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아니다]포스터

[별일 아니다]포스터 ⓒ 영화사 조제


아프니깐 청춘? 그까짓 거 별일 아니야!

<별일 아니다>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에 대한 영화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자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느끼는 20대 청춘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촬영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멜로이자 성장영화라 할 수 있다. 연기를 전공했지만 아직은 아마추어라고도 할 수 있는 설익은 배우들과 영화 제작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그 과정 안에서 어떻게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고 성장해 나아가는지 보여주는 데 이 영화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금은 찌질해 보이지만 나름대로의 치열함을 보이는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바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상석은 미소를 좋아하고 그녀를 위한 영화 제작을 결심한다.

상석은 미소를 좋아하고 그녀를 위한 영화 제작을 결심한다. ⓒ 영화사 조제


상석(김상석 분)은 자신의 친구인 정우의 애인인 미소(김은주 분)를 좋아한다. 정우가 자살을 시도하던 날 상석은 미소와 밤을 지새고, 둘 사이의 관계가 변할 줄 알았던 상석은 미소가 여전히 정우 곁에 있는 것을 보고, 질투와 동경, 애증이 섞인 묘한 감정을 품은 채 미소에게 은밀한 제안을 한다.

미소가 정우를 버리고 자신과 하룻밤을 보낸다는 내용의 영화를 촬영하자는 것이다. 언뜻 좀스러워 보이는 상우의 제안에 망설이던 아역 탤런트 출신의 미소는 처음에는 당황하지만 늘 시키는 대로만 하고 살았던 자신의 삶에 대한 일종의 반항심으로 상석의 제안을 수락한다. 그렇게 이 두 남녀의 기묘한 촬영은 시작이 된다.

영화 <별일 아니다>는 영화 속 영화 촬영이라는, 일종의 액자식 형식을 띠고 있다. 마치 꿈 속의 꿈이라는 소설 구운몽처럼 현실의 인물이 영화 속에 투영되고 기묘한 접점을 이룬다. 관객은 <별일 아니다>라는 영화를 보는 것인지 <별일 아니다>의 주인공들이 촬영하는 영화를 보는 것인지 헷갈릴 수도 있다. 사실 연출의 미숙함인지 방만한 구성 때문인지 몰라도 약간은 혼란스럽고 산만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김은주-미소-미소'와 '김상석-상석-상석'이라는 '실제 인물-영화 <별일 아니다>의 캐릭터-그리고 그들이 영화 속에서 연기하는 배역' 등의 성격과 그들이 처한 상황이 묘하게 맞아들어가면서 예기치 않은 재미를 선사한다. 구운몽에서 성진이 꿈속에서 양소유가 되고 꿈속의 양소유가 다시 꿈을 꾸듯이 말이다.

꿈에서 깨어난 성진이 불도에 귀의하듯이 이 영화 촬영이 끝난 후 상석과 친구들은 한 단계 정신적 성장을 한다. 그리고 영화 제목이 그러하듯이 상석은 이 모든 게 별일 아니라고 말한다.

 촬영현장

촬영현장 ⓒ 영화사조제


 영화 속 촬영 장면

영화 속 촬영 장면 ⓒ 영화사 조제


사람이 살아가는 것, 그리고 연애를 하는 것, 영화를 촬영하는 것 등이 모두 별일이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삶을 대충 막 살자는 식으로 오해할 수 있는 말이지만, 상석은 고민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 것보다는 이 모든 게 별일 아니라고 치부해 버리며 도전하는 것이 이 땅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취해야 할 행동이라고 역설한다.

별일이 아니라는 독특하고도 심드렁해 보이는 제목과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에게 자신과 하룻밤을 자자는 내용의 영화를 촬영하자고 제의하는 재미난 설정이 영화를 정말 사랑하는 배우와 스텝들에 의해 날것 그대로의 생생함으로 다가온다.

