었다. 신성환 감독 역시 경기 전날(17일) 진행된 보인고와 포철고(0-0 무) 경기를 직접 관람하며 상대에 대한 맞춤 전술을 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다음날인 지난 18일 오전, 대건고는 보인고와의 조별 예선 첫 경기를 치렀다.

이 경기에서 대건고는 전반 37분 터진 김종학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지만 후반 13분 상대 좌측 공격수인 유정완에게 카운트 어택으로 동점골을 허용하면서 아쉬운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승리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무승부에 그쳐 다소 아쉬움은 느껴졌지만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기에 신성환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경기 전 악수를 주고받는 양 팀 선수단 지난 19일. 경북 김천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 40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 고교 축구대회' 7조 조별 예선 최종전 인천 대건고와 경북 포철고의 경기에 앞서 양 팀 선수단이 악수를 주고받고 있다.

▲ 경기 전 악수를 주고받는 양 팀 선수단 지난 19일. 경북 김천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 40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 고교 축구대회' 7조 조별 예선 최종전 인천 대건고와 경북 포철고의 경기에 앞서 양 팀 선수단이 악수를 주고받고 있다. ⓒ 이상민


최종전 대건과 포철의 맞대결... 모든 '경우의 수'를 지닌 경기

이제 모든 시선은 대건고와 포철고의 경기에 쏠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각 조별로 2팀만이 24강 토너먼트 진출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데, 7조에서 24강에 진출하는 팀은 조별예선 최종전인 대건고와 포철고의 맞대결이 끝나봐야 최종 결정이 나기 때문이었다.

대건고와 포철고 두 팀 중 아무나 승리를 거두어도 조 2위로 24강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는 보인고(2전 2무) 선수단도 긴장속에 경기장을 찾았다. 반면, 대건고나 포철고는 어느 팀이든 승리를 거둘 시 1승 1무로 24강에 진출하게 되지만, 패한다면 1무 1패로 조별 예선 탈락의 쓴맛을 맛봐야했기에 두팀 모두 무조건 승리가 필요했다.

만약에 이 경기가 무승부로 끝날 경우 골득실까지만 따지고, 다 득점을 따지지 않는 대회 규정상 대건고, 포철고, 보인고 3팀 모두가 2무로 동률을 이뤄 추첨으로 24강에 진출하는 2팀이 결정되는 초유의 상황이 펼쳐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먼발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김재형의 득점에 환호하는 포철고 선수들 지난 19일. 경북 김천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 40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 고교 축구대회' 7조 조별 예선 최종전 인천 대건고와 경북 포철고의 경기에서 전반 37분 김재형(포철고)의 선제골이 터지자 포철고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김재형의 득점에 환호하는 포철고 선수들 지난 19일. 경북 김천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 40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 고교 축구대회' 7조 조별 예선 최종전 인천 대건고와 경북 포철고의 경기에서 전반 37분 김재형(포철고)의 선제골이 터지자 포철고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이상민


토너먼트 진출을 위한 치열한 혈투... 어이없는 선제골 헌납

따라서 대건고로서는 포철고전에서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 했다. 경기 초반부터 승리를 위한 양 팀 선수들의 치열한 혈투가 펼쳐졌다. 대건고는 안정된 전력을 바탕으로 초반부터 '축구천재' 황희찬을 중심으로 한 포철고의 막강 화력을 잠재우며 정상적인 경기 운영을 이어갔다. 하지만 전반 37분 결정적인 실수 한 번으로 어이없는 실점을 허용하며 0-1로 끌려가게 되었다.

상호간의 불명확한 의사소통이 문제였다. 실점 상황은 이랬다. 중원에서 전방으로 연결된 상대의 스루패스가 수비수 정대영과 골키퍼 김동헌의 사이 공간으로 흘렀고, 여기서 콜 미스를 범하면서 서로 볼 처리를 미뤘다. 뒤늦게 골키퍼 김동헌이 골문을 비우고 나와서 걷어냈지만 공은 멀리가지 못했고, 결국 이를 가로챈 상대 미드필더 김재형에게 실점을 내줬다.

어이없는 실점을 헌납한 것에 대해 신성환 감독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선수들 역시도 풀이 죽어 자책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런 감정기복은 곧바로 경기력에서 드러났다. 실점하기 전까지 상대의 공격을 무력화하면서 보여주었던 안정된 팀 조직력은 온데간데없고, 갑작스럽게 팀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그렇게 전반전은 0-1로 뒤진 채 마쳤다.

하프타임 선수들에게 이야기하는 임중용 코치 지난 19일. 경북 김천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 40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 고교 축구대회' 7조 조별 예선 최종전 인천 대건고와 경북 포철고의 경기에서 하프타임 임중용 대건고 코치가 제자들에게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 하프타임 선수들에게 이야기하는 임중용 코치 지난 19일. 경북 김천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 40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 고교 축구대회' 7조 조별 예선 최종전 인천 대건고와 경북 포철고의 경기에서 하프타임 임중용 대건고 코치가 제자들에게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 이상민


하프타임, 기죽은 선수들의 어깨를 펴게 한 임중용 코치의 '한마디'

이대로 경기가 끝난다면 대건고는 1무 1패로 예선 탈락이 되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하프타임 라커룸 분위기는 당연히 어두웠다. 선수들 모두가 고개를 푹 숙인 채 잔뜩 풀이 죽어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선수들을 가만히 지켜보던 임중용 코치가 잔뜩 결심한 표정으로 이내 자신의 경험에서 묻어 나오는 뼈있는 말을 제자들에게 한 마디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임 코치는 "아직 경기는 안 끝났다. 어이없게 실점을 내준 것은 머릿속에서 빨리 지워버려라. 우리는 우리 플레이만 하면 된다. 정말이지 져도 상관없으니 마지막까지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 싸우는 너희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잠시 뒤 임 코치의 진심이 담긴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받은 선수들은 이내 하나, 둘씩 어깨를 펴고 일어나기 시작했다.

