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길매직' 인천 유나이티드 김봉길 감독 지난 8월 30일. 인천 문학경기장 내부에 위치한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실에서 만난 김봉길 감독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봉길매직' 인천 유나이티드 김봉길 감독 지난 8월 30일. 인천 문학경기장 내부에 위치한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실에서 만난 김봉길 감독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상훈



올 시즌 무서운 돌풍의 팀으로 거듭나며 시·도민구단 중 유일하게 상위 스플릿 진출을 이뤄낸 인천 유나이티드. 이제는 더 큰 무대인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티켓 획득을 목표로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인천의 돌풍의 중심에는 김봉길 감독이 있다. 김봉길 감독은 '봉길 매직'이라고 불리며 팀을 이끌었다.

상위 스플릿 진출을 이룬 뒤 그는 앞으로의 남은 시즌 운영에 전체적인 밑그림을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지난 8월 30일. 인천 문학경기장에 있는 감독실에서 그를 만나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이야기와 앞으로의 각오와 포부 등을 솔직담백하게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김봉길 감독과의 일문일답 내용.

- 김봉길 감독님 반갑습니다. 가장 먼저 상위 스플릿 진출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너무 감격스럽죠. 우리가 작년에 그 어려운 시기에도 선수들이 열심히 해줘서 상위리그 문턱까지 갔는데 아쉽게 골득실로 경남에 밀려 못 갔잖아요. 그게 정말 두고두고 많이 아쉬움으로 남았어요. 저도 그랬지만 선수들도 아마 그랬을 거예요. 동계 훈련을 시작할 때 제가 선수들을 다 모아놓고 올해 1차 목표는 상위 스플릿 진출이라고 말했어요.

고맙게도 선수들이 훈련을 잘 따라줬죠. 개막 후 많은 경기를 소화하면서 정말 여러 차례의 고비가 있었지만 잘 이겨냈고 운도 좀 따라줬다고 생각합니다. 상위 스플릿 진출은 제가 잘해서 이뤄낸 결과물이 아니라 선수단과 구단 프런트 그리고 모든 인천 팬 등 모두가 이뤄낸 결과물입니다. 이 자리를 통해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 상위 스플릿 진출이 확정되는 순간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디오고의 역전골이 터지고 2-1, 한 점 차 리드 속에 경기 종료 시간만을 바라보던 후반 48분 한교원이 쐐기골을 넣는 순간 '아, 이제 됐구나' 하는 안도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그 그 짧은 순간에 그동안 치렀던 경기는 물론이며 동계 훈련동안 선수들과 피땀을 흘리며 고생했던 것 그리고 시즌 중 심판 판정에 대해 항의를 하다가 퇴장을 당했던 일까지 모든 일들이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쫙 지나가더라고요. 기분이 정말 묘했습니다."

- 인천이 상위 스플릿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루는 데 있어서 마지막 마무리는 수원전이었습니다. 수원전을 준비하시면서 정말 많은 고민을 하셨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수원전 승리에 가장 큰 힘이 된 게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솔직히 이야기해서 저는 부산전에 끝내고 싶었어요. 전력으로 봐도 아무래도 수원이나 전북보다는 부산이 수월한 것이 사실이잖아요. 아마 모든 사람의 생각이 똑같았을 거에요. 제가 그날 경기에 패하고나서 '내가 선수들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준 게 아닌가?' 하면서 반성을 많이 했어요. 저도 모르게 경기 전 미팅에서 선수들에게 그만 '오늘 끝내자'라는 말을 했거든요."

- 아무래도 선수들도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에 휩싸였을 것 같네요. 실제로 그날 경기력도 엉망이었고요.
"맞습니다. 그날 제가 경기 끝나고 인터뷰한 거 생각나세요? 선수들에게 다음 수원전에는 부담을 안 주겠다고 했잖아요. 경기 끝나고 정말 후회를 많이 했어요. 저도 긴장하고 몰입했지만 선수들은 더욱 그랬을 거란 말이죠. 그래서 정말 선수들에게 최대한 부담을 주지 않았어요. 수원전에서는 제가 아무 말을 안하다보니 선수들이 알아서 자발적으로 했던 것 같습니다. 주장 (김)남일이를 주축으로 선수들이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했었죠."

