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설국열차>의 한 장면. 배우 송강호는 열차의 보안설계자인 남궁민수 역을 맡았다.

영화 <설국열차>의 한 장면. 배우 송강호는 열차의 보안설계자인 남궁민수 역을 맡았다. ⓒ 모호필름, 오퍼스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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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설국열차>의 기세가 매섭다. <더 테러 라이브><숨바꼭질><감기> 등 내로라하는 경쟁작들 속에서 800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개봉 3주차에 들어선 지금도 여전한 위세를 과시하고 있다.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꿈의 천만 관객 동원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설국열차>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송강호 역시 몇 년간의 슬럼프를 딛고 다시 비상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설국열차> 최대 수혜자 중 한명으로 송강호를 꼽을 정도다.

'흥행 보증수표' 송강호 덮친 위기론

1996년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영화계와 인연을 맺은 송강호는 1997년 <초록 물고기><넘버3>에 출연하며 개성 넘치는 조연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1998년에는 김지운 감독의 데뷔작인 <조용한 가족>에 출연했는데 이때의 인연을 바탕으로 그는 김지운의 차기작이었던 2000년 <반칙왕>을 통해 주연급 배우로 거듭나는데 성공한다.

전국 관객 수 187만 명을 끌어 모으며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둔 <반칙왕>은 송강호를 명실상부 충무로 최고의 흥행보증수표의 반열에 올라서게 한 디딤돌이었다. 이후 그는 <공동경비구역 JSA>(전국 583만 명) <YMCA 야구단>(전국 148만 명) 등을 연속으로 히트시키며 막강한 흥행력을 과시했고,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을 통해 놀라운 연기변신을 시도해 관객들이 믿고 보는 배우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바야흐로 '송강호 시대'가 개막한 것이다.

 영화 <살인의 추억> 박두만 형사 역의 송강호.

영화 <살인의 추억> 박두만 형사 역의 송강호. ⓒ 싸이더스


2003년 출연한 <살인의 추억>(전국 525만 명)은 그야말로 수작이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봉준호 감독이 절치부심 끝에 내놓았던 이 영화는 스릴러와 유머가 한데 어우러져 폭발적인 몰입도를 과시했다. 이 작품에서 송강호는 형사 박두만으로 분해 메소드 연기의 진수를 보여줬는데, 특히 관객을 뚫어져라 응시하는 마지막 장면은 지금까지 인구에 회자될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다.

이후에도 거칠 것이 없었다. 2004년 <효자동 이발사>로 전국관객 197만 명을 끌어 모은 송강호는 2006년 봉준호 감독과 재회한 <괴물>로 전국관객 1301만 명이라는 경이로운 흥행기록을 세웠고, 이어서 2008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전국 668만 명), 2009년 <박쥐>(전국 223만 명), 2010년 <의형제>(전국 547만 명)에 이르기까지 약 5년간 3천만 명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다.

게다가 2007년에는 이창동 감독의 <밀양>으로 칸에 입성해 세계적인 영화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작품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그러나 2011년에 들어서면서부터 독보적이었던 송강호의 위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신세경과 함께 한 <푸른 소금>, 이나영과 호흡한 <하울링>이 모두 흥행에 참패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앞선 두 작품의 실패로 인해 송강호는 시나리오 선택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부딪혔고, 일부 언론은 '송강호 위기론'을 공공연히 들먹이며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이에 대해 그는 "어떤 작품 하나로 성공과 실패를 이야기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서운한 감정을 드러낸 바 있다.

이유는 또 있었다. 전통적 파트너이자 라이벌인 최민식, 설경구 뿐 아니라 김윤석, 이병헌, 박해일, 류승룡, 하정우 등 새로운 경쟁자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충무로의 세력 구도가 새롭게 재편된 것이다. 떴다 하면 수백만의 관객을 한꺼번에 불러들이는 이들의 선전 탓에 상대적으로 송강호의 슬럼프는 더욱 심각한 것으로 비춰졌다. 충무로 세대교체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때부터다.

