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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새 월화드라마 <기황후> 포스터

MBC 새 월화드라마 <기황후> 포스터 ⓒ MBC


아무리 역사를 담보한다고 하나, 사극은 '팩션'이다. 그리고 여기서 역사적 보다는 픽션이 훨씬 더 중요하다. <조선왕조 500년> 같은 프로그램이 아니고서야 드라마는 다큐멘터리처럼 만들 수 없다. 재미가 있어야 하고 시청률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설령 결말은 정해져 있을지언정,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과 위기는 대부분 창작이라고 봐야 옳다. 그래서 역사서에서 한 두 줄 정도밖에 등장하는 인물이 '대장금'이라는 인물로 탄생되기도 하고, 아예 새로운 역사관을 배경으로 한 사극도 용서받을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정도'는 있다. MBC 새 월화드라마 <기황후>의 경우, 시작도 전에 극심한 역사 왜곡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기황후와 충혜왕을 각각 남녀 주인공으로 내세운 <기황후>는 끊임없는 역사왜곡 논란에 급기야 충혜왕을 가상의 인물인 왕유로 바꾸며 논란을 피해가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충혜왕이 정사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으며 계모 뻘인 여인을 강간하는 등의 파렴치한 행위도 버젓이 행한 인물이라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황후, 출신만 고려인일 뿐 사실은 '고려의 원수' 같은 인물

 MBC 새 월화드라마 <기황후>에 출연하는 배우 하지원

MBC 새 월화드라마 <기황후>에 출연하는 배우 하지원 ⓒ MBC


그럼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바로 타이틀롤인 기황후에 대한 왜곡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기황후는 몽고에 공녀로 팔려간 후 뛰어난 미색으로 다이 몽고의 황제인 혜종의 눈에 들어 제 2황후가 됐고, 세도 정치를 펼친 인물이다. 후에 그가 실권을 장악하고 그의 아들을 황태자의 자리에 오르게 하였으며 고려의 풍습을 원나라에 유행시키기도 하였다.

하지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기황후에 대해 "한국 역사에 등장하는 최초의 글로벌 여성"이라며 "기황후의 수많은 업적과 운명적인 삼각관계 스토리가 흥미진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나 기황후는 단순히 '글로벌한 여성'으로 '업적을 남긴 인물'이라 할 수 없다. 기황후는 권력을 잡은 후 자신의 오빠인 기철이 그 권력을 바탕으로 방탕한 생활과 잘못을 저지르는 것을 방관했고, 그가 공민왕의 반원 개혁정책으로 목숨을 잃자 군사 1만 명을 이끌고 고려를 공격했다.

즉 기황후는 단지 출신이 고려일 뿐, 고려의 황후도 아니었을 뿐더러 고려에 대한 도움을 주기는커녕 공격한 인물인 것이다. 물론 고려에 대한 우호적인 정책도 있었던 모양이지만 결국엔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고려를 이용하고 심지어 고려를 침략했다. 한 마디로 한국 역사에서 보자면 기황후는 위인이라기보다는 원수에 가깝다. 

제작진은 이에 대해 "드라마가 다루려고 하는 것은 기황후가 권력을 잡기까지의 과정"이라며 논란을 불식시키려 했다. 기황후가 권력을 잡은 이후의 이야기는 그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해명은 논란의 불씨만 더 지필뿐이다. 제작진의 역사 인식 부족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기 때문이었다.

'역사 왜곡 드라마' 오명 쓴 '기황후' 주인공 하지원, 그의 어깨가 무겁다

 MBC 새 월화드라마 <기황후>에 출연하는 배우 하지원과 주진모

MBC 새 월화드라마 <기황후>에 출연하는 배우 하지원과 주진모 ⓒ MBC


물론 주인공이 역사 속에서 악녀로 기록된 드라마는 많다. '장희빈'만 해도 수차례 리메이크되며 그의 정치 싸움과 악행을 드라마 전면에 그려냈다. 그러나 하지원과 제작진의 말에서도 드러나듯, <기황후> 속 기황후는 실제 기황후처럼 그려지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미색을 바탕으로 황후가 된 후 고려를 침략한 사람이 '글로벌 리더'가 되고 '주체적인 삶을 산 여인'으로 표현된다는 것은 큰 문제가 된다.

역사적인 측면에서 재해석의 여지가 있는 인물이 있고, 그렇지 않은 인물이 있다. 예를 들어 임진왜란을 일으킨 일본의 장수들이나 일제강점기 친일파를 두고 '그들의 선택은 한국에 도움이 되었다'는 식민사관이나, 6·25 전쟁의 북침을 옹호하는 드라마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기황후> 또한 단순히 고려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기황후를 미화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이런 모든 논란에도 제작진은 충혜왕 이상의 설정을 교체하지 않았다. 이렇게 된 바에야 아예 판타지 사극으로 방향을 틀어도 됐을 터인데, 제작진은 최소한의 설정만을 포기하고는 해명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하지원은 이제까지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여배우로서 자신만의 독보적인 커리어를 만들었다. 액션 신을 마다하지 않고 고된 연습량을 모두 소화하며 자신이 맡은 역할에 있어서 최선을 다하는 호감형 배우로 인식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역사 왜곡 드라마'라는 오명을 쓴 드라마의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그가 짊어져야 할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아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한밤의 연예가 섹션(http://entertainforus.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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