인터뷰 중인 김봉길 인천 감독 지난 8월 30일. 인천 문학경기장 내부에 위치한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봉길 감독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인터뷰 중인 김봉길 인천 감독 지난 8월 30일. 인천 문학경기장 내부에 위치한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봉길 감독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상훈


- 수원과의 경기를 앞두고 정말 많은 고민을 하셨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경기 전 선수들에게 어떤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하셨나요?
"수원의 전력을 보세요. 정성룡, 서정진, 홍철, 조동건 등 다 전·현직 국가 대표 선수잖아요. 우리도 김남일, 설기현, 이천수가 있지만 사실 다 한물갔다고 표현하는 선수잖아요. 그리고 구본상, 한교원, 문상윤 등 신예 선수들도 사실 다른 팀에서 당장 아주 필요로 하는 선수도 아니고요. 경기 전에 저는 '우리가 지금 홈에서 2연패 중이다, 상위 스플릿에 가고 안 가고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를 응원해주기 위해 경기장을 찾아주신 팬이 있는데 홈에서 3연패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않겠냐.'라고 자존심에 관한 문제라고 딱 한 마디만 했습니다."

- 수원전 승리로 상위 스플릿 진출이 확정된 역사적인 날. 평일임에도 대다수의 인천 팬은 감격에 겨워 새벽 늦게까지 밤잠을 설쳤습니다. 그런데 감독님은 오죽하실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경기 후 밤에 무엇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도 우리 코칭스태프와 함께 늦게까지 기쁨의 술 한 잔을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함께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날만큼은 지금까지 오기까지 정말 누구보다 고생한 스태프와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코치들과 의무 트레이너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이 많은 우리 김수복 주무까지 함께 모처럼만에 다 같이 한 자리에 모여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신나게 기쁨을 만끽했습니다.(웃음)"

- 상위 스플릿 진출 이후 수많은 지인들에게 축하의 인사말을 들으셨을 것 같은데요. 혹시 K리그 클래식에서 함께 경쟁을 펼치고 있는 지도자나 제자들에게도 축하 연락이 왔나요?
"경기 후 술 한잔 하고 있는데 최용수 서울 감독과 하석주 전남 감독에게 축하 전화가 오더라고요. 특히 하석주 감독은 우리처럼 경기에서 이기고 나서 그런지 기쁨의 술 한 잔을 걸치고 있는 것 같았어요.(웃음) 하 감독이 '축하해, 형, 그동안 고생한 보람이 있겠네, 이제 형이 전남에 대한 악감정을 풀어줬으면 좋겠어'라고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동안 내가 전남만 만나면 반드시 이긴다는 말을 해왔던 것을 마음속에 담아 두고 있었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알았다고 이제 그런 얘기 안하겠다고 약속하고 전화를 끊었죠."

- 지금까지 오면서 25경기를 치렀습니다. 감독님 스스로 생각하시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기억에 남는 경기는 많죠. 그 중에서 한 경기를 고르라고 하면 전반기에 전북과의 홈경기에서 3-1 승리를 거뒀을 때가 기억에 많이 남네요. 이건 제가 처음 이야기하는 건데요. 제가 전북은 꼭 이기고 싶었어요. 시즌을 앞두고 정인환과 정혁 그리고 이규로까지 3명이 동시에 전북으로 떠났잖아요. 제자들에게 미안하지만 '너희가 없어도 우리 인천은 강하다'라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었어요. 결과적으로 역전승을 거두어서 아주 짜릿했었죠."

- 그렇다면 감독님께서 생각하시는 가장 짜릿했던 득점은 무엇이었나요? 반대로 가장 뼈아팠던 실점이 있다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골은 가장 가까운 득점이었던 디오고 득점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상위 스플릿 진출을 확정짓는 득점이었잖아요.(웃음) 그 득점이 들어가는 순간 시간상으로 보나 전체적인 흐름을 봤을 때 사실상 상위 스플릿 진출을 확정짓는 득점이 아닌가 생각했었죠.

