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신세계 센트럴시티에서 열린 영화 <화장> 제작발표회에서 임권택 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4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신세계 센트럴시티에서 열린 영화 <화장> 제작발표회에서 임권택 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부산) ■취재/이언혁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데뷔 50주년을 맞은 임권택 감독. 어느덧 102번째 작품을 연출하게 된 거장이지만 임 감독은 "잘되면 칭찬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잘못되면 욕을 바가지로 먹는다"고 부담감을 토로했다. 그가 연출하는 작품은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 <화장>(2004)을 원작으로 한다.

4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신세계 센텀시티 문화홀에서 영화 <화장>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102번째 영화의 연출을 맡는 임권택 감독과 배우 안성기, 원작자인 김훈 작가가 참석했다. 배우 강수연, 박중훈, 예지원 등도 임권택 감독의 새 작품을 축하하기 위해 제작발표회장을 찾았다.

임권택 감독 "영화는 삶의 누적을 영상으로 옮기는 것"

 4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신세계 센트럴시티에서 열린 영화 <화장>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안성기, 임권택 감독, 김훈 작가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4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신세계 센트럴시티에서 열린 영화 <화장>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안성기, 임권택 감독, 김훈 작가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평소 김훈 선생의 작품을 거의 다 기다렸다가 읽었다"고 운을 뗀 임권택 감독은 "<칼의 노래>를 영화화했으면 하는 생각을 오래 전에 했지만, 여의치 않게 됐다"면서 "김훈 선생의 문장이 주는 엄청난 힘과 박진감을 영상으로 담아내는 것은 굉장히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임권택 감독은 "소설과 영화로 매체가 다르기 때문에 심리적 묘사 등을 드러낸다는 게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마음 안의 상 같은 것을 잘 따라가면, 또 영상으로 잘만 담아낼 수 있다면 지금까지 해온 영화와는 또 다른 영화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영화라는 것은 나이만큼, 살아낸 세월에 쌓인 체험 같은 것들이 영상으로 드러난다. 나이만큼 살아낸 삶의 누적이 내게 말해주는 것을 영상으로 옮기는 것이다. 젊었을 때의 어떤 순발력이나 패기에 미치지는 못해도, 세상을 살아낸 것에 대한 사려깊음을 담아낼 수 있는 영화를 만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안성기 "힘들겠지만 '덤터기'쓰지 않도록 노력"

 4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신세계 센트럴시티에서 열린 영화 <화장>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안성기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4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신세계 센트럴시티에서 열린 영화 <화장>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안성기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화장>은 화장품 대기업의 중역 오상무가 4년의 암 투병 끝에 사망하는 아내와 부하 여직원 추은주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만다라>(1981)로 임권택 감독과 인연을 맞은 안성기는 <화장>을 통해 7번째로 임 감독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임 감독은 "안성기라는 배우가 지닌 마음의 결을 섬세하게 끌어내겠다"고 했다.

안성기는 "임권택 감독님과 함께한 현장은 늘 내게 행복한 느낌을 줬다"면서 "이번에 (임 감독님의) 102번째 작품을 함께하게 되어서 정말 기쁘다"고 했다. 이어 안성기는 "감독님이 '못 만들면 덤터기를 쓴다'고 하는데 덤터기 쓰지 않도록 정말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면서 "김훈 작가의 작품을 한다는 것도 영광스럽다. 가슴이 벅차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임권택 감독님은 영화를 통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한다. 또 인간의 모습과 근성을 깊이 있게 파헤치는 작품을 하신다고도 이야기할 수 있다. <화장>에는 원작에서 보였듯 인간의 본성이 치밀하게 담긴다. 영화적으로 고통 속에서 시나리오 작업을 하시는 모양이다. 나 역시 이번에 굉장히 힘들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김훈 작가 "<화장> 아닌 <칼의 노래> 영화화 바랐다"

 4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신세계 센트럴시티에서 열린 영화 <화장> 제작발표회에서 원작자인 김훈 작가가 자신이 작품이 영화화되는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4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신세계 센트럴시티에서 열린 영화 <화장> 제작발표회에서 원작자인 김훈 작가가 자신이 작품이 영화화되는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 이정민


김훈 작가는 <화장>이 아닌, <칼의 노래>의 영화화를 바랐다고 털어놨다. 김 작가는 "영상화하기 힘들 텐데 <화장>을 영화화하겠다고 해서 감독님과 배우의 경력이나 실력을 믿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오상무는 세속적인 일상성에 찌들어서 타락한 인물이다. 회사에서는 그의 타락이 유능함으로 인정받는다. 한국 사회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원작 속 오상무는 부하 직원인 추은주의 매력에 흠뻑 빠지지만 어떤 행동을 취하지는 않는다. "드러나는 것보다 드러나지 않는 게 더 많은 소설"이라고 자평한 김훈 감독은 "이런 부분이 눈에 보이게끔 삶의 전면으로 끌어내 주실 거라고 기대한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오상무가 추은주를 좋아하는 모습이 잘 드러났으면 좋겠다. 오상무가 너무 불쌍하니까"라고 덧붙였다.

"<화장>에는 두 가지가 담겨 있다. 첫째는 젊은 여자의 찬란하고 아름다운 생명이다. 인간이 가진 가장 아름다운 것이니까. 둘째는 한순간에 덩어리가 되어버리는 인간의 생로병사이다. 인간의 사랑과 희망,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까지도 생로병사와 구분되지 않고, 그 속에서 끼어서 같이 전개되는 삶을 그려내려고 했다."

<화장>은 오는 12월 첫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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