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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이 5일 오전 10시 판문점 북측지역인 '통일각'에서 시작됐다. 오전 전체회의를 앞두고 남측 수석대표인 이덕행 한적 실행위원(오른쪽)과 북측 단장인 박용일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중앙위원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이 5일 오전 10시 판문점 북측지역인 '통일각'에서 시작됐다. 오전 전체회의를 앞두고 남측 수석대표인 이덕행 한적 실행위원(오른쪽)과 북측 단장인 박용일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중앙위원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 통일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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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이 2월 20일부터 25일까지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하기로 합의했다. 이산가족 상봉은 ▲ 남북관계 복원 ▲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가동 ▲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진정성 입증 등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을 남북한 신뢰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8·15 기념사에서 처음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했다. 그후 지난 1월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이산가족 상봉을 남북관계의 첫단추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전환점이 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그동안 '프로세스'가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단팥 없는 단팥빵이었던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 합의로 남북관계의 첫단추를 꿴 만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이제 본격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출발선에 섰다. 

출발선에 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북한은 새해 들어와서 적극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섰다. 그러나 남한 정부에게 진정성이 없는 위장평화공세라고 무시 당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과거라면 남한 정부가 위장평화공세라고 일축하는 것에 대해 맞받아치면서 남북관계 악화에 기름을 부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자신의 진정성에 대해 호소하는 길을 택했다. 심지어 지난 1월 23일 북한의 국방위 성명에서는 남북관계 개선을 비롯한 북한의 중대 제안은 북한 최고지도부의 특명이라고까지 하면서 진정성을 증명하려고 했다. 자신들의 중대제안은 '노동당 제1비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최고사령관'의 특명에 따른 것이라면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가지고 있는 모든 직책을 다 걸었다. 보통 사람들이 자신의 진정성에 대해 호소할 때 "사실이 아니라면 내 성을 갈겠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화술이다. 

정부는 북한의 진정성 호소에 대해 말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합의가 정부의 요구에 북한이 호응한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우리에게 이산가족 문제는 인도주의 문제이지만 북한에게는 체제 문제라는 측면이 있다. 북한 당국에게는 이산가족들은 월남자 가족뿐만 아니라 월북자 가족까지 이른바 출신 성분이 좋지 않는 계층이다. 이산가족 상봉으로 이들을 통해서 자유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도 체제의 문제이다. 북한이 이런 부담을 무릅쓰고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요구에 호응한 것은 과거에 보기 어려운 모습인 것은 분명하다.

더구나 북한은 2월 말부터 실시될 예정인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의 중단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이번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에는 작년에 동원되었던 미국의 최첨단 전략무기들이 동원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작년처럼 미국의 첨단무기들이 동원된다면 키리졸브/독수리 훈련기간 동안에 한미 양국과 북한의 설전은 불가피할 것이다.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은 이산가족 상봉 합의 다음날인 6일 오후 "대화와 침략전쟁연습, 화해와 대결소동은 절대로 양립될 수 없다는 것을 명백히 밝힌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이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의 실시에 대해서 호락호락 넘어가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키리졸브/독수리 훈련 도중에 북한과 설전이 있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지만,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이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의 첨단무기가 동원되지 않는 한 키리졸브/독수리 훈련 동안에 남북 사이의 설전으로 상호 체면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멈출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남북화해 국면이 싹트는 시점에 미국의 첨단무기들이 동원되어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한다. 이를 위한 한미 양국의 조율이 더욱 중요해졌다.

북한은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 날짜로 제기한 2월 17일보다 3일 뒤인 2월 20일부터 25일까지 이산가족 상봉을 하기로 제기하였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2월 24일부터 시작하는 키리졸브 훈련을 문제 삼기 위해서 날짜를 이렇게 택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북한이 2월 20일에 이산가족 상봉을 시작하고 한 것은, 북한이 명절로 치르고 있는 2월 16일 김정일 생일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월 17일 김정일 위원장 2주기 추모대회 이후 김정은 체제는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다. 2년 탈상을 했기 때문이다. 2월 16일 김정일 위원장 생일은 2년 탈상 이후 맞이하는 첫 생일이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특별한 비중을 둘 것이다. 장성택 처형 이후 어수선해진 내부체제를 결속하기 위해서 지난 음력설을 평소보다 더 성대하게 치른 것과 같은 맥락이다.

