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범>에서 아빠를 의심하기 시작한 딸 다은 역의 배우 손예진이 10일 오후 서울 통의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손예진이 10일 오후 서울 통의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손예진은 영화 <공범>에서 아빠를 의심하기 시작한 딸 다은 역을 맡았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 이정민 기자| 손예진은 바쁘다. 아니 그보다 쉼 없이 달려왔다고 하는 표현이 맞겠다. 언제부턴가 1년에 한 두 작품씩을 들고 그녀는 꾸준하게 대중들 앞에 서고 있었다. 그것도 매번 다른 모습으로. 2011년엔 영화 <오싹한 연애>로 호러-로맨틱 코미디의 새로움을 선사하더니 지난 해 말에는 <타워>로 거친 액션을 소화해냈다.

앞서 언급한 두 작품은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신인 감독과의 작업 혹은 다소 뻔한 이야기라는 한계를 딛고 손예진은 당당하게 자신을 입증했다. 그리고 그녀가 또 다시 도전장을 냈다. 이번엔 스릴러다. 스릴러 장르는 손예진이 처음으로 도전하는 영역. "혹시 장르의 그랜드 슬램을 노리는 것인가"라고 물으니 한바탕 크게 웃는다. 마냥 여신 같은 외모지만 이럴 때 여지없이 털털함이 드러난다.

그 어떤 영화보다도 힘들었던 <공범>...왜?

짐작하건대, 지난 15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를 보고 손예진의 그 어떤 필모그래피보다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동 납치 살해 사건의 범인이 자신의 아빠라고 의심하면서 끊임없이 부침을 반복하는 감정 때문이다. 화면 속에서 붉게 충혈한 손예진의 눈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가라앉을 줄 몰랐다.

"이제까지 한 작품 중 가장 힘들었던 건 사실이에요. 감정의 높낮이 차이도 컸지만 그걸 반복하는 횟수도 많았거든요. 이제까지 영화를 찍으면서 감정 신을 많이 해봤지만 <공범>은 진짜 산 넘어 산이었어요. 어느 정도 해내면 또 다른 신이 있고, 그걸 하면 더 심한 장면을 해야 했죠. 처음부터 의심을 계속 하는 게 아니라, 아니라고 생각하다가 어느 정도 지나면 또 의심이 생기는 식이에요. 아빠를 추적하면서 더 힘든 순간도 생기고 여러 가지로 과제가 많았죠."

 영화 <공범>에서 아빠를 의심하기 시작한 딸 다은 역의 배우 손예진이 10일 오후 서울 통의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짐승 같다'는 수식어는 기분이 좋았죠. 동물적 감각이 있다는 말이잖아요. 소름끼치게 공감을 주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 이정민


예고편만 봐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김갑수를 향해 "아빠 (범인) 맞지?"라고 다그치는 장면. 온 몸을 떨면서 상대를 응시하던 그 장면을 손예진 역시 가장 힘들었던 촬영으로 꼽았다. 세 번의 테이크를 마친 후 오케이를 받은 당시 장면 이후 손예진은 손끝이 저리면서 온 몸에 힘이 다 빠져나간다고 느꼈을 정도였단다.

사실 손예진이 <공범>을 택한 건 스스로를 좀 괴롭히고 싶어서였다. <타워> 이후에 뭔가 감정이 몰아치는 시나리오에 눈길이 갔고, 그런 감정 연기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도 강했다. 그녀의 연기를 본 박진표 감독(<공범>의 제작을 맡음)이 '짐승 같은 배우'라며 칭찬할 정도로 잘해냈다지만 손예진은 스스로 큰 벽을 넘어서는 경험을 했다.

"진짜 마지막 촬영 때는 도망가고 싶더라고요(웃음). 개인적으로 힘든 일도 있었고 모든 게 한꺼번에 몰아쳤어요. 친했던 조명감독 오빠가 힘든 일이 있어서 같이 힘들던 때였거든요. 사실 그런 와중에도 짐승 같다는 수식어는 기분이 좋았죠. 동물적 감각이 있다는 말이잖아요. 소름끼치게 공감을 주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만큼 이 영화에 대한 책임감이 두 배, 세 배였죠.

장면마다 어느 정도의 감정을 보여야하는 선이 있었는데 내가 그 선을 표현 못하면 끝이라는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도망하고 싶었고, 괴로웠던 거 같아요. 하고 싶어서 선택한 작품이지만 설정 자체가 갖고 있는 힘이 날 부정적으로 만들더라고요."

매력 못 느꼈던 스릴러..."감정 선을 따라가 보세요!"

  영화 <공범>에서 아빠를 의심하기 시작한 딸 다은 역의 배우 손예진이 10일 오후 서울 통의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애소설>(2002)부터 시작해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2003), <무방비도시>(2007), <백야행:어둠 속을 걷다>(2009) <오싹한 연애>(2011) 등 손예진은 신인 감독과 인연이 깊었다. ⓒ 이정민


그런 만큼 손예진은 캐릭터에 덜 다가가려 했다. 외롭고 세상에 버려진 느낌을 일상에까지 갖고 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중요한 촬영에서는 집중력을 발휘해 터뜨리려고 했다. 나름 '벼락치기' 연기랄까. 감정의 깊이가 깊은 만큼 날 것의 연기가 필요했기에 택했던 방법이었다.

연기를 떠나, 또한 이 작품은 신인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점에서도 손예진에겐 의미가 있다. <연애소설>(2002)부터 시작해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2003), <무방비도시>(2007), <백야행:어둠 속을 걷다>(2009) <오싹한 연애>(2011) 등 손예진은 신인 감독과 인연이 깊었다. 장르의 그랜드 슬램이라는 말과 함께 이것도 파볼만한 꺼리기도 하다.

"배우가 되는 것도 참 힘든 일이지만 감독이 되는 일도 어렵잖아요. 저와 함께 신인 감독님들이 입봉을 꽤 했더라고요(웃음). 이젠 안하려했지만 이번 작품 역시 감독님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셔서 믿음이 있었어요. 물론 감정 연기가 많기에 신인 감독님이 배우들을 얼마나 잘 조율하실까 걱정도 있었죠. 그래도 박진표 감독님의 조감독으로 세 작품 이상 했으니 잘 하실 거 같았어요."

 영화 <공범>에서 아빠를 의심하기 시작한 딸 다은 역의 배우 손예진이 10일 오후 서울 통의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감히 <공범>이 대표작 중 하나가 됐으면 좋겠어요." ⓒ 이정민


정작 손예진은 그간 스릴러 장르에 대해 매력을 느끼지 못했단다. "보는 건 참 좋아하지만 연기하고픈 생각은 없었어요"라면서 손예진은 "<공범>은 카메라 워킹 등으로 긴장감을 주는 게 아닌, 감정 선을 천천히 따라가는 매력이 있다"고 나름의 차별성을 짚기도 했다.

사실 <공범>은 제작비 규모로만 따지면 30억 원 미만으로 상업영화 치고 작은 규모다. 분위기도 다르고 역할도 다르지만 손예진은 "감히 <공범>이 대표작 중 하나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누군가가 대표작이 무엇인지 물을 때 자신 있게 손예진이 '<공범>!'이라고 답할 수 있게 되길. 이제 관객들의 선택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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