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방송된 SBS <별에서 온 그대>의 한 장면. 천송이(전지현 분)가 탄 관람차를 바라보는 도민준(김수현 분).

▲ 8일 방송된 SBS <별에서 온 그대>의 한 장면. 천송이(전지현 분)가 탄 관람차를 바라보는 도민준(김수현 분). ⓒ SBS


외양은 멀쩡한 지구인 남자다. 훤칠한 키, 조막만하며 잘 생긴 얼굴, 흐트러짐 없는 헤어스타일에 깔끔한 슈트 차림을 즐겨하는 외계인 도민준(김수현 분)은 400년 이상을 지구에 머물면서 10년씩 신분을 세탁하며 되도록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살았다. 그의 존재를 아는 이는 그의 신분 위장을 돕는 장영목 변호사(김창환 분) 뿐. 도민준은 대우주의 역사에 비해 지구인의 생애가 보잘 것 없이 짧다는 것을 알기에 웬만하면 지구인 친구를 두려 하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변하기 시작했다. 그를 변화시킨 지구인은 한류스타 천송이(전지현 분). 천방지축 성격에 백치미를 보너스로 겸비한 엉뚱 발랄 처자가 그의 옆집으로 이사 오면서 천편일률적이었던 도민준의 지구 생활기에 일대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도민준은 천송이를 400년 전 지구에 불시착 했을 때 만난 소녀의 재림으로 의심하고 있다. 아니, 천송이가 그 소녀이기를 바라고 있다. 초지일관 냉정한 태도로, 쌀쌀한 말투로 천송이와 벽을 쌓았던 그가 어느 순간부터 그녀를 위험에서 구해주고, 그녀의 속을 달래주었던 건 점차 그의 의심이 확신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8일 방송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도민준은 '지구인스러워'져버린 감정에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이에 따라 행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휘경(박해진 분)의 프러포즈를 받은 천송이가 어떤 대답을 할 지 두려워 잠시 시공간을 멈춰 세우고, 이에 질투하듯 돌연 매니저 역할 거부 선언을 했다가 천송이의 간절한 눈빛을 읽고는 못 이기는 척 이를 받아들인다.

매력 있는 남자의 조건은 능력이라 했던가? 그는 자신의 특화된 능력인 초능력을 송이에게 뽐내 듯 과용했다. 게장 뜯어먹던 손을 닦으려는 송이 곁으로 티슈를 옮겨 놓고, 팬이 보냈다는 곰 인형 눈에 숨어있던 감시 카메라를 찾아냈다. 그녀 머리 위를 겨냥한 어항을 보고는 순간 이동해 그녀를 구해냈으며, 그녀를 태운 채 벼랑 끝으로 달리던 차를 두 팔로 멈춰 세웠다. 지구인의 삶에 관여하지 않겠다던 그는 자신도 모르는 감정에 이끌려 그녀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외계인 도민준은 자기 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도민준(김수현 분)이 초능력을 발휘해 천송이(전지현 분)가 탄 차를 멈춰 세우고 있다.

도민준(김수현 분)이 초능력을 발휘해 천송이(전지현 분)가 탄 차를 멈춰 세우고 있다. ⓒ SBS


외계인도 '사랑'으로 변할까? 외계인도 '사랑'이란 감정을 느낄까? 우리가 외계인을 떠올리며 한 번도 품어보지 못했던 이 의문들에 대한 답을 도민준이라는 인물이 자연스레 풀어내고 있다. 그는 불과 두 달 남짓 남은 지구 생활의 끝에서 사랑을 만났다. 그리고 그 사랑으로 점차 지구인이 되어 가고 있었다.

식사는 혼자 식탁에서 해야 한다는 그의 고루한 철칙은 그녀와 TV를 보며 게딱지에 밥을 비벼먹기 시작하며 깨졌다. 장 변호사가 그렇게 사라고 했던 휴대전화를 꿋꿋이 사지 않고 삐삐로 연명하던 그는 천송이의 한 마디에 제일 잘 터지는 휴대전화를 구입하고는 이를 자랑하기까지 한다. 언제 휴대전화 사용설명서를 들춰봤는지 단축번호 1번에 그녀의 번호를 저장한다.

'먹방'에 대비한다며 식사 메뉴 회의를 하자는 그녀의 엉뚱한 소리에도 일일이 대꾸해주며, 냄비우동이 당긴다는 그녀의 한 마디를 기억하고는 50년 전통의 냄비우동을 포장해간다. 겉으로는 툴툴거리지만 민준은 그녀가 원하는 것은 뭐든 해주고 그녀의 행동양식에 자신을 맞춰준다. 이런 외계인을 어떤 지구인 여자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추위를 느끼지 못했던 도민준이 추위를 느끼기 시작하는 것, 어쩌면 그것은 그가 점차 지구인이 되어 가고 있다는 증거인 동시에 자신의 고향 행성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는 복선일지 모른다. 예상하건대 도민준과 천송이는 한동안 자신의 감정을 사랑이라고 믿지 못할 것이다. 애써 부정하거나 서투른 태도를 취할 것이다. 두 인물 모두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별에서 온 그대>가 던지는 '별에서 온 그대는 자신의 별로 돌아갈 수 있을까?'란 근본적 질문은 '외계인도 지구인처럼 사랑으로 변할까?'와 같은 의미다. 천송이처럼 빈 구석이 있는 아가씨에게 400년의 연륜, 각종 전문 지식, 초능력까지 섭렵한 도민준은 그녀의 빈 구석을 채워줄 수 있는 구세주며 수호천사다. 시청자들은 이들의 사랑이 두 달 남짓의 인스턴트가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도매니저! 제발 지구에 남아줘!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jksoulfilm.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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