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 이 드라마의 초반은 '명품 드라마'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의 밀도를 자랑했다. 그러나 중반을 지나며 갈등구도가 느슨해지고 있다.

▲ '스캔들' 이 드라마의 초반은 '명품 드라마'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의 밀도를 자랑했다. 그러나 중반을 지나며 갈등구도가 느슨해지고 있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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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비밀이 풀린 후 드라마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은 역시나 무척 힘든 일인가 보다.

MBC 주말드라마 <스캔들>은 중반을 지나며 등장인물들 간의 얽히고설킨 처절하고 안타까운 사연들이 한꺼번에 풀리고 말았다. 그런 탓인지 드라마 내의 긴장감은 느슨해진 상태로, 뒷심이 조금 부족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 모았다.

그러나 이제 단 4회만을 남겨놓은 지금, <스캔들>은 등장인물 간의 갈등, 사건들의 진행방향이 다시금 극적으로 치닫고 있다. 과연 이 드라마는 초, 중반의 명성을 회복하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까?

지지부진하다는 평가, 이유는 분명하다

<스캔들>이 시청자들로부터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를 받게 된 이유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두말 할 것 없이 드라마 속의 비밀들이 거의 풀려버린 것이 일차적인 이유가 될 것이다. 그리고 약화된 캐릭터들은 그것을 가속시켰으며, 힘없이 지속되고 있는 주인공들의 애정관계 또한 드라마의 매력을 덜어내고 있는 이유다.

평소 원수처럼 여기던 하명근(조재현 분)의 아들 하은중(김재원 분)이 자신의 친아들임을 안 후 거듭되는 장태하(박상민 분)의 내적 갈등, 아들의 지위에서 쫓겨난 뒤 호시탐탐 복권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구재인(기태영 분), 그리고 이해관계에 따라 조석으로 마음을 바꾸기 일쑤인 고주란(김혜리 분)과 장주하(김규리 분) 등 인물들의 이합집산의 양태는 드라마를 지루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장은중으로 변신하며 겉으로는 하명근을 철저히 외면하는 듯 보였던 하은중은 자신의 행동의 의도를 명확히 드러내지 않아 답답하게 느껴지고, 우아미(조윤희 분)와의 애정전선도 여러 의미에서 모호해지면서 안타까움이나 설렘을 불러 모으지 못하고 있다. 

다만 남은 것은 이제 통렬한 사회비판적 메시지인데, 꾸준하게 펼쳐 온 그 미덕만은 아직 굳건하다. 현재 <스캔들>은 SBS <황금의 제국> 등을 벤치마킹한 듯한 모양새로, 마치 기업드라마같은 형태가 되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딘지 부족하다. 인물들의 내적 갈등이 현실적인 문제들과 강렬하게 부딪히며 내온 불협화음이 이 드라마의 치명적 매력이었기 때문이다.

명품드라마로 가는 길목에서 발목 잡힌 모양새

'스캔들' 자신의 영정사진을 찍는 하명근. 게오르규의 '25시'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다.

▲ '스캔들' 자신의 영정사진을 찍는 하명근. 게오르규의 '25시'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다. ⓒ MBC


한때 명품드라마라 불리던 <스캔들>, 내용과 연출, 연기 등에서 호평을 이끌던 이 드라마가 유일하게 흠이 잡혔던 것은 느닷없이 등장하는 과도한 PPL 등, 사소한 것들뿐이었다.

부성과 모성, 그리고 형제애 등에서 묘하게 충돌하던 본능과 이성적, 감성적 지점들은 '출생의 비밀' 속에서 더욱 빛났고, 그 아슬아슬한 순간들은 그들이 처한 처절한 슬픔과 만나 거대한 서사를 만들어냈다.

그런 속에서 강렬하게, 혹은 자연스럽게 스며들던 사회비판적 메시지는 <스캔들>이 시청자를 매혹시켰던 또 하나의 커다란 이유가 되어 주었다. 장태하의 태하건설을 중심으로 한 각종 비리들, 거기에 얽힌 부정부패, 음모와 배신, 그리고 살인사건 등은 드라마의 갈등구조를 다채롭게 했다.

거기에 각 등장인물들에게 부여되었던 캐릭터의 특성들은 드라마를 살아 숨 쉬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정의의 사도로서 활약할 것 같던 하은중, 복수심으로 시작했으나 결국 부성에 결박된 하명근, 유아적 부성애의 주인공 장태하, 그리고 모성애를 인류애적으로 승화시킨 윤화영(신은경 분) 등, 각 인물들의 개성은 <스캔들>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그러나 모든 비밀이 풀리고 나니,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는 점점 옅어지고 갈등만이 점점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그 타개책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스캔들>이 빛났던 지점이 과연 어디였던가를 되돌아보는 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 주요 목표는 등장인물들의 내적 갈등을 어떤 식으로 승화시키느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태하건설이 지분싸움으로 얼룩지는 지점, 회사의 흥망성쇠는 이 드라마의 주요 쟁점이 되지 못한다. 장은중과 구재인 중 누가 결국 장태하의 선택을 받게 될까 하는 궁금증이 풀리는 지점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여러 갈등의 싱거운 해결은 우리가 <스캔들>에 바라는 궁극의 목표가 아니다. 모든 면에서 미숙하고 어리숙했던 등장인물들이 서로에 대한 이해와 입장변화를 통해 성장해 나가는 모습, 많은 사람들이 사랑했고 기대해 마지않던 '명품 드라마' <스캔들>의 모습은 바로 그러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스캔들 조재현 김재원 박상민 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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