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면 돌아오는 성룡표 영화, 이번에는 액션보다 드라마적 요소가 강하다.

명절이면 돌아오는 성룡표 영화, 이번에는 액션보다 드라마적 요소가 강하다. ⓒ 폴리스스토리


10대와 50~60대가 함께 공감할 이야기는 많지 않다. 특히 문화·예술 쪽으로 넘어오면 더욱 그렇다. 엑소와 배호의 차이만큼 그 간극은 넓고 메우기 힘들다. 조용필 정도가 그나마 공통분모를 이끌어내는 이가 아닐까. 영화는 말할 것도 없다. 아이돌들이 배우의 자리까지 치고 들어오며 대화의 벽은 높아만 간다.

그런데 영화배우 중 한국인은 아니지만 한국인보다 더욱 친숙한 사람이 있다. 배우 성룡이다. 54년생이니 우리나이 61세, 환갑인 것이다. 할아버지부터 손자·손녀까지 모두가 웃음으로 기억할 얼굴이다. 관객들 모두 그의 영화와 함께 나이 들었고, 같이 웃으며 커온 사람들이다.

'성룡도 많이 늙었네'라는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다. 세월을 비켜설 이는 아무도 없다. 그보다는 더 이상 젊지 않은 성룡이 어떻게 작품을 만들어나가고, 변해가는 역할을 받아들이는가를 바라보는 것이 그의 영화를 추억하는 이들의 몫이 아닐까.

때만 되면 혹은 잊을만하면 돌아오는 그가 이번에는 그의 대표 시리즈물 <폴리스 스토리>로 찾아왔다. 중국개봉은 2013년이지만, 우리나라 개봉시기에 맞춰 2014라는 숫자를 더했다. 젊은 날의 패기만만했던 그가 어떻게 변했는가에 주안점을 두고 보면 좋을 영화다.

액션보단, 스릴러 드라마의 형식을 띤 <폴리스 스토리 2014>

 영화의 시작은 스스로를 내던지는 성룡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영화의 시작은 스스로를 내던지는 성룡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 폴리스스토리


영화의 시작은 강력계 종 반장으로 분한 성룡이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겨눈 채 방아쇠를 당기는 장면이다. 이는 물론 후반의 이야기와 맞닿아 있다. 평소 일에만 몰두하는 아버지가 어머니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이 원망스러운 딸 마오(경첨 분). 그 때문에 아버지를 멀리하는 딸이 안타까운 종 반장.

대화를 나누기 위해 우 클럽을 찾은 그에게 젊은이들 춤과 음악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낯설고 이해하기가 힘들다. 클럽의 주인이자 딸의 남자친구인 우(류에 분) 역시 마음에 안 들긴 마찬가지. 딸과의 대화도 내내 겉돌기만 한다.

그때 클럽이 괴한들에 의해 습격을 받는다. 탈출할 수 있었지만, 딸 때문에 인질이 된 종 반장. 알고 보니 모든 것은 우에 의해 계획 된 것이었다. 인질들은 모두 케이지에 넣어진다. 모든 일의 배경에는 5년 전 우의 여동생이 사망한 사건이 연관되어 있다. 인질들 역시 당시 사건의 현장에 있던 사람들인 것이다.

분노와 복수심에 사로잡힌 우는 당시 여동생을 살해 한 것으로 의심되는 범인을 데려오지 않으면 모두를 죽일 것이라고 협박한다. 딸은 물론 인질도 살려야 하고, 미해결 된 사건까지 풀어야하는 종 반장의 두뇌와 몸이 바빠진다.

늙었음을 인정하는 성룡의 액션, 안타깝지만 긍정의 신호

 힘겨워 하는 액션씬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성룡.

힘겨워 하는 액션씬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성룡. ⓒ 폴리스스토리


평소 성룡의 영화하면 코믹함이 묻어있는 그만의 액션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주위 기물도 적절히 이용해가며 재미와 감탄을 자아내는 '성룡표 액션'은 <취권>, <용소야> 등의 작품을 거쳐  올드 팬은 물론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까지 웃음을 주어왔다.

<폴리스 스토리 2014>에도 물론 액션은 있다. 다만 젊은 날의 그것에 비해 분량도 줄고, 몸도 예전만큼 날래지는 못 하다. 무엇보다 성룡 본인이 그 점을 가장 잘 자각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단순 웃음이 아닌 진정성이 담긴 장면으로 찍으려 했던 것 같다.

주위 모든 등장인물들이 "이제 그만 해요", "이길 수 없어요"라며 안타까워하는 장면은 극 중 인물이 아닌 관객들이 그에게 전하는 메시지 같아 보여 안쓰러움을 자아낸다. 마치 늙어버린 '록키'가 젊은 챔피언에게 두들겨 맞지만, 일어나려 애쓰는 장면과 오버랩 된다. 어찌됐건 세월을 받아들인다는 점에서는 긍정의 신호로 보인다.

동시에 영화는 액션이 아닌 스릴러 드라마가 핵심이 된다. 그 날의 증인들을 한 자리에 모은 점에서는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이, 막판까지 범인을 종잡을 수 없게 하는 면에선 <쏘우>의 이야기 구조가 떠오르기도 한다.

아직 남아 있는 성룡의 숙제, 어떤 이야기를 전할 것인가

 늘 최선을 다하는 성룡의 모습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늘 최선을 다하는 성룡의 모습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 폴리스스토리


영화는 중후반까지 제법 궁금증을 자아내며 이야기에 심취하게 된다. 이른바 성룡의 영화가 아닌 심도 깊은 추리물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난다. 다만 막판 드러나는 진실이 다소 맥없이 풀린 것 같은 아쉬움은 있다. 

작품 속에서 성룡은 더 이상 날렵한 청년이 아닌, 무거워지고 지친 몸을 지닌 아버지의 모습이다. <다이 하드> 시리즈의 브루스 윌리스가 그러하듯, 자식에게만은 어쩔 수 없는 부정이 묻어난다. 다만 부정과 액션, 스릴러 등을 한 바구니에 담으려 하다 보니 일부 이야기가 과장스러워진 면은 있다.

그럼에도 설 시즌 가족영화로는 나름대로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장면의 교차는 재빠르고, 하나의 요새가 되어버린 클럽을 중심으로 한 전개가 제법 집중력 있다. 영화 자체 스케일도 여타 오락물에 비해 뒤지지 않는 규모다. 영화 마지막, NG 장면 퍼레이드의 즐거움 역시 빠질 수 없다.

무엇보다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성룡 그 자체일 것이다. 늘 변화하려 애쓰고 온 가족이 즐거워할 이야기를 만들려 하는 특유의 진실성이 영화의 가장 큰 자산이다. 물론 그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전하느냐가 더 중요한 숙제일 것이다. 추억의 인물에 머무를지, 곁에 있는 친숙한 이야기꾼이 될 것인지 그가 안고 있는 즐겁지만 진중한 고민거리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1월 29일 개봉.
성룡 폴리스스토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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