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상속자들>의 김탄(이민호 분).

SBS 수목드라마 <상속자들>의 김탄(이민호 분). ⓒ SBS


SBS 수목드라마 <왕관을 쓰려는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이하 <상속자들>) 속 김탄(이민호 분)과 최영도(김우빈 분), 유라헬(김지원 분) 등 제국고 아이들은 평범한 땅이 아니라 구름 위를 딛고 살아가는 사람들 같았다. 부모의 직업에 따라 다른 학생들을 차별하는가 하면, 공부보다는 부모의 회사를 잘 물려받는 일에 신경을 썼다.

시청자들은 이런 설정 때문에 제국고 아이들을 현실이 아니라 판타지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종영을 1회 앞둔 <상속자들>은 달랐다. 마냥 어린 줄만 알았던 18살 아이들은 조금씩 자랐다. 상대의 아픔을 그저 들쑤시기에 바빴던 아이들은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됐고, 서로를 감싸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됐다.

버거운 현실, 그래도 버텨야 '상속자'가 된다

11일 방송된 <상속자들>에서 김탄과 차은상(박신혜 분)은 비교적 해피엔딩을 맞았다. 부모들에게 교제를 완전히 허락받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적극적인 방해는 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의 문턱을 넘은 김탄 앞에 또 다른 산이 등장했다.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면서 형 김원(최진혁 분)과 힘을 합쳐 제국그룹을 지켜야 했다.

김탄처럼 고민하는 아이는 또 있었다. 최영도였다. 아버지의 호텔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최영도의 앞날은 한치 앞을 알 수 없게 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마지막 기회에 엄마를 잡지 못하고 김탄을 원망하며 그와 원수처럼 지냈던 최영도는 엄마를 찾기 시작했다. 엄마를 그리워했지만, 막상 엄마의 소재를 알아내고도 쉽게 찾아가지 못하는 최영도의 모습은 안타깝기만 했다. 

정략적으로 약혼한 김탄을 좋아했지만, 끝내 파혼당한 유라헬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유라헬의 엄마 역시 파혼했다는 소문이 돌자, 그에게 쉽게 다가가지도 못했던 아이들은 점차 그를 무시하기 시작했다. 동병상련의 아픔을 가진 최영도만이 유라헬을 위로했다. 버거운 무게지만, 이들은 저마다 주어진 왕관의 무게를 어떻게든 견디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지독한 성장통 겪은 아이들...부모들과는 확실히 달라져

'상속자들'이 상속자이기 이전에 고등학생으로 살지 못했던 건 평범하지 않은 주변 환경 때문이었다. 이들이 속한 세계는 제국고등학교 이사장의 말마따나 "밟고 밟히고, 내가 올라가기 위해 누군가를 끌어내리는 욕망의 세계"였다. 이런 환경은 상속자들에게 지독한 성장통을 겪게 했다. 반면에 이들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는 장점도 있었다.

부모들은 자기가 쥐고 있는 부와 명예를 물려주기 위해 자식들을 끊임없이 단련시켰다. 부모들은 자신이 정해주는 방식에 아이들이 따르기를 바랐고, 또 강요하려고 했지만 아이들은 부모의 방식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그 방식을 맞췄다. 사랑하는 여자 차은상의 남자 친구와 제국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이라는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소화하려고 노력했던 김탄이 대표적이다.

시작은 철부지들의 장난 같았지만 이들이 성장한 모습을 보면 오히려 이 방법이 옳았음을 느낄 수 있다. <상속자들> 속 아이들은 세상에 목표로 향하는 수많은 길이 있다는 것을 시청자에게 깨닫게 해줬다. 종영까지 한 회만을 남긴 이때, 각각 주인공의 결말보다 달라진 아이들이 그려갈 세상이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상속자들 이민호 김우빈 박신혜 김지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