2월 5일 언론 시사회 후 영화에 대한 호감과 더불어 이 영화 <별일 아니다>를 만든 감독과 배우들을 직접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인터뷰를 요청하였고, '인터뷰 그까짓 거 별일 아니다'라는 배우들의 흔쾌한 수락에 강남의 조용한 커피숍에서 허심탄회하게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

<별일 아니다> 속 배우들의 허심탄회한 이야기

기자: 먼저 간단하게 소개를 좀 해달라.
김상석: 이 영화의 감독과 주연을 맡은 김상석입니다. 동국대학교 연극학부를 나왔고요, 올해 33이 되었습니다.
기자: 03학번이라고 들었는데 나이가 많으시네요?
김상석: 예, 사실 제가 공군사관학교를 다니다가 연극에 대한 열정으로 뒤늦게 동국대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연극 연출을 전공했고요, 연기에 관심이 많아 연기 전공을 병행하였습니다. 2006년도에 <아스라이>라는 독립영화에서 배우로 연기를 하였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지금 여기 모인 친구들과 편하게 단편 영화나 한 편 찍어보자고 했던 게 틀어져서, 아예 이참에 장편으로 만들어 보자고 결심, 무작정 만들게 되었던 게 여기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2011년에 촬영을 마쳤고, 1년여 간의 편집 작업을 거친 후 드디어 개봉하게 되었습니다.

김은주: 저는 한예종 연극원 연기과를 졸업하고 줄곧 단편영화와 독림영화 등에서 연기활동을 하였습니다. 현재는 대학로에서 연극 <째째한 로맨스>를 공연 중에 있고요, 영화 <메이드 인 차이나>와 <만신> 촬 영중에 있습니다. 이 작품은 시나리오가 너무 좋아 오디션을 보고 참여했어요.

김태희: 저는 김상석 감독님의 후배로 같은 대학 02학번이고요, 전 삼수를 하는 바람에 학교에 조금 늦게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나이는 제가 감독님보다는 한 살 어립니다. 사실 연기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순수하게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우연한 계기에 동국대에 입학하게 된 게 지금의 저를 배우로 이끌게 되었습니다.(일동 웃음) 2012년에 넌버벌 퍼포먼스 <하이킥>으로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다녀왔고요, 뮤지컬 <그날들>과 프랑스 극작가 페르난도 아라발의 작품을 주로 한 현대극 페스티벌에 참여하였습니다.

 유쾌하면서도 진중한 배우이자 제작자 백재호

유쾌하면서도 진중한 배우이자 제작자 백재호 ⓒ 박홍준


기자: 재호씨와는 사실 구면인데요,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백재호: 네, 그래도 저도 제 소개를 간단히 하자면, 저는 동국대학교 03학번이고요, 사실은 경영학부를 나와 광고를 전공하였지만 연기에 뜻이 있어 복수전공을 택했습니다. 이 친구들 전부 학교 다니면서 알게 된 동기이자 후배고요. 영화 <쌍화점>에 출연하였고, 영화사 스폰지에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지금 연기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고양이 소녀>라는 영화에 출연하였고요. 동기인 김상석 감독과 연락이 닿아 의기투합하여 이번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김태희: 사실 학창시절부터 저희가 반골 기질이 좀 있었어요. 제도화된 것들에 대한 반발이 심하고 보수적이고 정형화된 연극예술이나 연기에 대해 일종의 적대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상업영화보다는 독립영화에 더 관심이 있었고요.
김상석: 저희들 생긴 것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가 학창시절부터 줄곧 아웃사이더였어요.
백재호: 난 잘생겼잖아. 난 빼줘. (일동 웃음)
정임순: 저는 사실 연기를 전공하지는 않았어요. 경북과학대에서 의상디자인을 전공하였습니다.

 영화에서 혜진 역을 맡은 늦깍이 배우 정임순. 그녀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며 차기작을 기대해 본다.

영화에서 혜진 역을 맡은 늦깍이 배우 정임순. 그녀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며 차기작을 기대해 본다. ⓒ 박홍준


기자: 29이라는 늦은 나이에 연기를 시작하게 된 셈인데 어떤 계기라도 있는지요?
정임순: 솔직히 말하자면 다니던 회사가 망해서...(웃음) 사실 어려서부터 연기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있었지만 실제로 제가 연기자가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그런데 회사를 그만두고 졸지에 백수 신세가 된 후 막연하게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오디션 공고를 보고 이 영화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작년엔 단편영화들에 출연하거나 연출에도 뜻이 있어 연출공부도 하고 있습니다.
기자: 사실 저도 영화 보면서 짧은 씬이지만 어디서 저런 매력적인 배우가 숨어있다가 이제야 나타났나 싶을 정도로 놀랐거든요. 결과적으로 임순씨의 회사가 망한 것에 감사를 드려야겠네요. 그런데 실제로 카이노 유니씨는 일본인이 맞네요?

