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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시사 예능 프로그램 <썰전>은 항상 MC 김구라의 선포(?)로 시작한다. "한 주간 대한민국을 뛰게 만든 가장 핫한 뉴스만을 골라 뉴스의 뒷이야기를 털겠습니다. 하드코어 뉴스 깨기 <썰전>입니다!".

오프닝 멘트 한 번 거창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썰전>의 이런 선포는 당당해 보이면서 합당해 보였다. 정말 가장 핫한 뉴스의 뒷이야기를 시원하게 털어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17일 방송된 <썰전>에서 썰전의 본류인 '독기'와 '유쾌한 해석력'을 찾기 힘들었다. 이러한 흐름은 몇 주 전 방송에서부터 슬슬 감지되고 있었다. <썰전>이 '떡밥'을 선정하는 기준이 '사안보다 사람'으로 보였던 의심은 현실이 돼가고 있었다.


17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 이야기를 하는 강용석 변호사

▲ 17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 이야기를 하는 강용석 변호사 ⓒ 김종길


이슈 버린 <썰쩐>...슬슬 안일함이 보인다

<썰전>에서는 사안에 관계없이 '박근혜 대통령, 안철수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문재인 의원' 등은 고정 언급 대상이다. 이날 방송의 첫 주제 역시 이젠 고정 게스트라 불릴 만한 '안철수, 손학규의 연대설'이었다. 이슈는 뒷전이고 다시 사람 이야기를 시작한 것이다.

첫 떡밥이었던 '안철수, 손학규 연대설'은 말 그대로 설일 뿐이다.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이 '10.30 재보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 정리를 내 놓았고, 이후 신당 창당을 계획 중인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몇 차례 만났다는 것이 이 주제가 내포하는 팩트의 전부다. 이 주제를 중심에 놓고 벌어지는 이철희 소장과 강용석 변호사의 이야기는 '정치 기상 예보 수준에 그친다. 정확한 근거에 따른 분석, 해석 따위는 실종됐다. 떡밥 선정의 실패다.

이날 방송의 두 번째 주제 역시 사람에 관한 이야기였다. 서청원의 공천을 반대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4인에 관한 이야기. 주제만 들으면 이야기의 초점은 반대한 4인에게 맞춰져야 함에도 <썰전>은 다시 '박근혜 대통령을 견제할 만한 인물' 이란 설문조사 내용을 소개하면서 고정 떡밥을 투여한다.

이제는 <썰전>에서 하도 들어 익숙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김무성 의원 등이 재등장 했다. 이만하면 <썰전>이 이슈를 다루고 있다고, 가장 핫한 뉴스만을 고르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워진다. 선포가 거짓이 된다. 오히려 지금의 <썰전>은 스스로가 이슈의 중심에 서고 싶어 하는 모습으로 비친다.


17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이철희 소장이 안철수 의원 이야기를 하고 있다.

▲ 17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이철희 소장이 안철수 의원 이야기를 하고 있다. ⓒ 김종길


기획 의도 살리고 시청자 요구 파악 필요해

지금은 없어졌지만 사실 <썰전>에는 '썰전 피플 해부학개론'이라는 정치계 인물 분석 코너가 따로 있었다. 거물급 인사 몇 명으로 재미를 보고, 더 이상 할 만한 인물이 마땅치 않았는지 지금 이 코너는 없어지고, 정작 이슈를 다뤄야 할 자리에 슬그머니 다시 거물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MC 김구라는 이날 방송을 시작하며 "오늘 뉴스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썰전>은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동양금융 사태, 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 시위, 국정 감사 그리고 JTBC 뉴스9에서 '삼성'을 깐 첫 번째 뉴스라는 삼성 노조 무력화, 여전히 뜨거운 국정원 댓글 사건에 점차 추가되고 있는 플러스 뉴스까지. 다룰 뉴스가 '천지빼까리'다.

몇몇 뉴스가 녹화일 이후에 터진 것이어서 주제 선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앞서 언급한 이슈 들이 이날 방송된 주제보다는 훨씬 좋은 떡밥이라고 생각한다. 시청자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도 이런 이슈에 관한 날카롭고 유쾌한 해석이었을 것이다. 이날 <썰전> 1부 방송은 '위클리 포토제닉' 코너까지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 사진을 걸면서 철저히 정치계 거물 인사 중심으로 방송을 구성, 안일하게 마무리했다. 진짜 뉴스는 없었다.


강용석은 몇 주 전 <썰전> 방송분에서 시청자들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방송에서 말한 적이 있다. "뉴스 안 봐도 <썰전>이 다 알아서 재밌게 설명해주니까 뉴스는 안 봐도 <썰전>은 본다더라". 그렇다. 시청자들이 <썰전>에 거는 기대가 딱 그 정도다. 복잡하고 어려워 잘 이해되지 않는 이슈를 쉽고 재밌게 풀어달라는 것. 처음 <썰전>의 기획의도가 곧 시청자의 기대였다는 것을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가 다시 한 번 염두에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독기 빠진 <썰전>, 이슈를 못 쫓아가는 <썰전>은 존재의 이유가 없다. 예능 프로그램이기에 재밌게 만드는 것을 우선으로 하되, 주제 선정과 내용 면에서도 본래의 알찬 구성을 다시 보여주길 바란다. 진짜 <썰전>을 사랑하는 시청자들은 '진짜 뉴스'의 뒷이야기를 원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 JK SOUL's 필름매거진(http://jksoulfilm.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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