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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지니어스 : 룰 브레이커>(이하 <더 지니어스2>)의 '에이스' 홍진호가 결국 방송 7회 만에 탈락했다. 은지원과 데스매치에서 아슬아슬한 대결을 벌인 끝에 안타깝게 떨어진 것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더 지니어스2>의 실질적 주인공이었던 홍진호의 탈락이 미칠 후폭풍이 어디까지일지 쉽게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어쩌면 <더 지니어스2>의 최대 위기는 바로 지금부터일지 모른다.

 홍진호는 <더 지니어스2>의 실질적 주인공이었다.

홍진호는 <더 지니어스2>의 실질적 주인공이었다. ⓒ TvN


홍진호 탈락, '최악의 상황' 맞은 <더 지니어스2>

그동안 <더 지니어스2>는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날을 보냈다. 4회 이은결 탈락을 시발점으로 6회 이두희 탈락에 이르기까지 각종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고, 제작진은 이를 방어하기 급급했다. 1~2% 정도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케이블 프로그램이 이토록 '사회적 이슈'를 양산하며 온종일 온라인을 시끄럽게 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더 지니어스2>에 대한 시청자들의 몰입도가 높다는 방증일 것이다.

이 와중에 자신의 주가를 최대치로 높이며 승승장구한 인물이 바로 프로게이머 홍진호다. 전 시즌 우승자이기도 한 그는 천재적인 재능과 날카로운 안목으로 게임의 필승법을 찾아내는 독보적 플레이어였고, 어떠한 위기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타고난 승부사였다. 특히 제작진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경쟁자들의 허를 찌르는 홍진호의 '결정적 한 방'은 시청자들에게 매번 큰 희열을 안겨줬다.

특히 홍진호는 4회 때부터 불거진 이른바 '파벌 논란'의 한가운데 서 있는 인물이었다. 이상민-은지원-노홍철-조유영 등이 만든 방송인 연합의 대척점에는 언제나 '비방송인' 홍진호가 존재했다. 방송인들이 게임의 승패와 관계없이 친목 위주의 게임을 하면서 이런 구도가 더욱 명확해졌고, 그 결과 파벌 논란에 반감이 있는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홍진호의 두 번째 우승을 응원하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자타공인 그는 <더 지니어스2>의 실질적 주인공이었던 셈이다.

문제는 7회 방송분에서 홍진호가 결국 탈락했다는 것이다. 물론 7회 방송분만을 놓고 봤을 때는 별다른 문제를 발견하기 힘들었다. 시즌 2 방송 이후, 가장 '깔끔하게' 진행된 회차라고 봐도 무방하다. 어찌 됐든 이상민은 게임 규칙 안에서 나름의 필승법을 만들어 무난히 우승을 달성했고, 은지원과 홍진호의 데스매치 또한 승패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기 힘든 '신의 선택'이었다. 게임 내에서는 운도 실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감정에는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허탈감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홍진호가 탈락하자마자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은 "7회 탈락자는 홍진호가 아니라 시청자"라는 글들로 도배됐다. <더 지니어스2>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던 플레이어가 예상치 못하게 하차하게 되면서 시청자들 또한 급격히 프로그램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다. 프로그램으로선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더 지니어스2> 7회 탈락자가 된 홍진호

<더 지니어스2> 7회 탈락자가 된 홍진호 ⓒ TvN


홍진호 탈락이 가져올 '후폭풍'은?

재밌는 것은 홍진호의 탈락에 제작진이 지레 겁을 먹고 '해명'에 나섰다는 사실이다. 7회가 방송되기도 전에 <더 지니어스2> 제작진은 "7회에서는 충격적 인물이 탈락한다. 그러나 친목은 없었고, 순수한 개인전이었다. 지금까지 벌어진 논란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내용을 언론사를 통해 배포했다. 홍진호 탈락의 '후폭풍'을 미리 막아보자는 일종의 자기방어 심리였을 것이다.

그러나 제작진의 바람과 달리 홍진호의 탈락이 가져올 후폭풍은 예상보다 훨씬 거셀 전망이다. 우선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파벌 논란이 다시 떠오를 기미가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탈락자들은 홍진호를 포함해 모두 '비방송인'들이었다. 방송인들은 끊임없이 홍진호를 포함한 비방송인들을 강하게 성토했고, 논란이 된 6회에서는 아예 홍진호의 오른팔 노릇을 한 이두희를 게임에서 배제함으로써 홍진호의 손발을 묶어 버리기까지 했다.

이런 마당에 7회에서 비방송인의 리더 격인 홍진호까지 탈락하게 됐으니 상황이 더욱 복잡하게 꼬여버렸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홍진호가 별다른 활약조차 하지 못하고 쓸쓸히 퇴장한 데 대한 반감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이제 남은 인물 중 비방송인은 임요환이 유일하다.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방송인 연합이 비방송인 연합을 완전히 제거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자칫 임요환까지 떨어진다면 '방송인 잔치'로 끝날 공산이 농후하게 됐다. 이는 <더 지니어스2>에게 그리 좋은 그림이 아니다.

지금까지도 문제시되고 있는 '절도 논란' 또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제작진이 인정한 것처럼 조유영과 은지원이 이두희의 신분증을 절도(제작진의 말에 따르면 '은닉')한 것은 게임의 근간을 무너뜨린 잘못된 행동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남은 방송분에서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은 채 살아남았고, 심지어 은지원은 홍진호를 떨어뜨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잘못을 저지른 플레이어가 시청자들과 심리적으로 가장 가까웠던 플레이어를 '제거'했다는 것은 이루 말하기 힘든 찝찝함을 자아낸다. 물론 녹화 방송이기 때문에 제작진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대중이 느끼는 감정이란 것은 제작진의 사정까지 고려할 만큼 이성적인 것이 아니다. 제작진 스스로 "전적으로 제작진의 불찰"이라고 한만큼 지금의 상황 또한 어쩔 수 없이 그들이 짊어져야 할 십자가다.

현재 <더 지니어스2>는 단 5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앞으로 놓인 숙제는 허탈감과 아쉬움으로 가득한 시청자들의 마음을 어떤 식으로 어루만져야 할 것이냐다. 지금껏 그래 왔듯 파벌과 절도, 친목과 꼼수로 얼룩진 게임방식으로는 더이상 승부를 보기 힘들다. 근본적인 혁신과 자기반성이 철저하게 이행되지 않는 한 한 번 돌아선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려세우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프로그램의 실질적 주인공을 '잃은' 지금, 과연 <더 지니어스2> 제작진은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을까. 너무나도 큰 홍진호의 빈자리를 <더 지니어스2>가 어떻게 채워나갈지 애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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