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K팝스타3>에서 눈물을 흘린 심사위원 유희열.

SBS 에서 눈물을 흘린 심사위원 유희열. ⓒ SBS


"심사위원이 아닌 아빠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정말 고마웠어요."

SBS < K팝스타3 > 배틀오디션에서 탈락한 '트로트 신동' 홍정희는 심사위원이자 멘토였던 유희열에게 몇 번이나 이런 말을 반복했다.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를 선곡하게 이끌고, 결국 탈락의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했을지 모를 야속한 이 멘토.

하지만 탈락이 결정되고 쏟아지는 눈물을 참지 못해 말을 잇지 못하던 유희열에게 홍정희는 오히려 "<스케치북>에 놀러 가겠다"며 의연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나서야 가족 품에서 탈락의 진한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안테나 뮤직을 대표하는 유희열과 그의 멘티의 '폭풍 눈물'이 시청자들도 울렸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의 눈물은 이제는 흔한 풍경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유희열이 보여준 진한 눈물은 심사위원이란 위치를 떠나 그가 이 경쟁과 성장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지속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인간의 숨결을 불어 넣고 있음을 증명하는 징표와도 같았다.

배틀오디션 준비기간, 눈물 터져나올 수밖에 없었던 과정 

 9일 방송된 SBS <K팝스타3> 중 한 장면. 홍정희와 유희열.

9일 방송된 SBS 중 한 장면. 홍정희와 유희열. ⓒ SBS


"이번 배틀오디션 준비하면서 내 생애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었어요. 진짜로. 내 음반 준비했던 거보다 입시 준비했던 거보다 훨씬. 흰머리가 확 생기더라고요. 게다가 완전히 장염에 걸려서 겨우 2시간 잤어요." 

9일 방송된 SBS < K팝스타3 >의 시작, 배틀오디션에 앞서 유희열이 긴장을 표할 때까지만 해도 1년차 심사위원의 엄살로만 느껴졌다. 그러나 8팀이 떨어지며 톱10을 가리는 배틀오디션, YG-JYP-안테나의 회사의 사활이 걸린 이 생방송 무대보다 더한 경쟁의 무대에 유희열이 제대로 감정을 이입한 걸로 보였다. 

이날 톱10에 진출한 권진아가 안테나의 장점으로 연습실 등을 거론할 때 "식혜도 사줬잖아"라며 간간이 특유의 유머를 날리던 유희열은 그러나 점점 진지해져 갔다. "슬픈 노래와 가사가 (권진아에게)안 맞다"는 박진영의 비판에 "나를 혼내는 거 같다. 멱살 잡을 뻔했어"라는 농담도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심사위원이자 멘토로서 가요계 후배가 될지도 모를 '안테나' 출연자들에 대한 진심이 결국 눈물로 승화됐다면, 이날 방송에서 중간중간 삽입된 배틀오디션의 준비기간은 그 눈물이 왜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나에 대한 알리바이가 되어줬다. 

안테나의 에이스 권진아에게 한국 최고의 기타리스트 함춘호와 보컬리스트 김연우를 멘토로 소개시켜주며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의 맛을 보여줬다. '회심의 카드' 홍정희가 힘들 때면 자상하게 달래주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비록 '모 아니면 도'의 심정으로 선택한 선곡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지만, 유희열은 '홍정희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무대'라는 찬사로 아쉬움을 상쇄시켰다. 제작진의 편집도 그러했거니와 이날 방송의 주인공은 권진아도, 홍정희도, 알맹도 아닌 단연 유희열이었다.

기존 오디션 심사위원과는 달랐던 유희열...왜? 

 탈락자인 홍정희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 유희열.

탈락자인 홍정희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 유희열. ⓒ SBS


"유희열의 눈물에 가슴이 짠해진다. 당신 참 좋은 선생인 걸?"
"단언컨대, < K팝스타 > 시즌3의 주인공은 유희열이다.
"선배가 된다면 < K팝스타 > 속 유희열같은 선배가 되고 싶다..."

이날 방송 직후 SNS를 달군 유희열에 관한 평은 대체로 올바른 멘토, 선배상으로 귀결됐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과 멘토가 주로 혹독한 비판과 그 안에 내비치는 따스함 정도로 요약돼 왔다면, 이날 유희열의 눈물은 왜 그가 그간의 오디션 심사위원들과 다른지를, < K팝스타3 > 방송 이후 유희열의 심사가 단연 화제가 됐는지를 확인시켜줬다.

유희열에게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건 소위 '꼰대정신'이다. 그는 이미 스타고 성공한 아티스트다. 그렇지만 아이돌이나 오디션과 거리가 멀었던 그는 끊임없이 기존 < K팝스타 > 출연자들과는 다른 감성과 시도를 주문한다. 그러면서도 한참이나 어린 출연자들과 같은 '음악인'임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심사위원이나 음악계 선배로서 가질 선입견이나 아집에서 벗어난 그의 공감은 결국 이날의 눈물로 이어졌다.

질문해보자. 그 많던 오디션 출연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방송의 감동과 경쟁을 위해 오늘도 많은 젊고 어린 출연자들이 소비되고 희생된다. 심사위원인 동시에 멘토인 유희열이 보여주는 자세는 이들 출연자들과 시청자들에게 단순히 방송 출연 한 번이 인생을 결정짓지 않음을, 그래서 음악을 하는 삶을 계속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또 다른 자리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던져 준다. 마치 우리네 인생이 그러하듯이.  

과도한 경쟁과 사연 팔이에 집중했던 < 슈퍼스타K >의 몰락 이후 < K팝스타3 >의 인기는 확실히 자리 잡은 경쟁이면서도 경쟁인 것 같지 않은 분위기도 한몫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물론 유희열이 있다. 아빠 같은 심사위원 유희열씨, 오디션 프로그램 방송 출연 잘 했습니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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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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