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9-시티브레이크>에서 영국의 록밴드 뮤즈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17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9-시티브레이크>에서 영국의 록밴드 뮤즈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 현대카드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낮 최고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는 무더위의 끝자락에도 록을 사랑하는 이들의 뜀박질은 멈추지 않았다. 17일부터 양일간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9-시티브레이크>(이하 <시티브레이크>)를 다녀간 이들은 주최 측 추산 총 7만 5천 명.

이번 공연을 위해 메탈리카·뮤즈·라이즈 어게인스트·이기 앤드 더 스투지스·림프 비즈킷 등 해외 아티스트들이 한국을 찾았으며, 신중현그룹·김창완밴드·장기하와 얼굴들·권순관·임헌일 등 국내 아티스트들 또한 무대에 올랐다. <시티브레이크>의 주요 장면들을 정리해 봤다.

뮤즈와 림프 비즈킷이 '대한민국'에 준 선물

대개 한국에서 공연을 하는 해외 아티스트들은 여느 나라보다 열정적인 관중의 관람 태도에 깊은 감명을 받는다. 앞서 열린 안산밸리록페스티벌에서 펀.의 보컬인 네이트 루스가 눈물을 글썽인 것 또한 한국 관객의 힘을 느꼈기 때문. 이미 몇 차례 한국 관객을 만난 경험이 있는 뮤즈와 림프 비즈킷은 이번엔 특별한 선물을 준비해 관객을 감동시켰다.

 17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9-시티브레이크>에서 영국의 록밴드 뮤즈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 현대카드


 17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9-시티브레이크>에서 미국의 록밴드 림프 비즈킷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17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9-시티브레이크>에서 뮤즈(위)와 림프 비즈킷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 현대카드


17일, 2009년 서태지가 개최한 이티피 페스티벌과 단독 공연 이후 세 번째로 내한한 림프 비즈킷은 공연 도중 관객석 가까이 내려가 갑자기 "대~한민국!"을 외치고는 박수를 유도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응원 구호로 널리 사용됐던 이 구호와 박수에 관객이 또 한 번 열광한 것은 당연지사. 이날 림프 비즈킷은 '롤링' '마이 제너레이션' 등 자신들의 히트곡과 너바나의 '스멜스 라이크 틴 스피리트' 등을 선보이며 한 시간 여의 공연을 이어 갔다.

그 뒤를 이어 헤드라이너로 등장한 뮤즈 또한 앞서 4번의 내한 경험으로 한국 관객의 떼창을 익히 경험한 밴드다. 이날 '수프리머시' '수퍼매시브 블랙 홀'로 화려한 무대를 연 보컬 매튜 벨라미는 기타 솔로로 애국가를 직접 연주했다.

그의 기타 솔로에 맞춘 애국가 떼창은 단연 17일 <시티브레이크>의 '결정적 한 장면'이었다. 뿐만 아니라 매튜는 공연 도중 관객석 앞으로 내려가 팬들이 내미는 액세서리를 즉석에서 착용하고 공연을 이어가거나, "한국에 다시 와서 좋아요"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등 한국어로 계속해 인사를 건네며 대표적인 '지한파' 밴드임을 입증했다.

신중현그룹의 공연은 한국 가요계 '요점 정리' 시간?

 18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9-시티브레이크>에서 신중현이 아들 신대철(사진 왼쪽)과 함께 공연을 펼치고 있다.

18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9-시티브레이크>에서 신중현이 아들 신대철(사진 왼쪽)과 함께 공연을 펼치고 있다. ⓒ 현대카드


해외 아티스트들이 한국을 상징하는 기호를 사용해 한국 사랑을 드러내려 했다면,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은 그 존재만으로도 이미 한국적이었다. 1938년생, 이제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지만 아들들을 이끌어 나가는 신중현의 기타 연주에는 힘이 넘쳤다. 연주를 멈췄을 땐 잠시 숨을 몰아쉬기도 했지만, "이렇게 좋은 여러분들을 보는 건 제 음악인생 평생 처음"이라며 "좋아서 말이 안 나온다"며 웃음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이날 신중현의 공연은 마치 1960년대부터의 한국 가요사를 한 번에 요점 정리하는 것과도 같았다. 함중아가 불렀던 '빗속의 여인'(1964)을 시작으로 펄 시스터즈의 '커피한잔'(1968), 김추자의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1969)·'거짓말이야'(1971), 김완선의 '리듬 속의 그 춤을'(1987) 등 신중현의 손에서 탄생한 한국 가요사의 히트곡들이 모두 세트리스트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 신중현이 쓰고 부른 '미인'(1974)이 나올 때엔 관객이 하나 되어 몸을 흔들고 노래를 부르는 장관이 연출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거짓말이야'를 선보이기 전 "이 곡이 대중가요 금지곡 1호"라며 "(정치인) 자기들 하는 게 거짓말이라는 건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일갈하거나, "내가 한참 음악 하던 때에 월남 전쟁(베트남 전쟁)이 일어나서 곡을 썼다"며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를 소개하는 신중현에게는 '한국 가요사의 살아있는 전설' 다운 위엄까지 느껴졌다. 가장 한국적이었던 그의 공연은 마지막 순서였던 '아름다운 강산'에서 대형 태극기가 펄럭이는 것으로 정점을 찍었다.

관객들 질주하게 한 메탈리카의 '코리안 타임'

 18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9-시티브레이크>에서 미국의 록밴드 메탈리카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18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9-시티브레이크>에서 미국의 록밴드 메탈리카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 현대카드


그런가 하면 18일 헤드라이너 메탈리카는 예정된 공연 시간이 한참 지나도 등장하지 않아 관객의 애를 태웠다. 주최 측은 공연 지연에 대한 별다른 이유도 공지하지 않아 기다림을 더욱 길게 했다. 결국 메탈리카는 공연 예정 시간 30분이 지난 오후 9시 30분께 무대에 올랐다.

'약속시간에 늦게 도착하는 버릇'이라는 뜻의 '코리안 타임'이라는 말도 있지만, 메탈리카의 '코리안 타임'은 길어도 너~무 길었다. 덕분에 공연이 끝난 11시 40분께엔 막차를 타려는 관객들이 일제히 질주하는 웃지 못 할 광경도 벌어졌다.

그래도 메탈리카는 약 2시간 동안 '마스터 오브 퍼펫츠' '엔터 샌드맨' '새드 벗 트루' 등 흔들림 없는 라이브 실력을 뽐내며 4만여 관객을 열광케 했다. 지난 1998년과 2006년에 이어 세 번째로 한국을 찾은 이들은 기타 리프까지 따라 부르는 변함없는 한국 관객의 떼창에 "그간 연습한 게 분명하다"며 "더 노래하라, 서울!"이라 외쳤다. 아예 연주를 잠시 멈추고 한국 관객의 열정적인 모습을 감상하며 즐거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들은 공연 말미 "우리는 메탈리카 패밀리"라며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라겠다"는 말로 다음을 기약했다.

 18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9-시티브레이크>에서 미국의 록밴드 메탈리카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18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9-시티브레이크>에서 미국의 록밴드 메탈리카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 현대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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