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의 신성 심석희가 소치올림픽 쇼트트랙 1500m에서 은메달을 땄다. 사진은 지난해 대표 선발전에서 모습

쇼트트랙의 신성 심석희가 소치올림픽 쇼트트랙 1500m에서 은메달을 땄다. 사진은 지난해 대표 선발전에서 모습 ⓒ 박영진


'쇼트트랙의 신성' 심석희(세화여고)는 전 세계 쇼트트랙 판도를 뒤흔든 무서운 신예다. 지난 시즌부터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그녀는 174cm의 큰 키에서 나오는 파워풀한 스피드와 월등한 체격조건으로 중장거리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빙판 위에서의 모습은 여전사 같지만, 밖에서는 그저 수줍음 많은 여고생인 그녀에게 대한민국이 거는 기대는 컸다.

심석희에게 이번 올림픽 1500m는 3000m 계주와 함께 어느 종목보다도 자신이 욕심을 냈던 종목이다. 많은 관계자들 역시 심석희가 이 레이스에서 우승을 할 것이라고 장담할 정도였다.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이래 심석희는 월드컵 대회를 총 10번을 치렀는데, 그중 9개 대회에서 1500m 금메달을 획득했다. 딱 한 번 놓쳤던 것은 지난 10월 서울에서 열렸던 2차 월드컵으로 당시 금메달은 같은 팀 동료 김아랑(전주제일고)이었다. 갓 성인무대에 데뷔한 선수라고 하기엔 너무나 완벽한 레이스를 보여왔던 심석희였다.

1500m 은메달, 울지 말고 웃어라!

하지만 이러한 시선과 기대, 그리고 올림픽에 대한 중압감은 그녀에게 한편으로 부담이 되기도 했다. 15일 저녁(이하 한국시각)에 열린 1500m 예선전에서 심석희는 처음엔 조금 굳은 표정으로 빙판 위에 나타났다. 하지만 그는 곧 자신만의 레이스를 펼치며 1위로 준결승에 올랐고, 준결승에서도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 그녀는 중반에 김아랑을 비롯해 몇몇 선수들이 넘어진 틈을 타 선두로 치고 올라왔다. 중반부터 1위로 올라와 끝까지 선두를 놓지 않는 것이 심석희 레이스의 특징이기에 그녀는 자신만의 레이스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2바퀴를 남기고 저우양(중국)이 노련하게 인코스로 심석희를 파고들었다. 심석희는 끝까지 추격을 했고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심석희는 경기 직후 메달을 따냈다는 기쁨보단 레이스에 대한 아쉬움으로 웃지 못했다. 경기직후 인터뷰에서 심석희는 안타까운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울리기도 했다. 그녀는 "(금메달에 대한) 기대에 못 미쳐 죄송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17살 여고생이 전 국민의 기대를 안고 올림픽에 출전했던 것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끝까지 레이스를 포기하지 않고 달렸다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 경기를 했기에 심석희는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은메달에 대한 아쉬움으로 울기보단 메달리스트라는 자부심으로 환하게 웃는 모습을 국민들은 더욱 보고 싶어 할 것이다.

 심석희는 소치를 넘어 평창을 바라보는 미래의 샛별이다. 사진은 2012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모습

심석희는 소치를 넘어 평창을 바라보는 미래의 샛별이다. 사진은 2012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모습 ⓒ 박영진


소치를 넘어 평창을 보는 '신세대' 심석희

16일 새벽에 진행된 시상식에 심석희는 다시 당차게 웃으며 나왔다. 워낙 키가 큰 탓에 함께 시상대에 오른 저우양과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보다도 돋보일 정도였다.

심석희는 이번 은메달로 오히려 긴장이 풀어진 모습이었다. 메달 세레머니 직후 SBS와의 인터뷰에서 심석희는 "은메달이라 더욱 좋다. 아직 남은 경기가 있으니 최선을 다해서 마무리 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여자 쇼트트랙 선수들은 이번 올림픽의 최대 목표로 '계주 금메달'이라고 입을 맞춰왔다. 4년전 밴쿠버올림픽에서 석연찮은 실격판정으로 5연패 달성이 물거품 됐고 통한의 눈물을 흘린 상처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어느 때보다 여자선수들은 실력으로 금메달을 따내 다함께 웃기를 바라고 있다.

심석희는 이제 만 17세. 4년 뒤 평창에는 만 21세로 쇼트트랙 선수로 충분히 활약할 수 있는 나이다. 본인 역시 소치보다는 평창을 목표로 준비를 해왔다고 말할 만큼 평창에서 활약을 펼치고 싶어 한다. 그녀에게 소치는 이제 막 시작에 불과하다.

여고생 심석희는 오는 18일에 있을 여자 1000m 예선과 3000m 계주 결승 경기에 나선다. 이제 절반의 레이스를 마친 그녀가 남은 대회를 즐기며 돌아오길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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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올림픽 심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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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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