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일일드라마 <루비반지>에서 언니 정루비의 얼굴로 살고 있는 정루나(이소연 분).

KBS 2TV 일일드라마 <루비반지>에서 언니 정루비의 얼굴로 살고 있는 정루나(이소연 분). ⓒ KBS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했던가. 얼굴을 잃고, 사랑하는 남자를 잃고, 인생마저 송두리째 잃어버린 여자는 복수의 칼을 갈았다. 그리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너무나도 착했던 사람이기에 스스로 "괴물이 되고 있다"고 말하며 괴로워했지만,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다른 누군가가 감정을 자극했다.

25일 방송된 KBS 2TV 일일드라마 <루비반지> 86회에서 정루비의 얼굴로 사는 정루나(이소연 분)는 자신이 옷을 벗는 동영상을 유포한 정루비(임정은 분)에게 찾아가서 기자회견을 종용했다. 정루나는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려고 했지만, 인터넷에 동영상이 등장하면서 파문의 주인공이 됐다. 이 영상은 정루비가 올린 것이었다.

남편인 배경민(김석훈 분)에게도 믿음을 사지 못한 정루나는 정루비에게 "어차피 경찰이 널 찾아내서 구속할 테니, 그전에 양심선언 기자회견을 하라"면서 동영상이 조작됐다고 말하라고 했다. 그러나 독기를 품은 정루비는 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이미 모든 진실을 밝히기로 작정한 정루비에게 정루나의 회유는 먹히지 않았다.

교통사고로 페이스 오프...운명까지 바뀌었다

정루비와 정루나의 운명은 교통사고로 뒤바뀌었다. 교통사고 당시, 배경민이 선물했던 루비 반지와 옷을 정루나가 입고 있었던 게 화근이었다. 사랑했지만 비전이 없다고 느꼈던 남자 나인수(박광현 분)의 아이를 가졌던 정루나는 얼굴을 심하게 다친 교통사고를 빌미로 언니 정루비와 인생을 확 바꿔버렸다. 재벌가의 사모님이 되었고, 정치인의 뜻을 품게 되었다.

배경민까지 속이고 결혼에 성공했지만, 정루나의 얼굴이 된 정루비의 기억이 점차 돌아오면서 완전 범죄인 줄만 알았던 사건에는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여기에다가 운명을 바꾸기 전에 사귀었던 나인수가 그 정체를 알아보면서 비밀을 아는 사람은 점점 늘어났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했던 셈이었다.

이제는 엄마 유길자(정애리 분)마저 정루나의 행각을 알게 되었다. 루비인 줄 알았던 아이가 사실은 루나이고, 루나인 줄 알았던 아이가 루비라는 현실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엄마는 정루나의 욕망이 점차 커졌고, 자기 외에는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상황이 되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 나섰다. 그러나 정루나는 아직도 현실을 부정하고 있었다.

끝도 없는 인간의 욕망...그러다가 크게 다친다

<루비반지>는 180도 다른 자매의 '페이스 오프'라는 설정을 내세웠다. 생사에 기로에 선 상황에서 운명을 바꾸고, 철저하게 자신의 욕망만을 바라보며 사는 정루나의 모습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다 보니 입만 열면 거짓말이고, 그 거짓말은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더 큰 거짓말로 모면하려고 한다.

<루비반지>는 인간의 그릇된 욕망을 잘 보여준다. 일반적인 일일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자극적이고, 상식적이지 않은 설정이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지만, 드라마는 정루나가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선택을 하게 됐는지를 다루면서 그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어린 시절부터 심각한 열등감에 시달렸고, 이것이 지독한 콤플렉스가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드라마의 결말은 '권선징악'으로 향해 가겠지만, 바닥까지 탈탈 털릴 것을 알면서도 정치인의 꿈만 바라보며 돌진하는 정루나의 모습이 황당하면서도 동시에 안쓰럽다. 콤플렉스만 붙잡고 살아가기엔 너무나도 아까운 인생 아닌가. 또 하필 동생으로 인해 삶이 산산조각난 정루비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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