 극중 장면에서의 카이노 유니와 김은주

극중 장면에서의 카이노 유니와 김은주 ⓒ 영화사 조제


카이노 유니: 네, 저는 동국대학교 08학번이고요, 학교 선배님들이라 자연스럽게 영화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영화에서 역시 유학생 미오 역할을 맡았고요, 아버지가 재일교포 2세이고 어머니는 일본인입니다. 현재 일본 내 고베 방송사에서 한류열풍과 한류 트렌드를 소개하고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소식을 전하는 일을 하고 있고요, 일본 한류 팬미팅 통역일도 하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연극 무대에 서기도 하고 영화도 출연하고요. 최근에는 <갈라파고스>라는 단편 영화를 찍었습니다.
기자: 일본 내 한류 전도사로서 활약하고 계시는군요. 그런데 궁금한 게 있는데요, 동국대학교에는 어떻게 입학하게 되었는지?
카이노 유니: 한국에 왔을 때 동국대에서 주최하는 워크샵에 참여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동국대 측의 배려와 학생들의 열정에 감동하여 동국대학교에 대한 애정이 생겼고 대학입학까지 하게 됐어요. 앞으로 한국 영화에 출연하고 싶은 욕심도 있고요. 현재 일본 방송사 주최로 한국 배우 강소라씨와 신소율씨를 인터뷰하기 위해 잠시 내한했습니다.

 감독이자 주연배우를 맡은 김상석. 장편 연출 데뷔작에서 주연까지 맡아 열연하였다.

감독이자 주연배우를 맡은 김상석. 장편 연출 데뷔작에서 주연까지 맡아 열연하였다. ⓒ 영화사 조제


'까짓 거 한번 만들어보자'... 이런 생각에 제작 결심

기자: 먼저 김상석 감독님에게 이 영화의 기획과 제작 동기와 제목이 갖는 의미 등에 대해 묻고 싶군요.
김상석: 졸업 후 연극을 했습니다. 사실 배우라는 게 어찌 보면 백수와 다를 게 없어요. 1년 중 실제로 촬영이나 공연을 하는 기간은 한 달이 채 안 되고, 나머지 11달은 노는 거와 다름 없거든요. 그런 백수 친구들에게 전화가 많이 왔어요. 연기하기 힘들다, 뭐 그런 배우들의 고충이죠. 친구들에게 술 많이 사줬어요. 그러다가 문득 '이렇게 놀지 말고 단편이라도 찍는 게 어때?' 이런 제안을 친구들에게 했고, 기획 중에 결국 의견충돌로 인해 엎어지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한두 달 고민 후에 차라리 이걸 장편으로 만들자는 결심을 하게 됐고, 한 달 만에 시나리오를 탈고하였습니다. 저에겐 이 영화 작업이 일종의 금기에 대한 도전 같은 거에요. 부모님도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시고, 저 역시 여러 가지 제약 속에서 살아왔던 것 같아요. 연기를 시작하게 된 데에 대한 것에 대해 부모님과 갈등도 많았고요. 사실 그런 삶에 대한 고민이 이 영화 제목 그대로 별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까짓 거 한번 만들어 보자.' 이런 생각으로 제작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기자: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에게 자신과 하룻밤을 보내는 내용의 영화 촬영을 제의한다는 발상이 발칙하면서 퇴폐적인 느낌이 드는데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셨는지? 혹시 본인 경험담인가요?
김상석: 아닙니다. 사실 극중 상석이 미소에게 그런 제안을 하는 것은 그녀를 어떻게 한 번 해보자는 흑심이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에 대한 동경과 그 여자를 배우로서 띄워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어요. 그녀를 갖고자 하는 의도보다는 빛을 내주고 싶다, 그런 의도라고나 할까요? 미소에 대한 동경과 사랑이라는 순수한 감정으로 시작했지만 촬영이 진행되면서 사심이 생기게 되고 흔들리기도 하는 그런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요. 하지만 그런 게 바로 인생 아닐까요? 삶에 대한 강박, 부정적인 삶, 자신의 애인의 친구와 하룻밤을 보내는 것 이런 게 사실 따지고 보면 별일 아니라고 생각해요.

기자: 말씀 잘 들었습니다. 그런 제목이 갖는 역설적인 의미와 더불어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여주인공 미소역을 맡은 김은주씨에게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와 영화 속 캐릭터, 영화의 주제 등에 대해 묻고 싶군요.