반대로 가장 뼈아팠던 실점은 지난 서울과의 홈경기에서 데얀에 허용했던 실점이에요. 지나간 이야기지만 제가 그때 벤치가 아닌 위에서 경기를 봤잖아요. 옆에 같이 있던 직원에게 손대호 올라가지 말라고 빨리 연락하라고 했어요. 문상윤이 킥을 하고 마지막 기회니까 손대호가 올라갔죠. 아니나 다를까 김용대가 잡고 가운데로 볼을 주고 그게 그대로 실점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때 놓친 승점 1점이 나중에 가서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거예요. 경기 끝나고 코치들한테도 '1분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지키는 게 중요하냐? 아니면 넣는 게 중요하냐'고 싫은 소리를 했죠."

심판 판정에 대해 강력한 항의를 표하는 김봉길 감독 지난 7월2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지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16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 중 김봉길 인천 감독이 주심의 애매한 판정에 대해 강력한 항의의 뜻을 표하고 있다.

▲ 심판 판정에 대해 강력한 항의를 표하는 김봉길 감독 지난 7월2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지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16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 중 김봉길 인천 감독이 주심의 애매한 판정에 대해 강력한 항의의 뜻을 표하고 있다. ⓒ 이상훈


- 매 경기 결승전과 같은 심정으로 임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감독님께서 생각하시는 상위 스플릿까지 오기까지 가장 큰 위기,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무래도 제가 심판 판정에 대해 강력한 항의로 4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을 때 인 것 같네요. 그때 김남일, 이윤표, 안재준 등 경고 누적으로 인한 결장도 줄줄이 이어져서 정말 머리 아픈 나날의 연속이었죠. 그 당시 우리가 내부적인 요인이 아니라 외부적인 요인으로 신경이 예민해졌었는데 그때가 아마 가장 큰 위기가 아니였을까 싶습니다."

- 올 시즌 연패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징크스를 바탕으로 부산전 패배가 수원전 승리를 불렀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는데요. 그 비결은 무엇인가요?
"제가 코치로 8년, 감독으로 2년째 프로에서 10년간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는데요. 연패에 빠지면 선수들도 흔들리지만 지도자도 흔들리게 되어 있어요. 예를 들어서 경기 전에 선수기용을 검토할 때 'A를 내보낼까? 아니면 B를 내보낼까?' 하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선수들에게 연패는 끊어야 된다고 입이 닳도록 이야기해요."

- 감독님께서 그동안 마음고생이 많으셨을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이제 상위 스플릿 진출을 하고 나서 강팀들과의 전쟁이 시작됩니다. 한 경기 한 경기마다 명경기가 예상되는데 7개팀 중 가장 상대하기 힘든 팀과 자신 있는 팀은 각각 어느 팀인가요?
"와, 이거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 아무래도 제가 보기에는 우리 팀의 전력을 생각했을 때 그래도 서울이 가장 껄끄럽지 않나 싶습니다. 왜냐하면 서울에는 데얀이라는 확실한 골잡이가 있기 때문이죠. 가장 자신있는 팀은 포항입니다. 황선홍 감독이 들으면 서운하겠지만 우리는 포항 같은 팀이랑 붙으면 오히려 좋아요. 왜냐하면 포항이 우리와 같이 패스 위주의 축구를 펼치기 때문에 수비 뒷 공간이 많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 그동안 상위스플릿 위해 마음고생도 많이 하셨을 텐데 상위스플릿에는 상대하기 까다로운 팀들도 많습니다. 이제 ACL 진출을 위해 질주를 시작하게 될텐데 앞으로 경기는 어떤 식으로 풀어갈지도 궁금합니다.
"큰 변화는 없을 겁니다. 다만 지금보다 더 공격적으로 하려고 노력할 생각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팬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선수들에게도 상위 리그에 가서는 부담감을 좀 버리고 자신감 있고 팬들을 위한 재밌는 축구를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하려고요. 일단 우리는 지금 최소 7위는 보장된 것이잖아요. 강등에 대한 압박이 없기 때문에 한결 수월하죠. 무엇보다 승점을 차곡차곡 쌓는 게 중요합니다. 상황에 따라 지키는 축구도 해야 될 수도 있어요. 물론 우리의 목표는 3위권 진입입니다. 그저 선수들이 조금 더 부담을 버리고 즐겁게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한다면 국내 팀을 제외하고 이 팀은 꼭 이기고 싶다고 생각하는 팀은 혹시 없으신가요?
"글세요, 특별하게 생각해본 팀은 없습니다. 다만 만약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게 된다면 일본팀을 상대로는 무조건 승리를 거두고 싶어요. 꼭 이겨서 J리그보다는 우리 K리그가 훨씬 더 우수하고 훌륭하다는 것을 많은 이들에게 똑똑히 보여주고 싶습니다."