'설국열차'로 명예회복,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런데 2013년 들어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지난 2년간 의도치 않게 슬럼프를 맞이했던 송강호가 봉준호의 할리우드 진출작 <설국열차>를 통해 명예회복에 나선 것이다. 비중은 주조연급에 가까울 뿐이지만, 송강호가 국내 관객들에게 워낙 친숙한 배우인데다 남궁민수 자체가 상당히 임팩트 있는 캐릭터인지라 한국에서는 오히려 <설국열차>를 '송강호 주연영화'로 인식하고 있을 정도다.

문제는 <설국열차> 이후다. 냉정히 평가하자면 <설국열차>는 송강호가 아니라 봉준호 브랜드가 지배한 작품이다. 여기에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튼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할리우드 배우들이 총출동 했고 미국을 포함한 해외 유수의 언론이 큰 관심을 가졌으니 흥행에 실패하는 것이 더욱 이상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사실상 송강호가 제대로 된 명예회복을 하고 싶다면 <설국열차> 다음의 차기작을 성공시켜야만 한다.

그렇다면 <설국열차>에 이어 그가 관객에게 선보일 차기작은 무엇일까. 바로 9월 추석 개봉을 앞두고 있는 한재림 감독의 <관상>이다. 2007년 <우아한 세계>를 통해 한재림 감독과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송강호는 이 작품에서 천재 관상가 내경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조선 단종조 수양대군이 일으킨 계유정난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은만큼 송강호 배우인생 최초의 사극 연기 또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는 9월 개봉 예정인 영화 <관상>에서 내경 역의 송강호.

오는 9월 개봉 예정인 영화 <관상>에서 내경 역의 송강호. ⓒ (주)피터필름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의 면면은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하다. <도둑들><신세계>로 흥행력을 끌어올린 이정재를 비롯해 <도둑들><직장의 신>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이름값을 증명해 보인 김혜수, <학교 2013><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슈퍼루키 이종석, <건축학개론><최고다 이순신>의 조정석, 충무로 최고의 중견배우 백윤식까지 나서 송강호를 뒷받침한다. 최근 충무로의 대세인 '멀티캐스팅'의 진면목을 보는 듯하다.

남녀노소 모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관상'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 실제 역사적 사실을 재구성해 쉬운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 관객들이 영화관으로 대거 몰리는 추석에 개봉한다는 점 역시 <관상>의 흥행가도에 파란 불을 밝히고 있다. 영화 자체의 퀄리티가 일정 수준 이상만 유지해 준다면 송강호의 이름값에 부끄럽지 않은 성적이 나올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개봉일까지 영화적 완성도를 더욱 끌어올리는 작업을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차차기작으로 거론되고 있는 영화 <변호인>도 흥미롭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을 영화화 한 <변호인>에서 송강호는 극 중 노무현으로 분해 정의와 민주주의 구현을 위해 싸우는 인권 변호사로 활약한다.

특히 1981년 부산 민주화 운동의 하나인 부림사건(전두환 정권이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 교사, 회사원 등을 상대로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며 영장 없이 긴급체포해 고문을 하고 구속시킨 사건)이 재조명 될 예정인데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한 첫 영화라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격렬한 논쟁이 예상된다. 이 영화는 현재 절반 이상 촬영을 마친 상태이며 오는 12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렇듯 지난 20년간 관객과 평단의 끊임없는 극찬을 받으며 한국 영화계 최고의 배우로 군림해 온 송강호는 최근 몇 년간의 슬럼프를 극복하고 다시 한 번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설국열차>로 거칠 것 없는 흥행가도를 시작한 그가 과연 기세를 몰아 <관상>과 <변호인>을 연속 히트시키는 저력을 과시할 수 있을까. 지금 충무로의 모든 눈과 귀가 '송강호' 이름 세 글자에 쏠리고 있다.

송강호 관상 설국열차 변호인 봉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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