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스타> '강추' 특집에 출연한 봉만대 영화감독.

<라디오 스타> '강추' 특집에 출연한 봉만대 영화감독.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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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MBC <라디오 스타>는 '강추' 특집을 마련했다. 즉 4명의 MC가 밀고 싶은 '예능 기대주' 네 명을 이른바 '강력 추천'하는 자리였다.

늘 누군가를 추천하는 자리면 어김없이 김국진이 안쓰러워 불러내는 개그맨 김수용에, '애제자'라는 미명 하에 불려온 윤종신 소속사 가수 김예림, 그리고 두말하면 잔소리인 규현과 한솥밥을 먹는 려욱까지, 제목부터가 노골적이었으니, 당연히 그 자리에 초대받은 게스트의 면면이 MC들의 이른바 '내 논에 물대기'식이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었다.

그런 와중에 돋보이는 건 단연, 김구라가 초대한 봉만대 감독이었다. 김구라에 따르면, 친구라지만 10년 동안 단 두 번을 봤다는 봉만대 감독은 말 그대로 김구라가 '강추'하고 싶은 순수한 의미의 인물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9일자 라디오 방송은, 말이 강추 특집이지, 결국은 '봉만대' 특집이 되었다.

봉만대 제외한 게스트들, 정말 '예능 기대주' 맞아?

봉만대 감독이 누구인가. 장르 영화가 자리 잡지 못한 우리나라에선 보기 드물게 '에로 영화의 거장'으로 대접받는 감독이다. <라디오 스타>에서는 우스개로 봉준호와 함께 '봉봉 브라더스' 운운했지만, 그의 작품 세계를 인정하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는 대한민국의 또 한 사람의 봉 감독인 것이다.

최근 영화 <아티스트 봉만대>를 통해 자신의 작품 세계를 노골적으로 '디스'하고, 그것을 통해 결국은 진솔함으로 다가가는 시도를 했던 봉 감독은 <라디오 스타>에 나와 거리낌 없이 자신의 작품 제작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냈다.

베드신 음향효과를 내기 위해 수세미를 사용한다던가, '에로' '섹스' 등의 단어를 제대로 발음하기조차 어색한 공중파에 그 분야를 자신의 작품 세계로 추구하는 감독을 초대한 김구라의 배짱과 안목도 대단했다. 이를 거침없이 소화해내는 봉만대 감독의 조합은 모처럼 <라디오 스타>의 B급 정서를 제대로 살려낸 듯했다. 

하지만 그에 비해 다른 MC들의 게스트들은 낯 뜨거웠다. '강추 특집'의 초반, 소개되는 게스트의 면면을 보면서 김구라는 불편한 듯 일갈한다. 이건 뭐, 예능 기대주라고 했는데 다 자기 측근들을 데려다 앉혔다고. 그러자 윤종신이 낯 두껍게 반문한다. 그러는 당신도 측근을 데려오지 그랬냐고. 김구라는 그런 식이면 난 아들 동현이를 데려다 앉혔다고 말문을 막아버렸다.

 지난 9일 방송된 MBC <라디오 스타> '강추' 특집에 네 명의 MC들이 각각 예능 기대주로 추천하는 (왼쪽부터) 김수용, 김예림, 봉만대, 려욱이 출연했다.

지난 9일 방송된 MBC <라디오 스타> '강추' 특집에 네 명의 MC들이 각각 예능 기대주로 추천하는 (왼쪽부터) 김수용, 김예림, 봉만대, 려욱이 출연했다. ⓒ MBC


언제부터인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기 논에 물대기 식의 게스트 섭외와 토크가 당연한 일이 되어간다. 메인 MC와 같은 소속사의 아이돌이 보조 MC로 들어가는 건 공식 같다. 특정 기획사에서 제작된 프로그램은 당연히 그 기획사의 MC가 시청률과 상관없이 메인을 맡는다. 마치 내가 사장인 우리 회사에 사원으로 내 친척을 들이미는 것처럼 내 연줄, 내 인맥을 끌어대는 것이 뻔뻔하거나, 이상하지 않은 일이 되어간다. 그저 대한민국은 인맥이 짱이라는 진리를 몸소 실천 중이다. 아니 인맥을 넘어 이젠 '카르텔(담합)'이 되어간다.

1년에 5번 정도 예능 나들이를 한다는 김수용은 <라디오 스타>에만 유독 출입이 잦다. 능력은 있지만, 운이 따라 주지 않는다는 그에 대한 소개 멘트가 이젠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김국진이 신혼여행 비용을 대주었다는 에피소드도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다. 차라리 방송 말미, 그가 케이블에서 한다는 19금 토크쇼를 화제로 삼았다면 봉만대 감독이랑 접점이라도 있었을 텐데, 여전히 불쌍하게 비춰지는 수용씨는 '강추'하기엔 좀 진부하다.

윤종신이 예능 기대주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얼굴을 붉혔듯, 그의 소속사 가수 김예림은 <라디오 스타> 방영 내내 알듯 모를 듯 미소만 짓는 얼굴로 비춰졌다. 윤종신의 소속사 가수 김예림이라서 나올 수 없는 곳이어도 안 되겠지만, 예능 기대주라 밀어붙이기엔 부족한 게스트였다. 그나마 그걸 가지고 웃음의 소재로 삼았으니, 면피했다고 할 수 있을까. 방송 말미, 지금의 이미지가 좋으니 오히려 굳이 예능으로 뜨려 할 필요 없다는 김구라의 조언이야 말로 김예림의 소속사 사장 윤종신에게 필요한 촌철살인의 한 마디였다.

그나저나 궁금해지는 게 있다. 과연 SM 소속이 아닌 규현의 인맥이 등장할 날이 <라디오 스타>에 올까? 어김없이 규현의 예능 기대주는 그와 같은 그룹의 멤버 려욱이었다. 처음 슈퍼주니어 멤버 이특, 최시원, 은혁을 필두로 해서, 설리, 크리스탈에, 지난 추석에 김민종, 다나, 키에 이르기까지. 이러다 SM 소속 연예인들은 <라디오 스타>에 안 나오는 게 이상한 상황이 될 듯하다.

'강추'를 받아 나왔지만 김구라를 폭로하겠다던 봉만대 감독은 김구라의 단점이 이른바 '라인'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렇게 카르텔화 되어가는 연예계에서 봉만대의 지적은 일견 의미 있다. 누구나 다 라인을 따라 밥벌이가 정해지는 상황에서 홀로 살아가는 건 앞날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의미이니까.

하지만 그 '강추'가 어느 정도 먹힐 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렇게 김국진이 기대주라고 밀어 줘도, 여전히 일 년에 몇 번 예능 출연을 못하는 김수용을 보면, 추천만이 능사가 아닌 것 같다. '디스'를 예능감으로 착각하는 듯한 려욱을 봐도, 기회가 모든 걸 해결해 주는 건 아닌 듯 하다. 하지만 이른바 '공적 영역'이라는 방송이 특정인들의 카르텔화 되는 걸, 그 흥망성쇠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시청자들은 뭔 죄란 말인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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