활짝 웃으며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김봉길 인천 감독 지난 8월 30일. 인천 문학경기장 내부에 위치한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봉길 감독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활짝 웃으며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김봉길 인천 감독 지난 8월 30일. 인천 문학경기장 내부에 위치한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봉길 감독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상훈


- 감독님이 추구하시는 축구는 어떤 축구인지 궁금합니다. 또 감독님의 축구에 가장 큰 영감을 준 축구팀과 감독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팀이 스페인입니다. 스페인 축구가 현재 세계 최고의 강팀이잖아요. 스페인 축구를 보면 공격이 강한 것 같지만 수비의 압박도 상당히 강하거든요. 우리가 지난 수원전에 승리한 것 상당히 선수들의 유기적인 압박 플레이가 잘 됐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영감을 준 감독님들은 저를 가르쳐주셨던 모든 분이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저와 같이 오랜 시간을 보냈던 허정무 감독님이 가장 큰 영향을 주셨던 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 공식적으로 감독 대행이 아닌 정식 감독으로서 팀을 맡게 되셨을 때 기분은 어떠셨나요? 당시 팀 상황이 좋지 않았기에 두려움도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두려움이 많았죠. 그런데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저는 초보 감독이고 아직 부족한 게 많아 잃을 것이 없다는 생각 말이죠. 사실 많은 분들이 저에게 큰 기대를 안했잖아요. 항상 저는 제 스스로가 부족한 사람이니 열심히 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나 싶은 생각을 가졌어요. 무엇보다 선수들이 많은 힘이 되어줬죠. 대행 꼬리표를 달고 있던 저에게 양복도 맞춰주고 감독으로 모시겠다고 해줬으니 말이죠. 그때는 정말 뿌듯했던 것 같아요."

- 같은 맥락의 질문입니다. 처음 팀을 맡을 때 대다수의 지도자들은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 정도를 두고 팀을 만드는 시간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감독님께서는 팀을 정상화시키는 데 1년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는데요. 그 비결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비결이라고 말할 것은 없어요. 작년에 시즌을 마치고 뒤돌아보니 저와 함께 동고동락했던 감독이 10명이나 옷을 벗었어요. 올해도 벌써 3명인가요? K리그 챌린지를 포함하면 더 많죠. 아직까지는 K리그에서 믿고 기다려주는 팬은 별로 없는 것이 사실이잖아요. 그래서 저도 1년, 1년을 죽기 살기로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막말로 우리가 내년에 시즌 초반에 5연패하면 이곳저곳에서 김봉길 나가라고 안하겠어요? 인생이 다 그런 거죠 뭐. (웃음)"

- 만약에, 아주 만약에 김남일, 설기현, 이천수 2002 월드컵 3인방이 만약 현재 인천에 없었다면 어땠을 것이라 생각을 하시나요?
"암만해도 제가 해야 되는 일이 더 많아졌겠죠. 지금 그 친구들이 팀에서 워낙 큰 역할을 해주고 있어요. 스타 플레이어로서 시민 구단에서 고생도 많이 하면서 힘든 기색을 한 번도 후배들에게 보이지 않고 늘 솔선수범한 자세로 모범이 되고 있기 때문이죠. 솔직히 말해서 그 친구들이 없었다면 인천이 지금 이정도까지의 성적은 기대하기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 감독님께서는 선수들과 좋은 유대관계를 가지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선수들과 주로 어떻게 소통을 하시나요? 그리고 평소에 선수들에게 강조하시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사실 선수들이 저를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을 거예요. 선수가 35명인데 운동장에 나가서 뛰는 선수는 11명이잖아요.(웃음) 각자 자기 나름의 불만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훈련은 공평하게 하면서 경기 기용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하는 스타일입니다. 주장 (김)남일이를 통해서 선수들의 요구사항은 큰 무리가 없는 한 다 들어주려고 하는 편이에요."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김봉길 인천 감독 지난 8월 30일. 인천 문학경기장 내부에 위치한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봉길 감독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김봉길 인천 감독 지난 8월 30일. 인천 문학경기장 내부에 위치한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봉길 감독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상훈