 영화에서 미소 역을 맡은 배우 김은주

영화에서 미소 역을 맡은 배우 김은주 ⓒ 박홍준


김은주: 대학로에서 연극 활동을 하던 중에 '필름 메이커스'에 올라온 오디션 공고를 보고 응하게 되었습니다. 시나리오를 받고 보니 영화 속 대사와 상황이 모두 마음에 들었어요. 이 영화는 배우에 관한 이야기잖아요? 미소와 똑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저 역시도 어렸을 적부터 연기활동을 해오던 중에 지치고 힘들 때가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힘을 빼고 편하게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고요. 21살 때부터 단편, 독립영화 등에 많이 참여를 했지만 장편영화에서는 첫 주연을 맡았어요.

그래도 부담 없이 연기를 하고 싶었고 감독님과 동료 배우들과 스텝들이 많이 도움을 줘 편하게 캐릭터에 몰입해서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 속 미소의 나이가 25살 정도로 설정이 되었는데 사실 미소도 어찌 보면 좀 답답한 면이 많은 인물이에요. 저 역시도 그런 부분이 상당 부분 저와 닮아있다고 생각해요. 영화 속 캐릭터 미소처럼 그 나이 대 여자들이나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을 공감하고 자신과 동일시할 수 있었기 때문에 연기하는 데 편했어요.

기자: 그럼 배우 김은주가 아니라 영화에서 미소가 상석의 영화 촬영 제안을 수락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은주: 처음에 미소는 상석의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촬영을 거부하며 상석에게 화를 내요. 사실 그녀가 그런 행동을 한 것은 그것이 바로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그러면서도 그 답답함 속에서 자신의 껍질을 깨고 싶은 이중적인 모습을 발견하고 갈등하게 되죠. 그리고는 상석의 영화에 출연을 결심하게 됩니다.

기자: 본인 성격이 극중 미소의 캐릭터와 많이 닮았다고 생각하나요?

김은주: 저뿐 아니라 여기 계신 분들 모두 연기와 연출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자신이 맡은 극중 인물과 동일시하며 촬영에 임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부끄럽기도 하고 극중 상황에 몰입하여 편하게 연기한 면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 영화 촬영과 극중 촬영씬의 분위기가 맞아떨어지는 신기한 느낌도 경험했고요. 물론 감독님이 생각한 것과 다를 수도 있지만 저 나름대로 미소를 이해하고 캐릭터로 구현해내려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김은주가 가장 좋았다고 회상하는 장면.

김은주가 가장 좋았다고 회상하는 장면. ⓒ 영화사 조제


기자: 은주씨가 생각하는 인상 깊은 장면과 기억에 남는 촬영이 있다면?

김은주: 운동장씬에서 연기하다가 우는 장면이 있어요. 솔직히 대사가 이해 안 갔어요. 아무리 극중 상황에 몰입하려고 해도 자신이 생각하기에 그 상황과 미소의 행동 등이 이해가 가지 않았거든요. 캐릭터에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감독님이 그냥 그대로 밀고 나가시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그냥 따라한 감이 없지 않지만 결국 촬영 후에 보니 감독님 판단이 맞았더라고요.

기자: 감독님 성격이나 연기지도는 어땠어요?

김은주: 촬영장은 편안한 분위기였어요. 감독님도 저희에게 어떤 특별한 연기를 요구하기보다는 스스로에게 맡기는 편이었고요. 저희도 연기에 대한 방법론에 있어 충돌하기보다는 배우들 각자가 이해하는 극중 상황과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연기에 대해 알아서 표현을 했고요.

기자: 마지막 장면에서 미소와 상석의 섹스씬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고정된 앵글로 은주씨의 표정으로 상황과 인물의 감정을 다 표현해 낸 장면이라고 느꼈거든요. 그런데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느끼기에는 미소가 상석에게 몸을 허락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고, 좀 뜬금없다고 해야 할까요? 설득력이 부족한 장면 같아요. 그런데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미소역을 맡은 김은주. 매력적인 마스크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연기의 깊이가 묻어나는 배우다.

