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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예능이 대세다. 그러한 프로그램들은 연예인들과 그 가족들의 일상을 편안하게 보여줌으로서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러움을 느끼게 만듦과 동시에 친근감 등도 함께 조성한다는 특징이 있다.

KBS 주말예능 <인간의 조건>은 그런 가운데서도 조금은 독특한 포맷을 자랑하고 있다. 멤버들의 자연스러운 일상은 물론, 매번 바뀌는 과제를 통해 공익적인 목표까지도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고 있는 것.

그간의 <인간의 조건>의 과제들을 살펴보면, '전기 없이 살기', '자동차 없이 살기', '돈 없이 살기' 등의 극한의 주제를 다룬 것들이 많다. 덕분에 때로는 그런 것들이 '없어도 살 수 있다'라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꼭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어떠한 일에든 사소한 결점은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것은 사람들의 생각, 실제 생활, 관점의 차이에서 오는 것들로 볼 수도 있다. 그러한 것들을 논외로 한다면, <인간의 조건>이 제시하는 '삶의 조건'들은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봤음직한, 그러나 쉽게 지나쳐버리기 쉬운 것들로 구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조건' 동네에서 마을잔치를 벌이는 멤버들의 모습.

▲ '인간의 조건' 동네에서 마을잔치를 벌이는 멤버들의 모습. ⓒ KBS


이웃과 친해지기? 언뜻 쉬워 보이지만 무척 어려운 주제

<인간의 조건>의 지난 몇 주간의 과제는 바로 '이웃의 도움으로만 살기'였다. 이번 과제 또한 여태와 마찬가지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개인주의가 나날이 팽배해가는 요즘, 프라이버시의 보장에 관한 문제가 상충하는 일들이 곳곳에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웃과의 교류는 누군가에겐 이상향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매우 번거롭고 구시대적인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문제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에게는 그 일이 총론에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설레설레 고개를 젓게 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바로 앞집, 윗집 등에 누가 사는지도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관심사라고는 층간 소음, 주차 전쟁 등, 분쟁으로 이어질만한 것들이 대부분인 상태의 현대 주거문화에서 이번의 과제는 사실 조금 버거운 것이라 할 수도 있다.

우리의 주거형태가 대부분 아파트로 바뀌면서 그 생소함은 더욱 깊게 느껴지는데, 그것은 실제 방송에서도 현저히 드러났다. 단독주택이 많은 주거지, 그리고 아파트의 행사에서 주민들의 참여도가 현저히 달랐던 것.

물론 화려한 볼거리가 많았던 전자와 단 두 명의 멤버로 이루어진 후자의 경우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겠다. 그러나 오르내리기가 용이하냐 아니냐를 생각한다면 주거의 형태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간의 조건' 과제 수행후 소감을 나누는 멤버들의 모습.

▲ '인간의 조건' 과제 수행후 소감을 나누는 멤버들의 모습. ⓒ KBS


선의의 과제들, 프로그램의 존재이유 확고하게 해

과제 수행 중 멤버들은 폐지를 주워 생활한다는 92세의 할머니 등, 혼자 사는 노인들을 방문했다. 쪽방에서 생활하는 그들의 의식주는 남루하기 그지없었다.

누군가의 보살핌이 없으면 생활이 곤란한 그들에게 선물을 들고 등장한 멤버들의 깜짝 방문은 일회성의 이벤트일 수밖에는 없다. 그들이 가고 나서도 여전히 쪽방은 어두운 전등에 의지할 수밖에는 없을 것이고, 냉장고도 없는 열악한 환경 또한 여전히 그 개선점을 찾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것에 대해 이웃의 이름으로 그들을 방문한 멤버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지속적인 것이 되기 어려운 이웃의 힘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 지점은 사회가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을 필요로 한다.

집밖에는 그렇듯 수많은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우리가 의도적으로 외면하든, 아니면 정말로 모르고 있든 말이다. 사회생활은 최소한의 활동반경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런저런 복잡한 일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지만, 우리는 현관문을 걸어 잠그는 순간 그러한 문제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 된다.

그러나 이웃과의 교류 등의 총론에는 찬성, 각론에는 반대, 혹의 그 반대의 경우라 하더라도, 누구도 쉽게 부인하기 어려운 것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어떤 식으로든 사람들은 서로의 온기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다. 동네 집들의 담 너머 서로의 생활을 훤히 알 수 있었던 그 시절의 소통을 지겹게 여길 수는 있지만, 그 온기만은 다들 그리워하고 있지 않을까.

<인간의 조건>은 원시적이고 불편하고 뭔가 세련되지 못했던 시절을 자꾸만 상기시키곤 한다. 그러나 그것은 때로는 불편할지라도 그 의도하는 바가 확실하다는 점에서 참으로 유의미한 일이 된다.

이 프로그램의 존재이유 또한 그래서 더욱 확실해진다. 그 의도가 가끔 어긋나 부작용을 겪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과제의 선의만은 늘 빛난다는 것. 그것은 철학 부재의 시대에 요긴하며 청량한 생각거리를 제공하곤 한다. 그것이 바로 <인간의 조건>의 건투를 빌게 되는 이유다.
 


KBS 인간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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