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썰전>의 강용석 변호사

JTBC <썰전>의 강용석 변호사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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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구도다. JTBC <뉴스9>에 손석희 앵커가 들어온 후로, 과연 가장 핫한 정치적 이슈에 대해 <뉴스9>과 <썰전>이 어떤 식으로 요리해 가는지 비교하는 재미가 생겨났다.

그도 그럴 것이, <뉴스9>은 뉴스이지만 그날에 초점이 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인터뷰를 비롯한 심층 취재와 보도를 통해 그 사안을 집중 해부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썰전>의 위클리 이슈와 일과 주의 단위가 다를 뿐 다루는 방식이 동일하다. 

<뉴스9>이 손석희라는 앵커가 중립적 위치에 서서 모든 팩트의 서열을 정리 정돈하는 방식을 통해 시청자들이 사건의 실체에 보다 진실에 가깝게 다가가도록 한다면, <썰전>은 이철희와 강용석이라는 여와 야를 대변하는 두 평론가가 나와 자신의 진영적 입장에서 사안을 분석하고 시청자들은 그 서로 다른 입장을 들으며 새로운 평가의 시각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차이를 낳는다.

물론, 뉴스와 예능의 차이가 있지만,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한 두 프로그램의 분석과 해석을 보면 <썰전>이 <뉴스9>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나올만한 경우가 종종 눈에 띤다.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주 단위로 사건을 다루는 시의성의 뒤처짐 때문이 가장 커 보일 것이다.

'썰전'이 위험한 이유, '아니면 말고' 식 재해석

10일 방송된 <썰전>에서는 국가정보원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문제와 채동욱 검찰 총장 사퇴를 다뤘다. 이 중 회의록 사안은 아직도 정치적 논제의 핵심에 있는 핫한 이슈인 반면, 채동욱 검찰 총장 사건은 물론 중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지나가고 있는 논제다. 결국 뉴스의 현장성에서 약간 밀려나 있다는 것인데, 결국 그 사안을 다룸에 있어, 패널의 해석력이 사안의 이슈를 되살려 낼 수 있는 관건이 되는 것이다.

실제 <썰전>에서는 이미 흘러가 버린 뉴스임에도, 그것을 냉철한 분석을 통해 재해석해내는 기지를 선보였었다. 하지만 여전히 채동욱 사건에 대해서는 <뉴스9>처럼 '채동욱 검찰 총장 찍어내기' 이상의 해석을 해내지 못하고 있는 바, 그리고 심지어 자꾸 초점을 '혼외 자식'이라는 가십성 논란에 치중하고 있는 한에서, <썰전>의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나 <썰전>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데는 강용석 변호사의 '아니면 말고'식으로 가십을 대하는 무책임한 자세가 한 몫 한다. 강 변호사는 회의록 실종과 관련해, '야당이 정상 회담을 하려고 했던 이유가 바로 이 문제를 덮어달라고 하기 위해서'라는 발언을 했다. 그러자 당연히, 또 다른 패널 이철희 소장이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는 식으로 발끈했다. 그러자 강용석 변호사는 '그저 내 생각'이라며 꼬리를 내린다.

이런 그의 태도는 이른바 종편의 '가쉽성 보도 태도'를 대변한다. 마치 증권가 찌라시처럼 온갖 흘러 돌아다니는 루머를 보도의 내용으로 삼고서는 '아니면 말고, 내 생각이 그렇다'는 식의 무책임한 보도 태도, 바로 그것인 것이다.

오히려 이철희 소장의 말 그대로 아직 결론도 나지 않은, 수사 중인 사안을 두고, 야당 대표가 그걸 덮기 위해 여야 정상 회담을 이용하려고 했다는 루머는 민주당,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서 그것과 관련하여 켕기는 구석이 있다는 걸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발언인 것이다. 사실 만큼 아니 때로는 사실보다 무서운 것이 '카더라' 통신이다. '아님 말고' 식의 '카더라'로 인해 사람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세상에 강용석의 '자기 생각'은 불편하다.