- 혹시 다른 팀 지도자나 기타 관계자로부터 선수들과의 소통에 관련된 부분에 대해 질문을 받으신 적은 없으신가요?
"글쎄요. 맥락이 좀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있었어요. 얼마 전에 K리그 클래식 감독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식사를 같이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대부분의 감독들이 저한테 '외국인 선수를 안 쓰면 구단에서 뭐라 안하느냐? 정말 배짱이 두둑하다' 같은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정말 저처럼 외국인 선수 안 쓰는 사람 없을 거예요. 예전에 우리 인천은 용병은 무조건 주전선수였어요. 하지만 저는 싫어요. 용병도 우리 선수에요.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을 해서 몸 상태가 좋으면 선발로 나가는 것이지 그게 안 되면 기용은 절대 검토를 안 합니다."

- 아,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하긴 그러고 보니 현재 상황을 봐도 디오고, 찌아고 선수는 후반 중반 무렵부터 교체 투입되고 있는 상황인 것 같네요. 아무리 그래도 외국인 선수들은 자신의 적은 출전 시간에 대해 불만을 갖지는 않을까요?
"물론 별로 안 좋아하겠죠.(웃음) 하지만 그 친구들은 절대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아요. 1분을 뛰든 10분을 뛰든 정말 투지 있게 팀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뛰죠.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외국인 선수들도 국내 선수와 똑같이 대합니다. 그러다보면 선수들은 '아, 우리 감독은 정확하게 선수를 기용하고 편견이 없구나'라는 것을 인정해줄 것이라 생각해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믿음과 신뢰가 생길 것이고요. 개인이 아닌 팀을 위한 결정이죠. 항상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 아무리 그래도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더 많은 경기를 소화하고 싶은 것이 사실일 텐데요. 선수들에게 어떻게 그 부분을 납득시키는 편이신가요?
"잘 보세요. 저는 김남일이랑 설기현도 빼고 이천수도 어떨 때는 후반 막판에 10분 뛰게 하고 그러잖아요. 그런 부분에 대해 선수들이 기분 나쁘지 않게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얼마 전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긱스가 후반 종료 직전에 교체 투입을 준비하며 축구화 끈을 묶는 모습을 본 적이 있어요. 긱스, 얼마나 대 선수입니까? 고작 뛰어봐야 뛰는 시간이 10분, 15분이잖아요. 근데 그 짧은 시간동안 뛰기 위해 긱스는 벤치에서 축구화를 다듬으며 감독의 지시를 기다려요.

또 교체 투입되면서 온 힘을 다해 그라운드로 뛰어 들어가죠. 긱스처럼 그렇게 팀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본받아야 된다고 봅니다. 우리 팀처럼 교체 투입되면서 기분 좋게 웃으면서 뛰어 들어가는 팀 별로 없을 거에요. 가만히 보시면 다른 팀은 교체 투입되면서 얼굴에 불만 섞인 표정이 많이 보이는 팀이 꼭 있어요. 우리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제자' 이석현의 득점에 기뻐하는 김봉길 감독 지난 6월 29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펼쳐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15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서 '슈퍼루키' 이석현이 역전골을 뽑은 뒤 김봉길 감독과 포옹하는 세레머니를 펼치고 있다.

▲ '제자' 이석현의 득점에 기뻐하는 김봉길 감독 지난 6월 29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펼쳐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15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서 '슈퍼루키' 이석현이 역전골을 뽑은 뒤 김봉길 감독과 포옹하는 세레머니를 펼치고 있다. ⓒ 남궁경상


- 인천이 강팀 킬러나 봉길매직이라는 기사도 많이 떴는데 감독님께서도 인터넷으로 기사를 많이 검색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또 혹시 그러한 기사들을 보셨을 때 감독님께서는 어떤 느낌이 드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인터넷 기사는 시간이 날 때 가끔씩 보는 편입니다. 많이 보지는 않아요. 다만 볼 때는 요즘 팬들이 어떤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지 댓글도 많이 보지요. 얼마 전에는 아들 (김)신철이 기사를 보는데 댓글에 '김봉길 감독님, 인천으로 김신철 좀 데려가주세요. 부천에서는 도저히 못쓰겠어요'라는 댓글을 본 적이 있었어요. 물론 아들한테는 이야기를 안했어요.(웃음)"