북한으로서는 2월 16일 직후인 17일부터 상봉행사를 하기에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해방 이후 정비한 북한 호적은 6·25전쟁 때 대부분 손실되었다. 행정전산망도 없기 때문에 북한은 이산가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작년에 명단을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이들에 대한 연락과 교육 등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북한은 20일을 제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진정성 보이려는 북한

북한이 과거와 달리 이산가족 문제를 비롯한 남북관계에 적극적인 것은 경제발전을 위한 내부 필요 때문으로 보인다. 경제발전을 위해서 외부에서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 경제발전은 김정은 체제에서 각별히 중요하다. 북한이 내세우는 강성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경제발전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김일성 시대에 사상강국을 이루었고, 김정일 시대에 군사강국을 이루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김정은 시대의 과제는 경제강국을 건설하는 것이다. 경제발전은 3대 세습을 한 김정은 체제가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적인 과제인 것이다.

북한은 남북관계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문도 조심스럽게 두드리고 있다. 1월 말 신선호 유엔 주재 북한 대사의 기자회견을 시발로 북한의 중국, 영국, 러시아 주재 대사가 국제사회에 북한의 중대제안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잇따라 개최하였다.

하지만 남한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에도 국제사회에 대한 북한의 태도는 다소 고답적이다. 6자회담 재개를 통해서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북한의 태도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날을 세우는 데만 익숙한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실무회담을 하던 중에도 북한의 노동신문은 미국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방해책동을 하고 있다며 미국을 비난하고 있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냉각된 북미관계를 활성화하고 중단된 6자회담을 복구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산가족 상봉 이후 북한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동시발전 시킬 수 있는 접근을 해야 한다. 남북관계를 한층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산가족 상봉 이후 금강산 관광과 DMZ 국제평화공원을 연계시키는 것과 같은 북한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억류한 케네스 배 석방해야

남북한 정부는 2월 말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한중 양국 방문과 4월로 예정된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을 중요한 전환점으로 만드는 능동 외교를 추구해야 한다.

북한은 2월 16일 김정일 위원장 생일을 전후로 해서 북한이 억류하고 있는 재미 동포 케네스 배씨를 석방하는 조치를 단행할 필요가 있다. 설사 케네스 배씨가 북한의 법률을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케네스 배씨의 억류 장기화를 통해서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미국은 과거처럼 북한에 억류된 자국민을 석방시키기 위해서 카터나 클린턴 같은 전직 대통령을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이 미국 사회의 현주소이다. 

이런 상황에서 케네스 배씨의 석방은 북미 대화와 6자회담 재개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다. 북한이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조치를 취해서 남북관계를 개선시키는 동력을 마련한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케네스 배씨의 석방과 함께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능동적인 제안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1992년 전쟁위기 보도가 난무한 상황에서 김일성 주석이 서방언론을 평양에 초청하여 "미국에 낚시하러 가고 싶다"고 말했던 것과 같은 발상이 지금 북한에 필요하다. 데니스 로드먼을 평양에 초청하는 것과 같은 외교는 도리어 역효과만 낼 뿐이다.  

북한의 이러한 조치들은 시기적으로 이산가족 상봉과 맞물리게 된다. 그러면 2월 말 존 케리의 한중 양국 방문을 계기로 6자회담을 재개하는 실마리를 푸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월 말 존 케리 국무장관의 방문에서 실마리를 찾고, 4월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6자회담을 재개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한미 양국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가 중단되는 기간은 북한의 핵 능력이 강화되는 기간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내년이 '분단 70년'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상회담은 조건이 갖춰지면 할 수 있다고도 했다. 분단 70년에 한반도 평화의 기반을 만들고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남과 북이 지금 싹트고 있는 화해의 싹을 잘 키워나가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코리아연구원 홈페이지(knsi.org)에도 함께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이산가족 상봉, #신뢰프로세스, #케네스 배, #북한 진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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