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사이비>의 한 장면.

수몰 예정지인 한 마을에 교회가 들어서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애니메이션 <사이비>의 한 장면. ⓒ 스튜디오 다다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 <돼지의 왕>에 이어 <사이비>였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로 매번 우리 사회를 아프게 비틀어 온 연상호 감독은 이번에도 에둘러 가지 않았다.

5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사이비> 시사회에 참석한 감독과 목소리로 출연한 배우들은 작품에 대해 저마다의 생각을 밝혔다. 배우 권해효를 제외한 오정세, 박희본, 양익준은 모두 <돼지의 왕> 때도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거짓 말하는 선인과 진실 말하는 악인, 누구를 믿을 것인가 

첫 장면부터 어둡고 괴이한 느낌이다. 무표정의 사내가 수몰 예정지인 자신의 고향으로 흘러들어가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 그 마을을 쥐고 있는 교회와 맹목적인 사람들의 믿음이 온갖 사건을 만들어 낸다.

연상호 감독은 작품의 제목부터 정해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연 감독은 "각 캐릭터들이 가진 자신만의 믿음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과연 정당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며 "영화에 대한 내 믿음도 그렇고, '다른 무언가를 의지하고 믿다가 배신을 당하면 어떤 느낌일까'라는 생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 감독에 따르면 <사이비>는 '거짓을 말하는 선인'과 '진실을 말하는 악인'의 모습이 대비되는 작품이다. 관객 입장에서는 그 누구에게도 감정이입해 마냥 편들수 없는 설정이기도 하다. 이 지점이 작품의 긴장감을 높이는 요소가 된다. 마지막 장면 또한 어떤 방향으로 결말짓지 않는 모양새였다. 이를 두고 "<사이비2>를 염두한 설정이 아닌가"라는 질문이 있었지만 연상호 감독은 "속편은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너무 강한 내용의 애니메이션? "차기작 더욱 기대 중"

 애니메이션 <사이비>의 한 장면.

권해효는 "그간 연상호 감독 작품이 너무 강해서 술자리에서 너무 직선적이 아닌지 섣불리 얘길 꺼내기도 했는데, 정작 영화로 봤을 때 층위가 굉장히 두터웠다"고 말했다. ⓒ 스튜디오 다다쇼


각 캐릭터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우들은 저마다 작품과 감독에 대한 감상을 전했다. 연상호 감독의 전작 <돼지의 왕>도 그렇고, 매번 강하고 잔혹하게 보일 수 있는 성인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만큼 배우들 역시 그 지점에서 고민이 엿보일 법 했다.

권해효는 "어떤 드라마나 연극이든 작가의 작품에 배우의 해석이 들어가고 그전에 그 배우의 인간적 면모가 투영되는 느낌인데, 애니메이션은 철저히 감독의 몫이었다"며 처음으로 애니메이션 더빙을 맡은 소회를 전했다.

"그간 감독님 작품이 너무 강해서 술자리에서 너무 직선적이 아닌지 섣불리 얘길 꺼내기도 했고, 뻔히 아는 악한 내용을 굳이 만화로 만들어야 하는지 심한 질문도 했다"는 권해효는 "정작 영화로 봤을 때 층위가 굉장히 두터웠고, 사실 캐릭터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정말 차기작이 기대가 된다"고 감탄했다.

배우들에 따르면 <사이비>는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를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물론 <돼지의 왕> 때도 일부 배우들이 선 녹음을 하긴 했지만, <사이비>는 주요 배우들 대부분이 시나리오만으로 목소리 연기를 먼저 했다는 게 특이점이다.

<사이비>에서 주인공의 딸 영선으로 등장하는 박희본은 "성우로서 훈련이 안 돼 있어서 느낌이 뜨는 부분이 있었는데, 녹음실에서 감독님이 엄청 빡세게 시켰다"며 "녹음실에서 실제로 몸으로 부딪혀가며 목소리 연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고 일화를 공개했다.

"감독을 의심했다가 믿음이 커지는 중이다"

 연상호 감독의 <사이비> 중 한 장면.

배우 오정세는 연상호 감독의 <사랑은 단백질>, <돼지의 왕>, <사이비>에서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 스튜디오 다다쇼


단편 <사랑은 단백질>과 장편 <돼지의 왕>을 거쳐 연상호 감독과 세 작품 째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오정세는 "<돼지의 왕> 때는 좀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며 나름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감정의 정도를 몰랐고 감독님은 더 강한 연기를 원했다"며 "감독님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는데 작품 이후 믿음이 생겼다. 예전보다 믿음이 확고해지고 있다"고 재치 있게 덧붙였다.

이어 연상호 감독과 절친한 사이인 양익준 감독은 "실사 영화와 달리 애니메이션은 짧은 시간 안에 역할 연기를 끝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며 "매번 연상호 감독의 연출력에 놀라고 재밌는 체험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애니메이션 <사이비>는 수몰 예정지인 한 마을에 교회가 들어서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렸다. '진실을 말하는 악한'이 사건을 해결하려 할수록 일이 어긋나는 순간들을 연상호만의 감각으로 그려냈다. 개봉은 오는 11월 21일이다.

사이비 연상호 오정세 권해효 박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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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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