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분, 부산 미드필더 파그너의 오른발 PK 결승골 순간

57분, 부산 미드필더 파그너의 오른발 PK 결승골 순간 ⓒ 심재철


부산 미드필더 박종우의 정면 프리킥 포물선이 인천 골문으로 날아오는 순간 이민후 주심의 휘슬 소리가 길게 울렸다. 페널티킥을 알리는 소리였다. 임상협과의 몸싸움 과정에서 인천 미드필더 남준재의 반칙을 지적하는 것이었다. 이에 남준재는 황당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김봉길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지난 24일 오후 7시 3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13 K리그 24라운드 부산 아이파크와의 안방 경기에서 뼈아픈 페널티킥 골을 내주며 0-1로 패했다. 순위표에서 중위권 아래로 밀려내려가지 않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상위 스플릿 목표를 지켜내기 힘든 상황에 몰렸다.

결승골, 주부심의 합작품?

지난 18일 강원 FC와의 방문 경기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돌아온 인천 선수들은 퇴장 징계 조치에서 풀려난 김봉길 감독의 직접 지휘 아래 상위 스플릿 커트 라인(7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맞수 부산을 상대했다.

인천의 역대 경기 기록을 살펴볼 때 안방에서 열린 부산과의 경기는 단 한 번도 패한 적 없기에 이번 경기도 역시 그 기록(2승 9무)을 믿었다. 하지만 수비 집중력은 부산 선수들이 더 짠물이었다. 위험 지역 부근에서 상대 공격수들을 묶는 부산의 수비법이 훨씬 치밀해서 설기현-한교원-남준재의 발끝에서 좀처럼 시원한 슛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인천 골잡이 설기현이 부산 선수들의 겹수비에 막혀 슛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하고 있다.

인천 골잡이 설기현이 부산 선수들의 겹수비에 막혀 슛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하고 있다. ⓒ 심재철


그러다보니 부산의 빠른 역습에 인천의 수비 라인이 흔들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부산 선수들은 석 달 전 안방 경기에서 인천에게 당한 0-3의 충격적인 패배를 되갚으려는 듯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뛰었고 조직적으로 대응했다.

결국 결정적인 기회는 부산이 잡아냈다. 56분, 박종우가 오른발로 처리한 정면 프리킥 상황에서 임상협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인천의 남준재가 대인 방어를 하는 과정에서 임상협을 잡아 넘어뜨렸다는 이민후 주심의 판정이었지만 인천 선수들이나 팬으로서는 또 한 번의 페널티킥 악몽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실제로 두 선수 사이에 격한 몸싸움도 없었던 것은 물론이거니와 전기록 제2부심은 박종우의 오른발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에 페널티킥을 얻어낸 임상협이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던 명백한 위반 행위를 잡아내지 못했다. 이 한 순간만으로도 인천 팬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전기록 부심은 76분 부산 미드필더 윌리암의 왼발 역습 패스가 왼쪽으로 전개되는 순간 깃발을 높이 들어올렸다. 임상협의 앞 공간에 기막힌 패스가 이어져 인천 문지기 권정혁과 혼자서 맞서는 절호의 기회를 잡는 상황이었지만 오프사이드를 선언한 것이었다. 축구 규칙을 잘 아는 오랜 축구팬들이 보기에도 미세한 차이였지만 부심의 깃발은 컴퓨터처럼 올라갔다. 이렇게 까다로운 순간을 잡아낼 줄 아는 부심이 왜 결승골이 만들어지는 순간은 묵과했는지 이해하기 힘들 정도였다.

인천의 페널티킥 눈물, 도대체 몇 번째?

오랜만에 인천의 벤치에 다시 앉아 선수들을 직접 지휘할 수 있게 된 김봉길 감독은 참고 또 참아야 했다. 지난 7월 21일 벌어진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방문 경기에서 다 잡은 1-0 승리를 억울한 페널티킥 판정으로 놓치는 순간에 항의하다가 무려 4경기 출장 정지의 징계를 받았던 기억이 지워질래야 지워질 수 없기 때문이다.

