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예쁜 남자>의 최다비드(이장우 분)와 김보통(아이유 분).

KBS 2TV <예쁜 남자>의 최다비드(이장우 분)와 김보통(아이유 분). ⓒ KBS


<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KBS 수목드라마 <예쁜 남자>는 왜 높은 시청률을 올리지 못하고 있을까. 흔한 막장의 요소도 별로 없고, 요즘 보기 드물게 착한 드라마인데 말이다. 그러나 시청률과는 별개로 온라인에서는 많은 팬들이 이 드라마를 응원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귀 쫑긋하게 만드는 밉지 않은 가르침

만일 정규교육을 모두 마친다고 하면, 우리는 일생의 1/3 가량을 무언가를 배우고 또 배우게 된다. 배움처럼 좋은 것은 별로 없다고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남을 가르치려 드는 사람은 기피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며, 영화나 드라마에서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것 또한 별로 선호되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예쁜 남자>, 이 드라마가 자꾸만 뭔가를 가르치려 한다. 아주 대놓고 돈이란 것이 뭐니, 자충수의 뜻이 뭐니, 뇌물과 선물의 정의가 뭐니 하며 우리를 자극하고 있는 것. 만화가 원작이니 병맛과 발칙한 상상, 깜찍한 연애 같은 것들만 난무할 줄 알았더니 이건 뭔 일인가.

감히 시청자들을 가르치려 하다니, 혹시 그것이 시청률이 높게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애초에 엄숙한 가르침을 얻으려 드라마를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말이다.

물론 애초에 이럴 것이라고 짐작 못한 것은 아니었다. 독고마테(장근석 분)가 수많은 여자들을 만나게 되면서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스토리 구조가 이미 나와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즐기려 보는 드라마에서 뭔가 자꾸 의미를 드러내려 하면 재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렇게 대놓고 늘어놓는 가르치려는 대사에 이상하게도 귀를 쫑긋하게 된다는 점이다. 대사를 통해 흘러나오는 메시지가 너무 명료하고 직설적이어서 거부감을 가지게도 되련만, 웬일인지 조심스레 경청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곤 한다.

그것은 뭔가 '거창한 것이 아니어서'라는 이유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전 인류나 국가에 보탬이 되는 거룩하며 거국적인 것들이 아니고, 돈이나 사람들에 대해 우리가 평소 생각하고 있었던 것들과는 조금은 다른 시각을 보여주기도 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소한 방법들에 대해 독특한 시각으로 어렵지 않게 보여주니 자연히 흥미를 끌게 된다는 것.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향연, 시청률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 이루길

'예쁜 남자' 양말공장 사장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애쓰는 독고마테.

▲ '예쁜 남자' 양말공장 사장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애쓰는 독고마테. ⓒ KBS


<예쁜 남자>는 이런저런 면에서 아주 착한 드라마다. 직설적으로 교훈을 드러내지만 어색하지 않고, 극악한 악역, 갈등이 없어 크게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결코 녹록치 않을 것임은 분명해 보이지만, 그러한 기본적 틀이 막무가내로 어그러질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예쁜 남자>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인물들의 캐릭터가 저마다 살아 숨 쉰다는 것. 김보통(아이유 분)의 톡톡 튀는 발랄함과 순수함, 이중적 매력이 빛나는 독고마테의 개성, 어눌해 보이지만 나름의 인생철학을 갖춘 최다비드(이장우 분), 철의 여인 나홍란(김보연 분), 신비의 여인 홍유라(한채영)는 물론, 독고마테의 여자들(?)도 한결같이 독특한 개성과 강한 독립성을 뽐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예쁜 남자>의 5% 내외의 낮은 시청률은 조금은 의외이며 아쉽게 생각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 또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이 드라마에는 얽히고설킨 출생의 비밀도 별반 없고, 안타까움에 가슴을 부여잡게 만드는 진한 멜로도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비장의 무기랄 수 있는 독고마테와 김보통, 최다비드의 삼각관계는 애달프기는커녕 귀엽고 어설프게만 느껴진다. 그런 상태에서 높은 시청률이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일 수도 있다.

대신 이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은 자신들의 목표가 생기면 최선을 다하고, 삶에 도움이 된다면 그 어떤 것에서라도 교훈을 얻으려 애쓰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무모하리만치 헌신적이며, 그것에 대한 대가는 절대 바라지 않는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재미가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예쁜 남자>에는 폭발적 재미도, 엄청난 서스펜스와 스릴도 없으며, 쥐도 새도 모르게 빠져들게 만드는 블랙홀 같은 마력도 없지만, 최대치는 아니라 해도 적정선의 재미와 감동은 늘 보장이 되는 편이다. 그것이 시청률로 보상이 되는 날이 과연 올 수 있을 것인가? 왠지 그런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예쁜 남자>가 요즘 보기 드물게 '괜찮은' 드라마임에는 분명하니까.

예쁜 남자 아이유 이장우 장근석 한채영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