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나이 40살, 불혹이다. 어떤 유혹에도 굴하지 않는다던 40대는 옛말일 뿐. 그녀들도 여자다. 어린 남자의 유혹에도 흔들리고, 나쁜 말에 상처받고 아름다운 로맨스를 꿈꾼다.

영화 <관능의 법칙>은 능력 있는 골드미스 신혜(엄정화 분), 통통 튀는 매력적인 가정주부 미연(문소리 분), 당찬 싱글맘 해영(조민수 분)의 사랑과 우정을 그리는 영화다. 이들은 "우리가 우아한 맛은 있지"라고 외치며 자신들의 일과 사랑, 섹스에 대한 속내를 표현한다.

흡입력 있는 초반, 다소 지루한 중반부...미덕은 이것

 영화 <관능의 법칙>의 한 장면

영화 <관능의 법칙>의 한 장면 ⓒ 명필름


영화의 첫 장면부터 '19금 영상'을 보는 엄마와 딸의 모습이 등장한다. 그 이후 세 여인은 자연스럽게 연인, 남편과 사랑을 나눈다. 스킨십과 노출은 필수였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들의 노출은 야하지 않았다. 그저 사랑하는 두 남녀의 사랑을 보는 느낌이었다. 이들의 사랑 표현은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

세 여자는 각자의 개성에 맞게 사랑한다. 화끈한 신혜, 솔직한 미연, 조심스러운 해영. 세 사람의 다른 사랑 방식이 관객에게 '누가 제일 너 같아?'라는 질문을 이끌어 낼 수 있을 법하다. 그들의 사랑과 우정은 20대의 것과 다를 게 없다. 조금 더 과감하고 솔직해졌을 뿐, 똑같이 열정적이고 재미있다.

중반부 무렵, 영화가 다소 지루해졌다. 신혜가 28살 연하남과 연애를 시작하면서부터였다. 40대 여자만의 관능적 요소가 길을 잃고, 20대 청춘 배우가 소화해도 될 정도의 청춘 로맨스가 이어졌다. '40대의 사랑도 20대와 다르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흔히 40대를 떠올리면 철없이 사랑에 흔들리기보다는 좀 더 성장해 있는 모습을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그녀들은 여전히 사랑에 울고 웃는 20대와 다를 바 없었다. 어쩌면 우리의 현실이 그런지도 모르겠다. 40대라면 책임감이 사랑보다 클 것이라는 막연한 관념은 자칫 영화 중반을 지루하게 느끼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싱글맘 해영, 관객의 감정이입에 결정적 역할

 영화 <관능의 법칙>의 한 장면

영화 <관능의 법칙>의 한 장면 ⓒ 명필름


영화의 정적을 깬 것은 싱글맘 해영이었다. 어린 나이부터 아이를 키운 해영은 엄마와 여자 사이에서 쉴 새 없이 흔들린다. 흔들리면서도 두 역할 모두 놓지 않는 그녀의 모습은 감동을 준다. 소녀처럼 연인에게 받은 목걸이를 딸에게 자랑하고, 딸의 건강을 위해 자신의 아픔을 숨기는 해영의 모성애가 눈물겨웠다. "내 육아는 언제 끝나는 거냐"며 사랑을 위해 딸을 다그치면서도 "엄마 괜찮아"라며 딸을 위로하는 그녀의 모습은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중년 싱글맘이었다.

해영의 남자친구 성재(이경영 분)도 감동을 더했다. 두 사람은 요란하지 않고 차분하게 사랑을 이어갔다. 해영과 성재는 항상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려 했다. 거친 아저씨처럼 보이지만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로 해영을 배려하는 성재는 사람들이 꿈꾸는 중년 남성의 전형이었다. 세 커플 중 가장 현실적으로 40대 싱글 남녀의 사랑을 그렸다.

영화 <관능의 법칙>은 가족보다는 '오래된 연인'과 함께 볼 것을 권장한다. 젊은 커플이라면 미래에 대한 고민, 중년 커플이나 부부라면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볼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조금 더 솔직하게 서로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영화라 생각한다. <관능의 법칙>은 나의 40대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예쁜 영화다.

관능의 법칙 엄정화 조민수 문소리 권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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