그리고 바로 이런 지점에서 <썰전>은 <뉴스9>의 뉴스 분석에서 뒤지게 되는 것이다. 처음 출사표에서 던진 다짐처럼, 손석희 앵커는 '사실'만을 다룬다. 물론, 의도적으로 다루지 않는 사실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그날의 보도 사안이 된 한에서는 냉정하게 사실만을 다룬다.

<뉴스9>은 국정원 기록과 관련해 양 측의 입장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거기에 한 마디 더 얹을 만도 하건만, 명명백백한 사실들만을 나열했다. 그런 정확한 사실의 나열만으로도 이미 시청자들은 충분한 해석의 근거를 가진다.

물론 <썰전>은 그와는 다르다. 이미 자신의 입장을 가진 패널들이 존재하고, 그들에 의해 재해석된 뉴스가 등장한다. 하지만 재해석이 막무가내 식 내 의견이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루머나 가십의 태도를 가져서도 안 된다. 그 자리에서 패널의 의견은 사견일지 모르지만, 방송을 통해 흘러나오는 그의 말은 이미 정치적 입장을 지니는 담론이 되는 것이다.

SM 소속이라는 한계 넘지 못한 김희철의 평론

 최근 <썰전>의 고정패널로 합류한 슈퍼주니어 김희철(오른쪽)

최근 <썰전>의 고정패널로 합류한 슈퍼주니어 김희철(오른쪽) ⓒ JTBC


이런 태도는 이어지는 '예능 심판자'에서도 마찬가지다. 10일 방송에서 슈퍼주니어의 김희철은 자신의 소속사 SM의 드라마들이 망했다는 것을 대놓고 이야기했다. 사실을 사실대로 말했을 뿐인데 패널과 대중들은 마치 큰일이라도 한 것처럼 반응하는 모양새인 듯, 11일 포털 인기검색어에 '김희철 SM 디스'가 올라와 있다.

물론 이 반응은 현재 방송가에서 SM이라는 거대 기획사가 드리운 권력의 그림자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그 방송에서 사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미 사실로 밝혀진 SM 드라마가 망했다는 발언이 아니라, 그에 대한 해석이다.

김희철은 그토록 SM이 제작하는 드라마, 심지어 뮤직비디오에 조차 자사 아이돌을 투입하는 이유를 '소속 연예인들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서'라는 식으로 표현했다. 과연 그럴까? 문어발식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그 프로그램마다 자사 소속인들을 투입하는 걸, 그저 '사랑'이란 추상적 표현에 기대어 해석할 수 있을까? 이런 식의 해석이 '예능 심판자'에 어울리는 대중문화 평론의 방식일까?

섭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SM 아이돌들을 그저 '이수만 사장님이 그 아이들을 아껴서'라고 표현하는 건, 앞서 강용석의 발언과 다르지 않다. 예능 심판을 하겠다는 자리에 나와서 하는 평론에 어울리는 발언이 아니다.

김희철이 SM이라는 소속을 가지고, 현직 아이돌로서 <썰전> '예능 심판자'에 나와서 객관적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노력과 객관의 거리는 아직 간극이 있는 듯하다. 차라리 강용석 변호사처럼 '여전한 여당인이요, 야당의 저격수'라면 헷갈리지나 않지, 객관적인 듯하면서도, 누가 누구를 아낀다는 식의 '인정에 끌리는' 표현은 여전히 김희철이 SM이라는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처럼 <썰전>은 여전히 평론과 가십의 경계에서 종종 혼돈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드러난다. 그리고 그 경우는 강용석이나 김희철처럼 자신의 소속이 분명함에도 그 소속의 정파적 입장을 객관으로 치부한 '사적 의견'의 불공정성, 주관성에서 기인한다. 이런 점에 대한 자기 점검이 꾸준히 계속되지 않는 한, '독한 혀들의 전쟁' <썰전>은 시시해질 수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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