미소역을 맡은 김은주. 매력적인 마스크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연기의 깊이가 묻어나는 배우다. ⓒ 영화사 조제


김은주: 미소 역시 성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있는 인물이에요. 그 장면은 미소가 드디어 껍질을 벗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미소뿐 아니라 누구나 성에 대한 자유를 느끼고 싶고 그에 관한 고민을 많이 하잖아요? 고정된 삶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일탈에 대한 욕구도 있을 테고요. 저 역시나 그렇기 때문에 그 장면에 대해 거부감은 없었다. 극의 흐름상 꼭 필요한 장면이고 절제된 연출이 훌륭했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도 제 연기에 만족하고요.

김상석: 영화 속 영화에서의 베드씬인데 상석이 미소를 배려하는 의미에서 롱테이크로 한번에 가자고 제안합니다. 결국 촬영과 현실을 혼돈하고 그것이 자신의 의지일 수도 있고, 실수일지도 있지만 결국 둘은 함께 자게 됩니다. 그런 우연한 일을 계기로 어른이 되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어요. 그날 밤 이후 결국 미소는 변화하고 마지막에 정우에게 전화를 합니다. 그 행동은 미소의 내면에서 무엇인가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미소와 상석의 기묘한 관계는 촬영 내내 지속된다

▲ 미소와 상석의 기묘한 관계는 촬영 내내 지속된다 ⓒ 영화사 조제


기자: 이런 말씀이 실례가 될지도 모르겠으나 감독님의 영화를 보면 홍상수 감독의 영화와 많이 닮은 것 같아요. 삶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도 그렇고 비루한 일상을 있는 그대로 화면에 담아내는 것도 그렇고요. 사실 차이랄 게 있다면 섹스에 대한 표현이라고 할까요? 사실 저 역시도 마지막에 뭔가 날것 그대로의 적나라한 섹스씬을 기대했거든요. 그 장면이 그렇게 연출된 것은 감독의 의도인가요? 아니면 19금 판정을 피하기 위한 전략이었나요?

김상석: 섹스장면을 드러내기보다는 숨기는 게 나을 것 같았습니다. 그 행위를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전후 맥락과 대사를 통해 표현해 내고 싶었어요. 제가 학교에서 연극을 전공했지만 안톤 체홉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당연하게 그런 식으로 표현하게 되었고요. 그 장면에 대한 연출은 만족합니다. 또한 독립영화이다 보니 배우 모집에 대한 제약도 많았고요. 사실 섹스 장면을 좀 더 자유롭게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도 있었으나 여배우들에게 그런 것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홍상수 감독님을 언급해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저에게는 영광이기도 하고요.  영화 스타일에 대한 것은 솔직히 말씀드려 의도된 것도 있지만 연출에 대한 미숙함이나 시스템측면도 있습니다. 제가 연출은 전공한 것도 아니고, 체계적으로 오랜 시간 공부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쇼트를 구성하는 것에 대한 개념조차 생소했거든요. 연극을 전공했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을 수 있겠지만 영화 속에서 사용된 롱테이크와 열린 화면구도와 편집 스타일은 의도이기도 합니다. 사실 스토리보드를 작성하고 촬영에 들어간 게 아니라 글 콘티 정도만 갖고 현장에 나왔거든요. 배우를 믿고 맡긴 것도 있고 당돌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런 허술함이 바로 이 영화의 의도입니다. 저는 관객들이 이 영화를 만만하게 봤으면 합니다. 

기자: 네? 이 영화를 만만하게 봐주었으면 한다고요?

김태희: 전국에 수많은 영화학도들이 있잖습니까? 어찌 보면 이 영화는 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우리도 하는데 너희라고 왜 못하겠느냐? 너희도 만들어라.' 뭐 이런 거요? 사실 우리 영화에 빈틈이 많겠지만 다른 영화학도들에게 영화 제작의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한다고도 생각해요. 사실 영화제작이라는 것이 어떤 특권층에만 귀속된 게 아니잖아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극장에서 돈을 주고 보는 헐리우드 영화처럼 거대한 것보다는 누구나 카메라를 들고 찍을 수 있는 것. 바로 그런 게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백재호: 저 역시도 관객으로서 영화를 보기만 하고 배우로 출연은 했지만 영화의 제작과정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작업이 참으로 무모한 용기였고요. 오히려 그것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편집을 하면서 영화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됐고요.

김상석: 저 역시도 촬영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영화 제작과정을 끝내고 나니 마치 영화학교를 다닌 것 같아요.