멋진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터트린 최범경 지난 19일. 경북 김천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 40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 고교 축구대회' 7조 조별 예선 최종전 인천 대건고와 경북 포철고의 경기에서 후반 4분 최범경(대건고)이 득점에 성공한 뒤 임중용 코치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 멋진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터트린 최범경 지난 19일. 경북 김천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 40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 고교 축구대회' 7조 조별 예선 최종전 인천 대건고와 경북 포철고의 경기에서 후반 4분 최범경(대건고)이 득점에 성공한 뒤 임중용 코치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이상민


다시 살아난 대건고... '에이스' 최범경, 환상적인 프리킥 동점골

하프타임에 '스승' 임중용 코치가 건넨 뼈있는 말이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후반 시작과 동시에 대건고의 경기력이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선수들끼리 너나 할 것 없이 먼저 파이팅을 불어 넣었고, 단단한 조직력을 무기로 상대 포철고를 강하게 압박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후반 4분, 선수들의 강한 자신감은 그대로 결과로 도출되었다.

페널티박스 좌측 부근에서 얻은 프리킥을 '에이스' 최범경이 키커로 나서서 절묘한 오른발 인 프런트 킥으로 골네트를 흔든 것. 최범경은 골문 안으로 공이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뒤로 돌아 벤치로 향했다. 그리고는 곧장 임중용 코치의 품에 안겼다. 지난 동계훈련기간 중 자신의 프리킥 기술을 다듬어준 임 코치에게 감사의 의미를 표출한 것이었다.

1-1, 승부가 원점으로 향하자 양 팀 선수들의 혈투는 더욱 거세졌다. 대건고는 이후 표건희, 이제호가 각각 한 차례씩 역전골 기회를 잡았지만 최종 마무리에서 결정짓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이후 치열한 공방전이 계속되었고, 결국 시간이 모두 흘러 균형의 추가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못한 채 양 팀의 맞대결은 1-1 무승부로 종료되었다.

본부석에서 추첨 순서를 기다리는 신성환 감독 지난 19일. 경북 김천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 40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 고교 축구대회' 7조 조별 예선 최종전 인천 대건고와 경북 포철고의 경기를 마친 뒤, 신성환 대건고 감독이 본선 진출 추첨권을 뽑기 위해 본부석에서 대기하고 있다.

▲ 본부석에서 추첨 순서를 기다리는 신성환 감독 지난 19일. 경북 김천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 40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 고교 축구대회' 7조 조별 예선 최종전 인천 대건고와 경북 포철고의 경기를 마친 뒤, 신성환 대건고 감독이 본선 진출 추첨권을 뽑기 위해 본부석에서 대기하고 있다. ⓒ 이상민


24강행 티켓은 결국 추첨으로... 행운의 여신은 누구에게로?

결국에는 모든 상황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향하고 말았다. 7조 대건고, 포철고, 보인고 모두가 사이좋게 2무씩 나눠가지며 동률을 이루게 되면서 대회 규정에 따라 추첨이 진행되게 되었다. 본부석에 세 팀의 감독들이 한 자리에 모였고, 이내 곧바로 추첨이 시작되었다. 대건고의 신성환 감독이 첫 번째로 추첨 결과가 적힌 봉투를 잡아들었다.

그 짧은 시간에 그야말로 엄청난 긴장감이 흘렀다. 신성환 감독은 봉투 속에 있는 종이를 천천히 펼쳐보았고, 선수들은 벤치에서 두 손 모아 기도하면서 신성환 감독의 행동변화를 주시했다. 그리고 잠시 뒤, 신성환 감독이 아무소리 없이 조용히 하늘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올렸다. 그렇다. 신성환 감독이 손에 쥔 봉투 안에는 24강 토너먼트 진출 행 티켓이 들어 있었다.

파이팅을 다지는 대건고 선수단의 모습 지난 19일. 경북 김천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 40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 고교 축구대회' 7조 조별 예선 최종전 인천 대건고와 경북 포철고의 경기에서 후반 시작에 앞서 대건고 선수단이 파이팅을 다지고 있다.

▲ 파이팅을 다지는 대건고 선수단의 모습 지난 19일. 경북 김천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 40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 고교 축구대회' 7조 조별 예선 최종전 인천 대건고와 경북 포철고의 경기에서 후반 시작에 앞서 대건고 선수단이 파이팅을 다지고 있다. ⓒ 이상민


우여곡절 끝에 본선 진출...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

본선 행 행운의 봉투를 잡았음을 암시하는 신 감독의 묵직한 제스쳐를 확인한 대건고 선수단은 이내 곧바로 큰 소리로 함성을 지르며 서로를 얼싸안고 기뻐했다. 추첨 결과 포철고가 7조 1위로, 대건고는 7조 2위로 24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행운의 주인공이 되었다. 반면, 행운의 여신이 함께하지 못한 보인고는 아쉬움과 허탈함 속에 그대로 서울로 무거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우승까지 가기엔 갈 길이 멀기게 아직 마음껏 기뻐하기에는 이르다. 대건고의 24강전 상대로는 강원 주천고등학교로 결정되었으며 경기는 오는 21일 금요일 오후 12시 30분 김천과학대학 운동장에서 펼쳐지게 된다. 24강전에서 대건고는 경고 누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캡틴' 임은수의 빈자리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메우는지가 16강 진출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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