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기>에서 감염내과 전문의 인해 역의 배우 수애가 13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감기>에서 감염내과 전문의 인해 역의 배우 수애가 13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1년 전, 배우 수애는 촬영장에서 온몸으로 폭염을 견디고 있었다. 지금이야 햇빛을 가릴 수도 있지만, 지난해에는 그렇지 않았다. 부채는커녕 방역복을 입고 마스크도 썼다. 감염내과 의사 역을 맡은 터라 마스크는 필수품이었다. 입 주변에 피부 트러블이 생길 정도였다. 하지만 수애는 이런 경험이 고생스럽기보다 행복하게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팀워크 덕분이었다.

영화 <감기>에서 수애는 장혁과 박민하, 유해진, 마동석 등과 호흡을 맞췄다. 지칠 때쯤이면 다른 배우의 촬영분으로 넘어가 자연스럽게 바통터치가 이뤄졌다. "환경은 열악했지만 좋은 이들과 촬영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았다"는 게 수애의 설명이다. 수애는 촬영 초반부에 정신적으로 고생을 많이 했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자신감을 찾았다. 

"돌이켜보면 수월했던 작품은 없었어요. <나의 결혼 원정기> 때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찍었고,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죠. <감기>는 재난 영화라는 설정에 대한 기대감과 호기심이 컸어요. '재난 영화라 다른 영화보다 힘들겠다' 싶은 생각은 없었고요. 배우들과의 협업이 중요할 테니 오히려 다른 작품보다 쉬어갈 타이밍이 있지 않을까 싶었죠. 대본을 읽고 설렜어요."



"미혼으로서 엄마 연기, 스트레스 받았지만…"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은 늘 있었다. 재난 상황이라는 설정은 둘째 치더라도 미르(박민하 분)의 엄마로, 딸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한다는 점이 유독 그랬다. 수애는 "여자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모성애가 있다지만, 아이를 안는 동장이나 포즈 등 단순한 것에서 들킬 수 있었다"면서 "결혼도 안 한 배우로서 부담스럽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엄마 역할이 처음은 아니에요. <심야의 FM>에서도 엄마였거든요. 그때는 아이와 동선이 달라서 절박한 사랑을 전달하면 됐어요. 하지만 <감기>에서는 아이의 눈을 보고, 소통해야 했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민하와는 드라마 <야왕>에 앞서 <감기>에서 먼저 호흡을 맞췄어요. 제가 소통하는 사람은 민하였잖아요. 민하가 잘 느끼고 표현해줘서 모녀가 잘 살았던 것 같아요."

그동안 밀도 있는 감정 연기로 주목받았던 수애는 <감기>로 '화합의 즐거움'을 되새겼다. "현장을 떠나기 싫었다"는 한마디에서 이 모든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감기>의 출연 배우와 제작진은 지금도 1개월에 1~2번씩 꾸준히 모인다. 각자의 바쁜 일정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 수애는 "격식 차리지 않고 편안하게 먹고 떠들고 마신다"면서 "서로 의지하고 힘이 되었기에 더욱 끈끈한 사이"라고 미소 지었다. 

'엄마' 수애가 정작 탐낸 건 '감초' 유해진?


조용한 말투는 빈틈없어 보였지만, 햇볕이 내리쬐는 바깥에 나가고 싶어하는가 하면 "단 것 좀 먹어야 한다"면서 오물오물 레몬 타르트를 먹는 모습은 <감기>의 연출자 김성수 감독이 말했던 "수애의 사적인, 편안한 모습"이었다. 의외의 답변은 계속됐다. 수애는 "지구(장혁 분)의 구조대원 동료 경업(유해진 분) 역을 탐냈다"면서 "무거운 영화에 감초 역할을 해줘서 힘이 됐다"고 전했다.

"애드리브에 스스로 자신이 없었어요. 전에는 그런 장면이 없기도 했지만 '할 수 있을까' 싶었죠. 하지만 이번에는 촬영하면서 정말 신 났어요. 초반에 무릎이 까진 뒤 투덜거리면서 가는 장면도 순간적인 애드리브였거든요. 그런 거 처음 해봤어요.(미소) 제가 애드리브에 약한 배우이기도 하고, 대본에 집중하는 편인데 말이죠. 이제는 '로맨틱 코미디 하고 싶다'고 스스로 이야기를 많이 하고 다녀요."


수애는 "빈틈 있는 역할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고 했다. 끊임없이 의심하며 스스로를 많이 괴롭히는 편이지만, 막상 발동이 걸리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아간다는 수애. "신중함 속에 무모함이 공존한다"고 말하는 그는 "어느 순간, 현장을 즐긴다"면서 "그러면 모든 것을 놓고 열심히 하는 거다. 그때가 오길 기다리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로맨틱 코미디를 생각하지만, 뭔가 더 힘든 작품이 제게 자극을 준다면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선택할 것 같은데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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