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국에서 신세대 한류 배우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민호(왼쪽)와 김수현.

현재 중국에서 신세대 한류 배우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민호(왼쪽)와 김수현. ⓒ 화앤담픽쳐스, SBS


김수현, 이민호. 현재 중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이름으로 통하고 있다. 한국 드라마에 출연하며 중국에 이름을 날린 이들은 신세대 한류배우'로 불리며 주로 가수들로 이뤄졌던 기존의 중화권의 한류에도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또한, 배용준과 최지우를 시작으로 주로 일본에서 진행되었던 배우들의 해외 활동이 이제는 중국 등 중화권의 나라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드라마 인기의 중심에는 인터넷이 있었다. 중국 현지의 각종 사정으로 인해 해외 드라마가 중국 관영 방송국 CCTV에서 방영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각종 절차를 거쳐서 중국 각 방송사에서 정식으로 방송되는 것은 이미 화제성이 한참 지난 드라마가 주를 이루는 게 현실이다.

물론 인터넷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절에는 TV 방송을 통해서야 한국 드라마를 접할 수 있었지만, 중국에서도 인터넷이 점점 발달하고 보급률이 기하급수로 높아지면서 굳이 중국 방송국의 방영을 기다릴 필요가 없이 인터넷을 통해서 한국 드라마를 거의 한국과 비슷한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처음 한국 드라마는 불법 복제 등의 방식으로 인터넷에 유포됐다. 대부분 한국에 거주중인 중국인이 인터넷이나 TV을 통해서 드라마를 보고 그것을 다시 복제하는 방식이었다. 이때한국 방송 후부터 중국의 인터넷에 유포 될 때까지 대략 1~2일 정도 소요되었다. 그 후, 중국 내에도 저작권 관련 법률이 자리를 잡으면서 지금은 주로 한국 방송사와 현지의 동영상 사이트가 직접 협약을 맺고 합법적으로 드라마를 자사 사이트를 통해 방송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전보다 생생한 화질과 길거리의 '해적판' 드라마 CD의 주요무기인 저렴한 가격도 갖추고 있어 인기를 얻고 있다. 물론, 지금도 해적판 CD는 중국에서 유통 중이나, 예전의 인기만큼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인터넷을 통해 싼 가격(혹은 무료)으로 화질이 선명한 드라마를 볼 수 있는데 누가 굳이 해적판을 통해 드라마를 보겠는가?

드라마 통해 '대세' 된 이민호, '추격'하는 김수현

 배우 이민호가 한국 연예인으로서는 최초로 중국 관영방송국 CCTV의 설 특집 프로그램 <춘완>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배우 이민호가 한국 연예인으로서는 최초로 중국 관영방송국 CCTV의 설 특집 프로그램 <춘완>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 CCTV


가수들은 음반 판매 또는 콘서트 등으로 어느 정도의 현지 팬을 확보할 수 있지만, 이러한 사정이 여의치 않은 배우들은 특히 인터넷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다. 많은 현지인들이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실시간으로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테바(팬카페), 게시판 등을 통해서 정보를 교류하고 이 과정에서 출연 배우들의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팬 층이 형성된 것이다.

<꽃보다 남자><상속자들> 등의 드라마 출연으로 신세대 한류 배우로 거듭난 배우 이민호는 후난TV의 신년 특집 프로그램에 이어 중국에서도 가장 높은 영향력을 지닌 CCTV 설 특집 프로그램 <춘완>에 출연하며 중국에서 한창 승승장구 하고 있다. 이민호의 공식 웨이보 팔로워는 1900만 명을 돌파했고, <상속자들> 역시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지난 연말 이민호의 중국 팬미팅에서는 각지에서 이민호를 보러 온 팬들로 인해 한때 공항 전체가 마비되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별에서 온 그대>로 인한 김수현의 인기 상승도 이민호가 <상속자들> 출연 당시 중국에서 대세로 거듭난 과정과 어느 정도 유사한 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드라마가 인터넷을 통해 큰 인기를 끈 후, 주인공이 여심을 흔들며 인터넷, 특히 웨이보를 중심으로 이슈를 이어간 점, 그리고 웨이보의 팔로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결국은 '대세'로 떠오른 상황은 두 사람 모두 유사하다.

굳이 다른 점을 꼽자면, 이민호는 <꽃보다 남자> 등의 드라마를 통해서 이미 중국에서 어느 정도의 팬 층을 확보하고 <상속자들>을 통해 화룡점정으로 인기의 절정을 찍은 반면, <해를 품은 달>을 통해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이민호만큼의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했던 김수현은 <별그대>를 기준으로 인기가 급등하며 중국에서 '대세남'으로 등극했다.(관련기사: 중국에 부는 '치맥' 바람...김수현 때문?)

