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첫 방송된 KBS 2TV 새 수목드라마 <비밀>의 강유정(황정음 분).

25일 첫 방송된 KBS 2TV 새 수목드라마 <비밀>의 강유정(황정음 분). ⓒ KBS


<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드라마 제목이 <비밀>이다. 당연히 어떤 사건에 담긴 크나 큰 비밀이 이야기의 주가 될 것이며, 그 비밀은 드라마의 마지막을 결정짓는 핵심으로 자리하게 될 것이다.

25일 첫 방송된 KBS 수목드라마 <비밀>은 처음부터 비밀의 조각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이제 시청자들은 그 자그마한 조각을 토대로 남녀 주인공의 4각 관계에 대하여 나름대로 유추해 나가야만 한다.

강유정(황정음 분)의 남자친구는 안도훈(배수빈 분)이다. 강유정은 고시생이었던 안도훈을 7년 전에 만나 검사가 된 지금까지 그와의 사랑을 키워왔다. 때때로 무심하기도 하고, 그것 때문에 속상해 하기도 하지만, 단 한 번도 안도훈과 헤어져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적도 없고 그를 의심해 본 적도 없다. '검사' 안도훈이라서가 아니라, 자신의 남자 안도훈을 먼저 사랑해서 그렇다.

그녀는 안도훈의 부모에게도 지극정성이다. 그의 부모를 위해 음식을 하기도 하고 과일을 깎아주기도 하는 등 오래 전부터 며느리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그녀가 그리 탐탁치가 않다. 이제 아들이 어엿한 검사가 됐으니, 톨게이트에서 통행료를 받고 대리운전 투잡을 뛰는 별 볼일 없는 여자를 며느릿감으로 받아들이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다행히 안도훈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 사귄 지 7년이 되는 날, 그는 연락이 되지 않아 화가 나 있던 그녀에게 프러포즈를 한다. 아주 소박한 반지를 손에 끼워주면서. 순식간에 강유정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그리고 그 눈물은 오래 머물지 못하고 이내 후두둑 떨어지고 만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이처럼 최고로 행복한 날은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안도훈이 프러포즈를 한 사실을 어린아이마냥 아버지에게 자랑을 해가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날은 강유정에게 가장 행복한 날이 아니라, 끔찍한 불행이 시작된 날이다. 프러포즈를 한 후 강유정을 집으로 데려다 주던 길에 안도훈은 운전 도중 무언가를 치받는 사고를 일으킨다. 빗속에 시야를 잃어 그만 어떤 여자를 치고 만 것이다. 그는 강유정에게 아무 것도 아니었다며 서둘러 그 자리를 뜬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처음은 검사인 안도훈이 강유정에게 운전으로 살인을 저질렀다는 죄목으로 구형 5년을 선고하는 장면이었다. 강유정이 자신의 남자를 위해 죄를 뒤집어쓰고 수감된 것이다.

안도훈이 죽인 여자가 바로 조민혁(지성 분)의 연인이다. 그리고 조민혁에게는 정략결혼 상대자인 신세연(이다희 분)이 있다. 이렇게 이 네 명의 주인공은 살인과 누명, 가해자와 피해자, 희생과 거짓, 분노와 절망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얽히고설킨 관계로 맺어지고 만다. 교통사고가 일어나기 전, 이미 강유정과 조민혁의 인연은 시작됐었다. 이는 이 네 명의 주인공들이 피할 수 없는 운명임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얽히고설킨 네 명, 그 중에서도 황정음에게 거는 기대

ⓒ KBS


지성, 황정음, 배수빈, 이다희. 이 네 명의 젊은 배우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이다. 연기를 떠나서 자신만의 색깔을 지니고 있는 배우들이며, 그 색깔을 뽐내는 테크닉까지 출중하다. 지성의 연기는 자연스럽고 리얼하다. 대사의 어색함이나 표정 연기의 부족함이 없었다. 첫 회에 이렇게나 여유 있는 모습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소화해 내는 배우가 있을까 싶다.

배수빈과 이다희 또한 조금도 뒤쳐지지 않는다. 이미 배수빈의 연기는 여러 편의 드라마로 입증이 됐으며, 이다희는 전작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시크한 연기를 한껏 뽐낸 바 있다. 아직 캐릭터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선한 역할이 됐든, 악역이 됐든, 그들은 자신들의 몫을 잘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황정음의 연기가 돋보였던 첫 회였다. 대충 줄거리만 살펴봐도 여주인공 강유정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짐작하게 만드는 드라마다. 맹목적인 희생을 연기해야 하고,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전달해 주어야 한다.

그것도 첫 방송부터 시청자들로 하여금 안타까운 마음을 들게 해야 한다. 강유정이 연민을 이끌어낼수록, 그녀의 감옥생활에 더 큰 의미가 부여되고, 그녀가 쥔 비밀이 더욱 파괴력을 갖게 되며, 앞으로의 전개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황정음은 적어도 이 부분에서만큼은 성공을 거둔 듯하다.

그녀는 첫 회에서 세 번의 눈물연기를 보였다. 5년 구형이 떨어진 재판장에서, 남자친구 부모에게 수모를 당하고 집으로 돌아와 7주년 기념 케이크를 혼자서 우적우적 먹을 때, 남자친구에게 뜻하지 않은 프러포즈를 받고 난 후, 이렇게 세 개의 장면에서 말이다. 놀랍게도 그녀는 모든 장면에서 진심을 담은 듯한 눈물 연기를 선보였고, 그녀가 표현한 애처로움에 저절로 눈시울이 붉어지며 콧등이 시큰해지고 말았다.

이야기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배우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보통 이런 경우 시청자들은 막연하게 상상할 뿐이며, 그저 이야기의 스피디한 전개를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황정음의 첫 눈물 연기는 이상하게도 아련한 구석이 있었다. 배수빈의 그렁그렁한 눈빛이 도움을 준 것도 있겠지만, 이제 황정음도 한 순간에 슬픔을 표현할 수 있는 연기자가 됐다는 생각이 더 강렬하게 전해져 왔다.

'격정멜로'를 표방하는 <비밀>의 네 명의 주인공들은 그들에게 놓인 '비밀'로 인해 굉장히 복잡한 갈등을 일으키게 될 것이고, 그 심경들은 매우 치열하게 변모될 것이다. 여기에 히로인은 황정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첫 회에 보였던 눈물 호연 하나만 보더라도 말이다. 비밀을 손에 쥔 황정음의 <비밀>. 그녀에게 거는 기대가 제법 크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비밀 황정음 배수빈 지성 이다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