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전 실전무대였던 쇼트트랙 월드컵 대회(9월26일~11월17일)가 모두 막을 내렸다. 그 결과, 4차례의 월드컵에서 여자는 최고의 성적을 냈지만, 남자는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했다.

 여자 쇼트트랙 팀이 월드컵 1-3차 대회에서 모두 3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절정의 기량을 보여줬다. 사진은 2차 월드컵 계주에서 모습

여자 쇼트트랙 팀이 월드컵 1-3차 대회에서 모두 3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절정의 기량을 보여줬다. 사진은 2차 월드컵 계주에서 모습 ⓒ 박영진


여자 쇼트트랙, 성적으로 말한 최강 드림팀

여자 쇼트트랙은 월드컵 1~3차 대회까지 500m를 제외한 전 종목(1000m, 1500m,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휩쓸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역대 올림픽 역사상 최고의 팀으로 기대해 볼 만하다는 평가를 받은 여자 쇼트트랙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성적으로 모든 것을 말해줬다.

SBS 쇼트트랙 안상미 해설위원은 19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여자 선수들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면서 "여자 계주에서까지 완벽한 조직력을 보여줬다, 4차 대회에서 약간의 빈틈을 보이긴 했지만, 선수와 코치들이 잘 알 것이다,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끝난 4차 대회에서 여자 선수들은 3차 대회에 비해선 약간 주춤했다. 1500m에서 심석희(세화여고)가 금메달을 따냈고, 이전까지 금메달 행진을 한 1000m에선 김아랑(전주제일고)이 은메달, 3000m 계주에서도 중국에게 올 시즌 처음으로 1위를 내주고 은메달을 따냈다. 그동안 팀플레이가 많았던 여자 팀은 이번 4차 대회에선 심석희, 김아랑 등 신예 선수가 홀로 결승전에 출전하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세계 최정상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이어도 아직까지 경기운영 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있었다.

안 위원은 "여자 선수들의 1~3차 성적이 워낙 뛰어나 4차 때도 기대감이 컸었다, 그러나 쇼트트랙은 변수가 많은 종목이고, 4차대회에서 선수들이 빙질에 적응하기 어려워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경기 중간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것이 조금씩 보였는데, 이런 부분이 공부가 됐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고, 지금까지 잘해온 것처럼 체력훈련 등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남은기간 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3000m 계주에 대한 여자 선수들의 애착은 어느 때보다 크다. 여자 계주는 지난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 1위를 했음에도 실격 당해 5연패가 좌절된 바 있다. 이번 시즌 고른 체격과 스피드로 중국을 계속 압도해온 한국 계주는 4차에선 막판에 중국과 조금 부딪히는 바람에 2위를 기록했다.

안 위원은 "당시 앞 선수를 밀어준 조우양(중국) 선수와 박승희 선수가 부딪혔었다, 결론적으로는 우리 선수들이 실수를 한 것"이라며 "계주는 항상 나가야 하는 방향을 확인을 해야 하는데, 우리가 미처 확인을 못한 것이다, 이런 부분이 올림픽 전에 나와서 오히려 다행이고 약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남자 쇼트트랙이 4차 월드컵 대회에서 개인전 노메달을 기록하며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사진은 2차 월드컵 미디어데이 모습

남자 쇼트트랙이 4차 월드컵 대회에서 개인전 노메달을 기록하며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사진은 2차 월드컵 미디어데이 모습 ⓒ 박영진


불안한 남자 대표팀,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해야

여자 대표팀이 계속해서 절정의 기량을 보여준데 반해, 남자 대표팀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특히 4차 월드컵에서는 개인전에선 메달권에도 들지 못했고, 5000m 계주 역시 간신히 올림픽 티켓을 확보하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시즌까지 곽윤기(서울시청), 노진규(한국체대) 등이 꾸준히 활약하며 1000m와 1500m는 물론 계주에서도 월드컵 랭킹 1위를 달렸던 남자 대표팀은 한 시즌 사이에 완전히 바뀐 모습을 보여줬다.  

현재 올림픽 개인전에 출전하는 신다운(서울시청)은 3,4차 대회에서 연거푸 실격을 받으면서 위축된 모습이고, 이한빈(서울시청)은 1500m에서 한 번의 금메달을 따냈지만 여전히 경기운영면에선 조금 아쉬운 모습이다. 계주에 출전하는 노진규(한국체대)는 어깨 부상이 채 가시지 않아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고, 김윤재(서울일반)는 4차 대회에 출전조차 못 했다. 그나마 개인전 출전권이 있는 박세영(단국대)이 계주와 500m에서 인코스를 비롯한 가능성 있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희망적이다.

안 위원은 "무엇보다 남자팀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한다, 지난 시즌까지 노진규, 곽윤기 선수가 잘해줬지만, 올 시즌 선발전 결과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라며 "'세계에서 어느 정도 랭킹에 있으니, 이 정도만 해도 먹힐 것'이라는 마음은 버려야 한다, 우리 선수들이 경기분석부터 시작해 체계적인 훈련과 함께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특히 가장 주목해야할 부분은 외국 선수들의 성장이 가파르다는 것. 단거리 주자로만 알려졌던 찰스 해믈린(캐나다)은 이제 1000m와 1500m까지 개인전 전 종목에서 1위를 할 정도로 올림픽 전관왕을 노리고 있다. 여기에 빅토르 안(러시아, 안현수) 역시 전성기의 기량을 완전히 회복해, 개인전과 계주에서 무서운 경기운영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안 위원은 "올림픽 시즌에는 모든 선수들의 눈빛부터가 달라진다"면서 "특히 서양 선수들은 동양 선수와 달리 몸을 만든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선수들은 외국 선수들이 이 정도로 올라왔을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제 4년 만에 돌아오는 올림픽 무대가 8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올림픽 전 결전의 무대는 모두 끝났다. 남은 것은 실전이다. 남녀 모두 해야 할 것은 그동안 겪어 온 고된 훈련의 마지막 고비를 넘는 것이다. 여자팀은 4차 대회에서 발견한 빈틈을 철저히 메워야 하고, 남자는 강한 정신 무장이 필요하다.

최강의 여자 대표팀과 여전히 불안한 남자 대표팀. 극과 극의 상황을 달리고 있는 양 팀이 과연 소치라는 무대에서 웃을 수 있을 것인지, 그 결과는 남은 기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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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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