 감독 김상석과 주연 배우 김은주. 이들은 영화 속에서도 감독과 배우 역을 맡았다.

감독 김상석과 주연 배우 김은주. 이들은 영화 속에서도 감독과 배우 역을 맡았다. ⓒ 박홍준


기자: 실제로 배우분들이 제작하고 연출을 맡았을 뿐만 아니라 스텝으로도 참여했다고 들었는데요?

김상석: 네, 맞습니다. 촬영감독과 음향감독은 전공을 한 학생들이었지만 그 외 배우들이 연기와 스텝일을 병행했습니다. 배우로서 영화에 촬영하면서 극중 장면에서는 자신들이 영화를 촬영하고 그런 상황 때문에 저희 스스로도 현실과 영화가 헷갈리기도 했어요.

김태희: 저는 붐마이크를 잡았는데요, 실제 극중 촬영장면에서도 스텝으로서 붐마이크를 잡았지만 재미있는 점은 제가 영화 속 촬영장면에서 잡고 있던 붐마이크가 소품이 아니라 실제 붐마이크였다는 점이에요. 즉, 그 마이크로 사운드를 녹음했다는 뜻이죠. 원래 음향감독이 따로 있었는데 여자였거든요. 게다가 체력이 약해서 실제로 쓰러진 적도 있어요. 그래서 힘센 제가 실제로 붐마이크를 잡았습니다.

백재호: 촬영감독도 여자라 나중엔 제가 직접 카메라를 잡았어요. 여자 촬영감독이 힘이 없어서...핸드헬드 장면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지 못해 너무 흔들더라고요. 사실 어린 여학생들이 감독과 저희의 꼬임에 빠져 촬영 중에 고생 많이 했는데 저희가 어설프게 도와준다고 괜히 영화의 퀄리티를 떨어뜨린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정말 이 자리를 빌어서 촬영과 음향을 맡아준 후배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김은주: 이런 시스템 때문인지 저 역시도 은주인 제가 촬영을 하는 것인지 극중 캐릭터인 미소가 영화 내에서 촬영하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았어요.

김상석: 마치 꿈속의 꿈 같다고나 할까요? 영화 속 캐릭터와 그 캐릭터가 촬영하는 장면에서의 감정이 일치하는 재미난 경험도 있었고요. 사실 그것이 이 영화를 보는 재미이자 저희가 촬영하면서 느꼈던 즐거움 같아요.

 혜진은 당찬 여성이자 이 영화의 주제를 대변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혜진은 당찬 여성이자 이 영화의 주제를 대변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 영화사 조제


기자: 임순씨는 유일하게 여기 계신 분들 중 연기를 전공하지 않으신 분인데요. 그런데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극중 캐릭터를 잘 소화하신 것 같아요. 연기를 따로 배우시거나 출연 경험이 있으신지?

정임순: 사실 이번이 첫 작품입니다. 솔직히 회사를 그만둔 후 연기학원을 다니긴 했지만 제 연기 스승은 절박함이라고 할까요? 연기 경력이 일천하고 연기를 전공한 것도 아니기에, 게다가 나이까지 많으니...너무나 절박했죠. 연기를 하고 싶은데 뭐라도 해야 할 게 아니냐? 사실 연기 잘 하지도 않아요. 그냥 제가 좋아하는 영화에서 뭐든지 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기회가 닿아 오디션을 본 후 출연을 결심하게 되었고요. 사실 저뿐 아니라 이 영화에 출연하신 분들 모두 절박했어요. 배우로서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으로서 무엇인가 결과물을 만들어내야겠다는 강박관념 같은 거라고나 할까요? 감독님과 여기 계신 다른 분들의 처지와 극중 인물들에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되었고요, 그런 점이 오히려 좋았어요.

기자: 원래는 임순씨는 미소 역할을 지원했다고 들었는데요?

정임순: 애초에 주연인 미소 역할로 오디션을 봤어요. 원래 제가 맡은 혜진 역에는 다른 친구가 있었고요. 그런데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감독님이 미소 역할과는 좀 안 맞지만 꼭 저랑 작업을 하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저 역시 작은 역할이라도 무엇이든 하고 싶었고요. 그래서 제가 조연출과 스크립터, 의상감독 등의 역할도 병행하였습니다. 

기자: 와! 굉장히 많은 역할을 소화하셨네요.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영화 제작에 있어서도 큰 역할을 하셨네요.