- 정식 감독이 되신 이후 팀 성적도 꾸준하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적어도 인천 시내에서 만큼은 많은 사람들이 감독님의 얼굴을 알아볼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어휴, 말도 마세요. 길거리에 다니기도 힘들어졌어요. 제가 집이 계산동인데 어느 날인가 아들이 팥빙수를 먹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반바지에 슬리퍼 신고 횡단보도에서 담배피고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옆에서 여학생들이 팔을 잡으면서 '혹시 김봉길 감독님 아니세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정말 깜짝 놀랐죠. 진짜 앞으로 언제 어디서나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습니다."

- 수많은 지도자가 있습니다. 감독님께서 생각하시는 자신만의 장점이라고 자신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이신가요?
"그건 제가 말씀드릴 수 없죠.(웃음) 내 밥줄인 걸요. 하하하. 한가지만은 이야기하고 싶네요. 모든 것을 둘째 치고 승부에서 만큼은 절대 지고 싶지 않다는 점 말이죠. 정말 제가 승부욕 하나 만큼은 절대 다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 한 팀에서 두 번의 감독대행을 맡은 독특한 경험을 갖고 계십니다. 이러한 이력이 감독님의 '봉길매직'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가져다줬는지 궁금합니다.
"처음 감독 대행했을 때 실패했던 것이 많은 도움을 줬던 것 같아요. 두 번째 대행을 할 때도 초반에는 좋지 않았지만 그전보다는 좀 나았었죠. 감독 대행을 2번이나 하고 또 정식 감독이 된 경우는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 실패했던 것이 지금에 와서 보면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정말 저는 운이 많은 사람이죠.(웃음)"

- 상위 스플릿 진출까지 가는 데 있어서 주장 김남일 선수의 역할도 컸다고 생각합니다. 감독님께 김남일 선수는 어떤 선수인가요?
"김남일은 괜히 대선수가 아닙니다. 그 친구는 자기를 희생할 줄 알아요. 자기가 나이가 많고 몸이 쉽게 피곤해지고 그래도 일일이 후배들 다 챙기고 영양 관리도 해주고 그래요. 여유가 있다 보니까 주위를 둘러볼 줄 아는 친구죠. 제가 올 시즌 김남일에게 주장 완장을 맡긴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에요. 리더십은 그냥 키워서 되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 사람이 있는 것입니다. 김남일은 그런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훌륭한 선수죠."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김남일과 김봉길 감독 지난 5월 12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11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가 끝난 뒤 김봉길 인천 감독과 주장 김남일이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하고 있다.

▲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김남일과 김봉길 감독 지난 5월 12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11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가 끝난 뒤 김봉길 인천 감독과 주장 김남일이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하고 있다. ⓒ 이상훈


- 김남일 선수와 감독님 두 분 사이가 아주 각별해 보이던데요. 둘이 있을 때는 '봉길이형'이라고 부른다고 알고 있습니다. 사석에서는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합니다.
"글쎄요, 남일이가 저를 형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직접적으로 형이라고 대놓고 부른 적은 없습니다. 가끔 술 한잔 같이 할 때는 그러는 것 같기도 하네요. 아, (김)남일이가 인천 팀에 오기 전에 저랑 부평고 선후배 사이다보니 형님이라고 부르긴 했습니다."

- 시즌 중이라 시기상조일 수 있는 질문이지만 약 1년간 혹은 이번 시즌을 이끄시면서 감독으로서 김봉길 감독님의 점수를 매긴다면 혹은 평가한다면 어떤 평가를 스스로에게 몇 점을 주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그전까지는 이 질문을 받으면 늘 45점이라고 했거든요? 이제는 한 50점을 주고 싶습니다. 아직도 저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올해는 일단 1차 목표였던 상위 스플릿 진출을 이뤘으니까 50점을 주고 싶네요. 시즌을 마칠 때까지 60점, 70점, 80점 등 쭉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 감독님의 지도자 인생에 있어서 영광의 시대는 언제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지금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그렇게 생각해요. 제 축구 인생에서 지금이 아마 가장 영광의 시대가 아닌 가 생각하죠. 좋은 선수들과 좋은 코치들 그리고 늘 변함없이 응원해주는 팬 여러분이 있기에 하루하루가 행복합니다."

