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성규 감독 살아생전 촬영현장의 이성규 감독 모습

▲ 故 이성규 감독 살아생전 촬영현장의 이성규 감독 모습 ⓒ 이성규

'오래된 인력거'의 감독이신 이성규 감독(50세)이 간암으로 지난 13일 새벽 운명을 달리했다.

사실 개인적으로 아주 친한 분은 아니지만 언제나 멀리서 응원했고, 필요한 것이 있다면 돕고 싶었던 분이다. 투병 중이라는 것은 페이스북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이리 갑자기 운명을 달리할 줄은 몰랐다.

이성규 감독과 인연은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 인권영화제에서 인도 비하르 지역의 계급제에 의한 학살을 다룬 다큐멘터리 <보이지 않는 전쟁-비하르 리포트>를 보고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게재하면서 그분을 알게 됐고, 그 이후로 간혹 뵈었다.

언제나 독립 제작PD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거대 방송사의 횡포에 맞서 싸우는 중이었고, 그러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데 열심이었다.

춘천 KBS에서 방송작가를 하기도 했으며, 그 이후 지상파 방송사의 외주 다큐멘터리 연출로 상당히 정평을 날렸다.

보이지 않는 전쟁-비하르리포트 비하르 리포트의 한장면

▲ 보이지 않는 전쟁-비하르리포트 비하르 리포트의 한장면 ⓒ 이성규

특히 내가 본 다큐멘터리 중에서 KBS <일요스페셜>을 통해 방영되었던 '나이나와 싱카르의 시네마 천국'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한 해 1천 편이 넘는 영화가 제작되는 인도라는 나라에는 가난한 삶 속에서도 은막의 스타를 꿈꾸는 어린 청춘들이 있었고, 그들의 이야기를 아주 깔끔하게 담아낸 작품이었다.

영상미도 남달랐다. 그는 그렇게 인도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감독이었다.

2006년 9월 그는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갈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KBS 일요스페셜을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후세인과 샬림의 캘커타 스토리'는 이 감독에게는 참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었다.

그는 방송 이후 HD편집상의 문제 등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며 자신의 웹하드에 이 작품을 올려 여러 사람들이 다운 받게 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이 작품의 촬영은 그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극장용 장편 다큐멘터리 '오래된 인력거' 포스터

극장용 장편 다큐멘터리 '오래된 인력거' 포스터 ⓒ 이성규


마침내 2012년 초 <오래된 인력거>라는 다큐멘터리가 극장에서 개봉되었다. 이 작품은 개봉 전에 몇번의 시사회를 가졌으며 나는 그 시사회에서 처음 그들의 이야기를 접했고 다큐멘터리 속의 피사체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이 감독의 모습 속에서 다큐멘터리스트로서의 그의 휴머니즘적 세계관을 보았다.

그의 글도 나에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페이스북에 올라 오는 장문의 그의 글들은 사실 사회학을 전공한 나로서도 이해하기 힘든 아주 철학적인 내용들도 담고 있었다. 때로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때로는 정치적 이슈에 대해, 때로는 예술과 철학에 대해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쏟아 내었고 그의 글들은 바쁜 일상에 잊고 있던 우리 사회와 인간의 삶에 대해 나로 하여금 다시고민케 했던 것 같다.

그는 행동하는 다큐멘터리스트였다. 특히 방송프로그램의 외주제작 시스템에서 언제나 약자에 서있는 독립제작PD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헌신했다. 독립제작사에서 방송프로그램을 연출하는 독립제작PD들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탄생한 한국 독립PD협회 초대 회장을 지냈으며 그는 언제나  거대방송 권력에 맞서 당당한 독립PD의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이제 그는 떠났다. 간암 소식을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결국 어제 새벽 운명을 달리했다. 페이스북에 자신의 투병 상황을 담담하게 올리기도 하기에 나는 이런 의지라면 어떤 병마라도 그의 의지를 꺽지 못할 것 같았는데…. 아무래도 내가 예상한 것보다 심각한 단계였던 것 같다. 간혹 이런 저런 대체요법에 대해 페북의 답글을 통해 전해드렸는데 그정도로 병마에 대적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지 그는 담담히 고맙다는 말만 전해왔었다.

2012년 그는 나에게 한편의 극영화 시놉시스를 보내왔다. 제작비에 대한 투자 검토 요청이었다. 내가 근무하는 회사가 TV영화를 몇편 제작해서 방송을 했기에 적극 검토했다. 하지만 예산과 타깃 시청층이 맞지 않아 결국 그에게 좋은 결과를 전해 주지 못했던 것이 참 아쉽다. 그러나 그 이후 그의 행보를 지켜보니 결국 그는 제작을 강행했고, 그 이후 페북을 통해 전해지는 그의 고전분투소식은 정말 경탄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그 영화가 바로 12월 19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시바, 인생을 던져>이다.

이성규 감독 장례식 안내 한국독립PD협회장으로 치뤄지는 이성규 감독의 장례식 안내

▲ 이성규 감독 장례식 안내 한국독립PD협회장으로 치뤄지는 이성규 감독의 장례식 안내 ⓒ 한국PD협회


그가 첫 장편 극영화의 개봉을 바로 앞두고 운명을 달리함에 따라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에는 애도의 물결이 넘치고 있다. 글들을 보면 그를 평소 잘아는 지인들뿐만 아니라 그의 활동에 응원을 보내던 많은 분들이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나도 그를 애도 하는 여러 글들에 고인의 명복을 비는 댓글을 남겼다. 하지만 한 번쯤 병문안이라도 갔어야 하는 후회를 지울 수는 없어 너무 안타깝다. 페북을 통해 가끔씩 나이에 비해 늦게 두어 더욱 애틑했던 딸아이들에 대한 아빠의 사랑 이야기를 전해주기도 했었는데 그 이야기들을 떠 올리니 마음이 더욱 아파온다.

이제 그는 다른 세상으로 떠났지만 그가 살아 생전 이루려했던 염원들을 남은 이들이 잘 이어가리가 믿어 본다. 그의 장례식은 한국 독립PD협회장으로 치루어지고 있으며 장례식장은 그의 고향인 춘천시 강원대 병원에 마련되었다.(발인 12월15일 오전 8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 www.degadocu.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이성규 다큐멘터리 오래된 인력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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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채널에서 교양다큐멘터리를 주로 연출했, 1998년부터 다큐멘터리 웹진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운영. 자연다큐멘터리 도시 매미에 대한 9년간의 관찰일기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16년 공개, 동명의 논픽션 생태동화(2004,사계절출판사)도 출간. 현재 모 방송사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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