정임순: 사실 촬영 당시에는 힘든 줄을 몰랐어요. 너무 즐거웠거든요. 촬영 후에 되돌아보니 우리가 많이 부족했구나 그런 생각은 했지만요. 꼭 주연이 아니더라도 좋은 영화에 참여하게 되어 즐거웠고 좋은 인연을 만나게 되어 행복했어요. 덕분에 연출에 대한 욕심도 생겨서 요즘엔 뜻이 맞는 사람들과 연출 스터디도 진행하고 제대로 공부를 해보고 싶은 마음도 생겼어요.

기자: 혜진 캐릭터가 본인의 실제 성격과도 잘 맞을 것 같아요.

정임순: 사실 저의 실제 성격과는 많이 달라요. 영화 속에서 혜진이라는 캐릭터는 자아가 강하고 자기 주장이 뚜렷한 인물이에요. 현실적이면서 이기적이기도 하고요. 저는 실제로 약간 소심하고 남을 잘 배려하는 편이랍니다. 혜진은 어른스럽죠. 싫은 걸 싫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인물. 그런데 전 그렇지 못하거든요.

백재호: 혜진이라는 인물이 어쩌면 우리 영화의 주제 '별일 아니다'를 대변하는 인물이라도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김상석: 저는 임순씨의 자세가 참 마음에 들었어요. '작은 역할이라도 좋다, 어떤 역이라도 맡겨다오.' 이런 적극적인 태도가 캐스팅을 결정하게 되었고요. 그리고 저희가 애초에 연기자가 스텝일까지 병행하기로 했거든요. 임순씨가 마침 의상을 전공해서 의상 컨셉을 잡고. 미술적인 측면까지 담당했죠. 그리고 영화 속 혜진 집이 실제로 임순씨 집이랍니다. 그러고 보니 임순씨에게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네요.

백재호: 임순씨가 많은 역할을 했죠. 스크립터도 임순씨가 맡았어요.

 극중 이들은 바다로 여행을 간다. 반짝반짝 빛나는 청춘

극중 이들은 바다로 여행을 간다. 반짝반짝 빛나는 청춘 ⓒ 영화사조제


기자: 유니씨는 미오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이라든가 촬영 중 어려움은 없었나요?

카이노 유니: 미오 캐릭터 자체가 유학생 역할이라 연기하는 데 있어서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어요. 가장 마음에 들었던 씬은 다 같이 바다에 가는 장면이 있었는데 자유롭고 트인 느낌이랄까? 일탈의 기분이 들었어요. 의욕이 넘치는 모습들이 하나가 된 느낌?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촬영 내내 팀워크도 좋았고, 즐겁게 촬영했어요. 다만 대본 자체를 이해하는 데에 조금 어려움이 있었고 연기와 스텝일을 병행하는 게 힘들긴 했습니다.

기자: 제가 알기로 여기 세 분은 각자 영화사를 차려 운영중이라고 들었는데요? 간단하게 소개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김상석: 아까도 언급했듯이 배우라는 직업은 백수에 가깝다고 봐요. 아무래도 제작과정에 있어서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게 배우잖아요? 저 역시도 배우로서의 고충을 느끼며 살아왔고 그로 인해 방황도 많이 했었습니다. 이제는 좀 더 능동적인 영화 제작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회사를 차리게 되었습니다. 회사 이름은 [심플 무비스]입니다. 현재 [별일 아니다]의 속편 격인 [그래도 괜찮아-가제]를 제작중에 있습니다.

백재호: [42]라는 이름의 회사입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그 영화에서 보면 42라는 게 인류의 궁극적인 해답이라고 나오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저 역시도 그 답을 찾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답을 찾기 위한 과정중에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김태희: 제 회사 이름은 [탐구생활]입니다. 초등학교 시절 방학숙제가 탐구생활이었잖아요? 어른이 되면 더 이상 탐구생활은 안 해도 될 줄 알았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아요. 그래도 배우는 것을 즐거워하고 공부한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습니다.. 답을 찾는 게 아니라 문제를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백재호와 김태희는 영화의 감초역할을 톡톡히 했다. 진솔한 그들의 이야기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백재호와 김태희는 영화의 감초역할을 톡톡히 했다. 진솔한 그들의 이야기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 박홍준


기자: 마지막으로 각자의 근황과 계획, 그리고 이 영화 [별일 아니다]에 대해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김태희: 저는 마로니에 축제에 참여하게 될 것 같고요, 제가 연기가 전공이라 연기도 좋아하지만 영화일을 하면서 연출이나 촬영에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운동을 했어서 직접 몸을 부딪치고 몸이 지쳐야 뭔가를 하는 느낌을 받거든요. 현재는 연극 대본도 쓰고 차기작 제작 구상도 하고 있습니다.