- 너무 앞서가는 질문이지만 사실 최근 인천의 상승세에 팬들은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을 안고 있습니다. 바로 시즌을 마치고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떠나가면 어떻게 할지와 같은 생각 때문인데요. 감독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나요?
"내년은 내년에 걱정하시죠.(웃음) 그 부분은 시민구단의 애환이라고 생각해요. 일정한 운영비가 고정으로 들어오는 기업 구단과 달리 우리 인천은 알아서 벌어 써야하는 형편이잖아요. 시즌을 마치고 함께 했던 선수들이 떠난다면 슬프고 아쉽지만 뭐 아쉬운 대로 또 팀을 만들면 되죠. 그 선수들이 없다고 인천 유나이티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잖아요."

- 감독님께서는 평소 코칭스태프와도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혹시 관련된 일화 하나만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좀 비장한 이야기인데 사실은 부산전에 패하고 코치들한테 '정성이 부족한 것 같다. 나는 코치 생활을 할 때 사생활이 없었다. 프로에서 지도자로서 살아남으려면 사생활을 없애라'고 싫은 소리를 좀 했어요. 차마 가정까지 신경 쓰지 말라는 이야기는 못하지만 저는 코치 시절 가정까지 등한시했다고 했죠. 그게 자랑은 아닌데 지도자는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보다는 많은 것을 포기하고 모든 것을 팀을 위해 한 몸 바쳐 헌신해야한다고 생각해요."

- 그런 이야기를 하셨다니 놀랍네요. 정말 비장한 이야기를 하셨군요. 감독님께서는 정말 지도자로서의 사명감을 크게 가지고 계신 것 같은데요?
"아까도 제가 말씀드렸지만 매 시즌 수많은 감독이 바뀌어요. 감독이 바뀌면 코치들이 바뀌죠. 또 선수들도 바뀌고 많은 부분에 있어서 변화가 불가피해요. 그럼 팀이 또 엉망이 되고 안정화를 위해서는 시간이 또 소요되고요. 하루하루가 새로운 도전이라 생각합니다. 내년에도 올해 이상의 어떤 성적을 내려면 더 비장한 각오로 덤벼야겠죠. 마찬가지입니다."

- 인터뷰를 마무리 할 시간이 다 된 것 같네요.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김봉길 감독에게 '봉길 매직'이란?
"봉길 매직은 모두가 준 선물이라 생각해요. 선수들이나 팬들이 있기에 얻게 된 별명이죠. 앞으로도 봉길매직은 계속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웃음)"

-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번 주말 본격적으로 ACL 티켓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위 스플릿 리그가 시작됩니다. 감독님의 각오 한 말씀과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제 우리의 목표는 ACL 진출권 획득입니다. 분명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열심히 잘 싸워볼 테니 지금처럼 우리 선수들과 함께 뛰면서 큰 힘을 보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인천 유나이티드가 상위 리그에 진출하게 된 가장 큰 힘은 여러 팬들의 성원이었습니다. 그 성원이 없었다면 저희가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습니다. 앞으로 상위 리그 올라가서 정말 좋은 경기력과 성적으로 다시 한 번 인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라운드를 주시하고 있는 김봉길 인천 감독 지난 6월 29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펼쳐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15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서 김봉길 인천 감독이 비장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주시하고 있다.

▲ 그라운드를 주시하고 있는 김봉길 인천 감독 지난 6월 29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펼쳐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15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서 김봉길 인천 감독이 비장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주시하고 있다. ⓒ 남궁경상


인터뷰를 진행하며 마주친 김봉길 감독의 눈빛에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여유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인천 유나이티드는 본격적으로 상위 스플릿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이다. 하지만 김봉길 감독의 말대로 지금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단은 반드시 ACL 출전 티켓을 획득하여 팬들의 뜨거운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스플릿 라운드에서도 봉길매직은 앞으로도 쭉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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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길 인천 유나이티드 김남일 상위 스플릿 K리그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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