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설국열차>의 원작자인 뱅자맹 르그랑(글)과 쟝마르크 로셰트(그림)가 15일 오전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영화 <설국열차>의 원작자인 뱅자맹 르그랑(글)과 장마르크 로셰트(그림)가 15일 오전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7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설국열차>에서는 원작자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극 중 '설국열차' 속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그림은 원작자가 직접 그린 것이며, 등장하는 손의 주인공 또한 그이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그림을 그리는 건 엄청난 스트레스였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야기를 구상했던 작가는 수염을 붙이고 먼지를 뒤집어쓴 뒤 엑스트라로 출연했다.

15일 오전 경기도 부천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영화 <설국열차>의 프랑스 원작 < Le Transperceneige > 작가의 내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그림작가 장 마르크 로셰트와 시나리오 작가 뱅자맹 르그랑이 참석했다.

  영화 <설국열차>의 원작자인 뱅자맹 르그랑(글)과 쟝마르크 로셰트(그림)가 15일 오전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영화 <설국열차>의 원작자인 뱅자맹 르그랑(글)과 장마르크 로셰트(그림)가 15일 오전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정민


<설국열차>의 원작은 총 3권으로 구성됐다. 1970년대 1권의 시나리오를 담당했던 작가 자크 로브가 그림작가 알렉시스와 작업을 시작했지만, 알렉시스가 사망한 뒤 장 마르크 로셰트가 합류했다. 1권을 완성한 뒤 자크 로브 또한 유명을 달리했다. 장 마르크 로셰트는 시나리오 작가를 물색하던 중, 뱅자맹 르그랑을 만나 1990년대에 이르러 <설국열차>의 2권과 3권을 세상에 내놓게 됐다.

기차 안 모든 사람은 불행하지만, <설국열차>를 통해 '그래도 열차는 굴러간다'는 상징을 부여하고 싶었다는 이들. 특히 2권에서 합류한 뱅자맹 르그랑은 "1권에서 이야기를 이어가기가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자신을 낙관주의자로, 원작자인 자크 로브를 비관론자로 소개한 그는 "3권이 끝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만약 4권, 5권을 썼다면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설국열차>는 완벽한 걸작의 경지...재해석은 '창작의 원천'

두 작가는 "우리가 봉준호 감독을 선택한 게 아니라, 그가 우리를 선택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두 사람은 판권 이야기가 오갔을 무렵, 영화 <괴물>을 들고 칸 영화제를 찾은 봉 감독과 프랑스에서 만났다. "<살인의 추억> <괴물> 등 봉 감독의 작품 퀄리티를 보고 고심하지는 않았다"고 밝힌 이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해졌고, 지금은 셋이 좋은 친구가 되었다"고 미소 지었다. 

  영화 <설국열차>의 원작자인 뱅자맹 르그랑(글)이 15일 오전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영화 <설국열차>의 원작자인 장마르크 로셰트(그림)가 15일 오전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정민


<설국열차>는 앞서 프랑스 감독으로부터 영화화 제의를 받기도 했다. 3번의 러브콜 중, 원작자 자크 로브가 살아있던 1980년대에는 진지한 제안을 받았다고. 장 마르크 로셰트는 "당시 자크 로브가 이를 거절했는데 지금은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당시에는 영화를 실감 나게 만들 수 있을만한 테크닉이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장 마르크 로셰트는 "영화 제작 단계를 지켜봤고,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고 있었다"면서 "작가는 내 작품이 재해석됐을 때 기쁨을 느낀다. 이는 내게 창작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설국열차>를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완벽한 걸작의 경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뱅자맹 르그랑은 "많은 프랑스인이 봉준호, 박찬욱 등 한국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만화 <설국열차>는 3권까지 나왔지만, 두 사람은 4권, 5권의 출간 가능성도 열어뒀다. "향후 작품 계획이 뚜렷하진 않지만 호텔이나 비행기에서 편하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서로에게 둘도 없는 파트너를 만난 만큼 계속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게 이들의 바람이었다. 뱅자맹 르그랑은 "소설, 극본을 쓸 때는 항상 혼자 작업한다. 혼자만의 고독한 싸움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반면 만화는 둘이서 만들어서 좋다"고 미소 지었다.

 영화 <설국열차>의 원작자인 쟝마르크 로셰트(그림)가 15일 오전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영화 <설국열차>의 원작자인 뱅자맹 르그랑(글)이 15일 오전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정민


"만화는 상상력을 총동원할 수 있는 미디어"라는 뱅자맹 르그랑의 말에, 그림작가인 장 마르크 로셰트는 "그건 내가 하는 일 아니냐"고 눙을 치기도 했다. 장 마르크 로셰트는 "만화는 이야기의 원천"이라면서 "자본이나 투자에 제한받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다"고 만화의 장점을 설명했다. "그림에 뭔가를 담아내고, 그림을 통해 표현한다는 데 큰 매력을 느낀다."

설국열차 원작자 장 마르크 로셰트 뱅자맹 르그랑 봉준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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