김은주: 촬영이 끝나고 스터디도 함께 하고 각자 단편들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는 [만신]과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작품을 촬영중입니다. 현재 대학로에서 [째째한 로맨스]를 공연중에 있는데 많이 보러 와주세요. [별일 아니다], 파이팅!

정임순: 이 영화에서 조연출 맡으면서 제작에도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래서 촬영에 임하면서 연출에 대한 욕구가 생기더라구요. 현재 연출 스터디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원래 시나리오 작가가 꿈이었거든요. 이별 이야기인데 남자와 헤어지고 난 다음에 기억상실증에 걸린 여자 귀신에 대한 이야기에요.

기자: 완성되면 꼭 보러 갈게요.

백재호: 영화라는 게 어렵다는 것을 압니다. 어렸을 적엔 영화제작이라는 작업이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을 몰랐어요. '그냥 하면 되지 않나?' 지금 생각하면 치기라고도 볼 수 있는 그런 패기로 밀어붙인 게 지금의 결과물을 낳은 것 같습니다.

김상석: 촬영하면서 어려움을 많이 느꼈거든요. 주변에서도 많이 걱정하였고.

백재호: 몰라서 용감한 것도 있었죠.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지만 오기가 생겼어요. '어떻게든 완성은 하자.' 이런 각오였습니다. 저희 또래, 혹은 저희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앞으로 하고 싶은 것 있으면 말하고 살라고. 예술이라는 것이 누군가에게 주어진 특권이 아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라는 것을. 결국 자기만의 예술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따지고 보면 예술이나 세상 일이라는 게 정말 별일 아니구나.' 라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김상석: 아쉬움이 많았던 작업입니다. 촬영, 조명 장비는 말할 것도 없고요. 특히 후반작업 때 편집은 전문가에게 맡기라는 충고도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아쉬움이 남더라도 혼자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는 작품이고 보람도 많이 느낍니다. 처음에 기획을 할 때에는 연기와 연출 병행이 쉬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힘든 작업이더라고요. 제가 경상도 사람이라 발음이나 연기 스타일에 있어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었습니다. 무대나 카메라에 대한 트라우마도 있었고요. 그러나 이 작품을 하면서 연기도 많이 나아진 것 같아요.

백재호: 관객들이 우리 영화를 가벼운 마음으로 보고, '나도 뭔가를 해볼까' 하는 마음이 생긴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저 역시도 이 작품을 통해서 한 걸음 나아간 것 같습니다. 별일 아닌 게 별일처럼 생각하면 더 힘든 것 아닌가요? 여러분! 놀지 말고 세상에 불만 갖지 말고 뭐라도 하십시오. 하다 보면 됩니다. 영화가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정임순: 애써 좋게 봐주시는 것은 아니더라도 열린 마음으로 봐주시며 좋을 것 같아요.

백재호: 저희 영화는 독립영화라기보다는 자립영화라고 불러야 할 것 같아요. 다음 영화도 마찬가지로 작은 영화이지만 더 나은 작품으로 찾아 뵙고 싶습니다.

카이노 유니: 도전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별일 아니다] 많이 보러 오세요!

 촬영에 흔쾌히 임해준 배우들

촬영에 흔쾌히 임해준 배우들 ⓒ 박홍준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들의 해맑은 영혼과 영화에 대한 열정을 읽을 수 있었다. 혼돈과 좌절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 영화가 일종의 힐링 무비가 되리라고 기대한다. 대책 없는 청춘들의 발칙한 영화 [별일 아니다]는 2월 13일 광화문 스폰지 등에서 개봉한다. 서툴긴 하지만 담백한, 그러면서도 진정성이 묻어나는 영화를 보고 싶은 관객은 꼭 한 번 보길 바란다. 또한 보다 많은 관객들이 독립영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길 바라는 바이다.

덧붙이는 글 본 기사는 스타데일리뉴스와 중복게재합니다.
별일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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