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흉터>의 포스터

연극 <흉터>의 포스터 ⓒ 극단 지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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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아물게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낫는 것을 포기하는 것. 연극 <흉터>에서 재용과 동훈은 대학교 때부터 우정을 쌓아왔다. 그리고 그들의 추억엔 등산과 지금은 죽고 없는 지은이 함께한다.

정확히 8년 뒤, 지은을 사고로 잃은 바로 그 산에 재용과 동훈이 오른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재용의 마음 한구석엔 항상 지은에 대한 미안함이 '흉터'로 남아 그를 괴롭힌다. 동훈의 말마따나 흉터를 낫게 하는 방법은 기억에서 그 일을 지우는 것이다. 

산에 오르다 다리를 다친 재용은 몸이 아파서인지 자꾸 헛소리를 한다. "네가 그 말만 안 했으면 다 죽지 않았을 거 아냐"라든지 "네가 그런 말만 안 했어도…, 미안… 미안해…"라고 동훈에게 절을 한다. 산장에 들어와 쉬는 동안에는 죽은 지은을 봤다고 한다. 동훈에게 그런 재용은 약해빠진 놈일 뿐이다. 그래도 동훈은 배낭을 당장 찾아달라고 소리 지르는 재용의 요구대로 배낭을 찾아 춥고 으스스한 밖으로 나갈 정도로 배려심이 깊다.

재용은 동훈이 돌아오자마자 배낭을 낚아채며 계속 이상한 모습을 보인다. 상처를 봐주는 동훈을 배낭에서 빼낸 칼로 찌르려고도 한다. 이쯤 되면 재용은 사이코패스 수준이다. 동훈은 이런 재용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재용은 동훈이 산장 밖으로 나가 혼자 있을 때마다 한 편의 공포극을 본다. 서랍이 열리고, 그릇과 걸려 있던 손수건은 떨어진다. 이 공포극 사이로 8년 전 지은이 죽은 그 시점이 보인다. 재용은 사이코패스가 아니었다. 재용이 실성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이성적이고 선하게 보이던 동훈에 대한 비밀도 하나씩 풀리면서 긴장은 극에 달한다. 성공을 우선시하며, 오랜 고시 준비를 접고 작은 회사에서 일하는 재용을 힐난하는 동훈의 모습은 약과다. 원장의 딸과 잘해보고자 여자친구인 지은의 임신 사실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실수였다"며 지우라는 독한 동훈의 모습에 비하면 말이다.

나쁜 것은 빨리 배운다더니 지은은 재용에게 똑같은 상처를 준다. 동훈에게 받은 상처를 위로하던 재용과 하룻밤을 보낸 것을 "실수"라고 칭한 것이다. 동훈이 없었다면 친구 축에도 끼워주지 않았을 거라는 독한 말로 재용을 괴롭히는 지은도 동훈과 다를 바 없다.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말들은 돌고 돈다. 

친구들을 늘 배려하고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만 달고 살던 재용의 폭발이라니. 이렇게 세 친구의 우정은 그날로 끝을 맺었다. 70분간의 치열한 공포와의 싸움 끝에 재용이 맞춰야 할 퍼즐은 딱 하나 남았다. 이 퍼즐까지 맞추고 나면 왜 자신이 지은의 환상에 시달리게 되었는지에 대한 답이 나온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지현 시민기자의 블로그(http://blog.daum.net/journal02, http://blog.naver.com/journal02)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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