중국 인터넷 서비스 업체 텐센트 연예 면은 김수현의 중국 내 인기 및 몸값이 이미 이민호를 초월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기사의 댓글에서는 이민호 팬들의 반박 글과 김수현 팬들의 옹호 글이 다투고 있다. 다른 현지 언론들 역시 김수현과 이민호 중 누가 중국에서 더 인기가 많은지에 대해 논쟁을 벌이는 중이다. 

 지난 14일자 <신경보>에 게제된 김수현관련 전면광고

지난 14일자 <신경보>에 게제된 김수현관련 전면광고 ⓒ <신경보>


지난 밸런타인데이에 김수현의 중국 팬들이 한 일간지에 광고를 내 화제가 되자, 또 다른 일간지는 이민호의 팬들에게 '이민호에 대한 사랑을 나타낼 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좋든 싫든, 비교대상이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두 사람이 중국에서 신세대 한류 배우로 부각되고 있으며, 비슷한 과정을 밟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중화권에서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인 웨이보 팔로워 수로 비교하자면, 이민호는 1933만 명으로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류 스타 중 1위를 달리고 있고, 김수현은 <별그대> 출연 이후 팔로워 수가 폭발적으로 성장해 현재 388만 명을 넘어섰다. 웨이보의 '드라마 및 영화 검색순위'에서는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별그대>가 1위에, 역시 김수현의 대표작인 <해품달> 및 이미 종영한 <상속자들>도 비교적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중국판 팬카페라고 할 수 있는 바이두에서 '이민호 바'는 월간 방문자 수 1313만 명에 총 게시글은 823만 9천 건, '김수현 바'는 월간 방문자 수 2465만 명에 총 게시글은 320만 3천 건을 기록하고 있다.

이민호는 중국에서 '대세'로 등극하고 나서 적극적으로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다. 후난TV 설 특집 프로그램, CCTV 설 특집 프로그램 <춘완>에 잇따라 출연한 데에 이어 지난 14일에는 중국 상하이 및 샤먼에 방문해 한 브랜드의 런칭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또한 롯데면세점, 중국 휠라, 타오바오 등에서 광고를 찍었다. 거의 한 달에 한번 꼴로 중국에 얼굴을 비추고 있는 것이다.

김수현 역시 이민호처럼 중국에서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게 될까? 아니면 국내 활동에만 열중할까? 그간 해외 활동에 중점을 두지 않았던 김수현이 <별그대> 및 아시아 팬미팅을 기점으로 중국 등 해외에 본격적인 진출을 할지 여부에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소속사 키이스트 측은 김수현의 아시아 투어에 대해 "아시아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고 팬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기획되었다"며 "이후 해외 활동과 차기작 등은 <별그대>가 끝난 뒤 차차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좋은 작품과 마음가짐, 인기 이어가기 위핸 필수조건

 중국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IQIYI)에서 볼 수 있는 <별에서 온 그대> 스페셜 계획. 드라마와 도민준 역의 배우 김수현에 대한 중국 내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IQIYI)에서 볼 수 있는 <별에서 온 그대> 스페셜 계획. 드라마와 도민준 역의 배우 김수현에 대한 중국 내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 iqiyi.com


요즘과 같이 인터넷을 통해 정보가 빠르게 유통되고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신예 스타가 등장하는 한편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한 스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그렇다면 김수현, 이민호 등 신세대 한류 배우의 인기는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일단 중국에서 이름을 알리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들이 출연한 드라마 모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스타로 등극했다. 그러나 그들이 과연 '반짝 스타'에서 끝날 것인지, 아니면 장기적으로 한류 배우로 거듭날 것인지는 아직 그 누구도 모른다.

이제 중국인들은 김수현 또는 이민호의 신작에 일단 관심을 기울이고 보기 시작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라는 속담도 있듯이, 문화가 다른 해외에서 활동할 때에는 더욱 신중해 질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한류 스타는 중국에서도 겸손하고 전문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편이나, 모든 한류스타에게 좋은 평가만 내려지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곳곳에서 해외 스타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이 감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한류스타에 대한 현지 관계자들의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광고만 찍고 가는 한국 연예인들은 꾸준히 작품 활동을 펼치는 우리 연예인들과는 다르다"며 철저하게 선을 그어 버리는 관계자들도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고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초심, 즉 신인 시절로 돌아가겠다는 마음가짐과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는 진심을 가지고 최대한 예의를 갖추며 겸손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좋은 작품으로 대중들을 만나는 것이다.

이제 김수현을 중국에서도 '대세'로 만든 <별그대>는 곧 종영을 앞두고 있다. 종영 후, 도민준은 배우 김수현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과연 김수현은 도민준의 옷을 벗은 후에도 중국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인기를 유지할 수 있을지 모두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신세대 한류 배우들이 좋은 작품과 마음가짐을 지속할 수 있다면, '국민' 한류 배우로 거듭나는 것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수현 이민호 별에서 온 그대 상속자들 한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