김봉길 감독은 실점 후 이천수와 디오고를 들여보내며 동점골을 뽑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86분에 부산 벌칙구역 반원 안에서 얻은 직접 프리킥 기회를 이천수가 오른발로 감아차 골을 노렸지만 이천수의 발끝을 떠난 공은 부산의 골문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가고 말았다.

 86분, 이천수의 정면 프리킥이 아쉽게도 크로스바를 넘어가는 순간

86분, 이천수의 정면 프리킥이 아쉽게도 크로스바를 넘어가는 순간 ⓒ 심재철


인천은 종료 직전에도 억울한 판정에 눈물을 흘려야 했다. 90분, 오른쪽 옆줄에서 길게 던진 공을 바꿔 들어간 디오고가 머리로 넘겨주었고 이 골을 향해 한교원이 솟구쳤다. 누가 봐도 빈 골문이나 다름없었기에 극적인 동점골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한교원이 점프하는 순간, 부산의 한지호가 의도적으로 몸을 던지며 중심을 잃도록 밀어 넘어뜨렸다. 그 바람에 한교원의 머리에 맞은 공은 어이없이 골문을 넘어갔고 한교원은 중심을 잃고 거꾸로 떨어지는 아찔한 순간을 견뎌야 했다. 56분에 남준재와 임상협의 가벼운 몸싸움에 페널티킥 휘슬을 분 이민후 주심은 역시 이 순간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인천 선수들은 항의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이쯤되니 인천 팬들의 피해 의식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 시즌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하며 구단 역사상 최초로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권(리그 최종 순위 3위 이내)까지도 노리고 있었지만 이제는 겨우 상위 스플릿에 남는 것까지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페널티킥 실점으로 날려 버린 승점이 어림잡아 10점 정도는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천의 페널티킥 악몽은 7월 6일 광양전용경기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반전에 한교원의 선취골로 1-0으로 앞서가던 인천은 82분에 뼈아픈 페널티킥(주심 송민석) 동점을 내줘 1-1로 비겼다. 인천은 7월 16일 창원에서 벌어진 경남 FC와의 방문 경기에서도 페널티킥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패했고, 7월 21일에는 다시 떠올리기도 싫은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방문 경기 악몽을 맞이한다.

이 경기는 좀처럼 보기 힘든 문지기 권정혁의 85미터짜리 인필드골이 나와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결국 인천은 이 골을 지켜내지 못하고 71분에 페널티킥(주심 송민석) 동점골을 얻어맞았다. 이 어처구니 없는 판정은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도 오심이라고 인정할 정도였으니, 여기서 발단이 된 김봉길 감독의 4경기 징계는 더더욱 억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천으로부터 승점을 빼앗아가는 심판들의 황당한 판정은 지난 3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또 나왔다. 2-1로 인천이 앞서고 있던 61분에 울산 하피냐의 슛이 인천 골문에 꽂혔다. 하지만 바로 직전에 키다리 골잡이 김신욱의 손에 맞아 떨어지는 공을 김동진 주심은 묵인했다.

나중에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는 고의성이 없었기에 적절한 판정이라고 변명했지만 누가 봐도 이 판정은 웃음거리로 남을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8월 초까지 주심 6명, 부심 3명에게 오심으로 경기 배정에서 배제되는 징계를 내린 바 있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보다 공정한 경기 운영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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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3 K리그 클래식 24라운드 인천 경기 결과(8월 24일 19시 3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0-1 부산 아이파크 [득점 : 파그너(57분,PK)]

◎ 인천(감독 : 김봉길) 선수들
FW : 설기현(59분↔디오고)
AMF : 남준재(59분↔이천수), 이석현, 한교원
DMF : 구본상, 김남일(74분↔찌아고)
DF : 박태민, 이윤표, 안재준, 최종환
GK : 권정혁

◎ 부산(감독 : 윤성효) 선수들
FW : 이정기(81분↔호드리고)
MF : 임상협, 정석화, 윌리암(88분↔전성찬), 박종우, 파그너(68분↔한지호)
DF : 장학영, 이경렬, 이정호, 유지노
GK : 이창근


이 기사는 SoulPlay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축구 인천 유나이티드 FC 부산 아이파크 K리그 클래식 페널티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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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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