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대중 전 대통령이 토막살해, 수장의 위기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돌아와 회한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왼쪽). 그로부터 40년이 흐른 13일 동작동 현충원 김 대통령 묘역에서 '생환' 40주년 미사가 열렸다(오른쪽).
 김대중 전 대통령이 토막살해, 수장의 위기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돌아와 회한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왼쪽). 그로부터 40년이 흐른 13일 동작동 현충원 김 대통령 묘역에서 '생환' 40주년 미사가 열렸다(오른쪽).
ⓒ 김대중평화센터

관련사진보기


지난 13일 오전 서울 동작동 현충원 김대중 대통령 묘역에서 천주교 행사가 열렸다. 8월 13일은 김대중 대통령이 1973년 박정희 유신정권 시절 일본 동경의 한 호텔에서 중앙정보부 요원에 의해 납치되어 5일 만에 살아 돌아오신 날, '생환(生還)' 기념일이다. 당시 김 대통령은 동경에서 납치되어 토막살해와 수장(水葬)의 위기를 벗어나 5일 만에 극적으로 동교동 자택으로 돌아온다. 이 사건 후 김 대통령은 매년 '생환' 기념미사를 해 왔다.

'김대중 동경납치살해 미수사건'은 아직도 역사적 사실이 명확히 되지는 않았지만 박정희 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올해는 '생환 40주년'이다. 그래서 돌아가신 후 중단됐던 '생환' 기념 미사를 하게 된 것이다. 이날 미사는 김 대통령이 다녔던 서울 서교성당 윤일선 신부의 집전으로 이뤄졌다.

여기에는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을 비롯해 권양숙 아름다운 봉하(재) 이사장, 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 박지원 비서실장 등 김 대통령을 보좌했던 인사들, '동경납치사건' 진상규명 활동에 앞장선 한승헌 변호사, 이해동 목사 등 여러분들이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4년 전 돌아가신 토마스 모어(김대중 대통령의 천주교 세례명)의 안식을 기원했다.

박정희의 중앙정보부, 전두환의 안기부는 '남산'으로 불렸다.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 시절 '남산'은 무소불위의 권력이었다. 군사독재정권은 '남산'을 앞세워, 공작정치, 정보정치를 단행했다. 간첩 잡는다는 명목으로 무고한 사람들, 민주인사들을 잡아다가 고문했다. 각종 선거에 개입해 민의와 다른 선거결과를 만들어냈다.

지금의 국정원 선거개입은 40여년이 지났지만 그때와 꼭 닮았다. 지금 국정원과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댓글달기 여론조작 선거개입 행위를 종북세력 척결과 대북심리전 일환이라고 변명하고 있다. '중정'과 '안기부'도 국가안보와 '빨갱이'를 잡는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김대중 테제는 실현 과정에 있다

김대중은 역사와 국민들 믿고 넘어지면 일어서고 쉬지 않고 노력하며 도전했다. 국민들은 그런 김대중을 좋아했다.
 김대중은 역사와 국민들 믿고 넘어지면 일어서고 쉬지 않고 노력하며 도전했다. 국민들은 그런 김대중을 좋아했다.
ⓒ 김대중평화센터

관련사진보기


지난 대선 때 작가 겸 칼럼니스트인 고종석씨는 "이번 대선은 김대중 vs 박정희의 리턴매치, 헌정수호세력과 왕정복고세력의 싸움"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필자도 <오마이뉴스>에 '박정희의 부활은 김대중의 눈물이다'라는 글을 기고한 바 있다.

그렇다면 선거 결과가 박정희 딸의 승리, 박정희 공화당과 맥을 같이 하고 있는 새누리당 집권이라는 결과는 결국 '김대중의 패배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첫째 김대중은 이미 여야를 뛰어넘는 민족 지도자, 한반도를 뛰어넘는 세계적인 지도자, 정치인을 뛰어넘는 사상가로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도 야당 후보들은 물론 박근혜 후보마저도 조국을 위한 김대중의 헌신과 업적, 즉 민주주의와 인권, 남북화해협력, 국민통합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고, 그 정신과 업적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둘째는 지난 대선은 김대중을 따르는 야권 정치세력의 실패인 것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야권의 실패를 김대중 정신, 김대중의 업적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었다고 평가하는 사람은 없다. 김대중의 민주주의, 인권, 정의로운 경제, 남북화해노력, 관용과 용서의 정신은 그가 이룬 업적과 함께 온전히 그대로 남아 있다.

김대중 테제는 실현 과정에 있다. 필자는 김 대통령 서거 후 출판한 졸저 <김대중 리더십>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평생에 걸쳐, 그리고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들에게 민주주의 수호, 남북의 화해협력, 중산층과 서민의 정치, 관용과 화해의 정치를 호소했다. 아직 우리 사회는 김 대통령이 제시한 이러한 정신과 원칙을 실현하지 못했고, 그 실현 과정에 있다. 당분간 대한민국의 과제는 김 대통령이 제시한 프레임 속에서 각각의 목표를 실현하는 노력이 계속될 것이다. 정치발전, 사회정의와 복지, 문화발전, 남북관계와 통일의 문제, 동아시아와 세계 속에서 한국의 역할을 찾는 일 등에서 김 대통령이 제시한 정책과 사상은 유효하다. 그런 점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돌아가셨지만, '김대중 정신', '김대중 테제'의 실현은 지금부터라고 할 수 있다."(<김대중 리더십> 16쪽)

민주주의 후퇴·유신회귀, 김대중을 다시 부르고 있다

또 필자는 대선 캠페인이 한창일 때 이런 글을 썼다.

"우리가 박근혜를 문제 삼는 까닭은 그가 독재자 박정희의 딸이라는 생물학적 이유에서만이 아니다. 그가 독재자 박정희의 정책, 이념, 철학을 고스란히 이어받고 이를 다시 복원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쿠데타를 일으킨 독재자의 유전자를 고스란히 이어받고 있기 때문이다." - <오마이뉴스> '박정희의 부활은 김대중의 눈물이다'

최근 국정원 선거개입에 대해 완전히 침묵하고, '우리가 남이가'로 관권개입, 지역감정을 일으킨 유신 공안검사 김기춘을 비서실장에 임명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을 볼 때, 그리고 대통령 주변에 포진한 유신시대의 인물, 또 많은 군인 출신 인사들을 볼 때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박정희 유신정치의 유전자가 살아남아 있다.

또한 국정원 선거개입 관권선거 사건에서 보듯이 민주주의는 여전히 위태롭다. 개성공단 문제에서 보듯이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번 세제개혁에서 드러난 중산층 지갑 털기는 이 정부가 관연 민생의 안정을 생각하는 정부인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이러한 우리 현실을 볼 때 '김대중 테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김대중 테제'는 그냥 시간이 흐른다고 저절로 실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말처럼 '서생적 문제인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가지고 '행동하는 양심'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 실현이 빨라진다. 김대중의 역사에서 보듯이 역사는 앞으로 발전한다. 김대중 대통령처럼 국민을 믿고 국민에게 의지하면서 용기를 갖고 쉬지 않고 노력한다면 '김대중 테제'는 실현될 것이다. 이제 이것은 살아있는 자의 몫이다.

김대중을 그리워하는 이유, 용기와 희망

지난 10일 (사)민생평화광장이 주관한 하의도 김대중 대통령 생가 마당에서 열린 추도식에는 23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지난 10일 (사)민생평화광장이 주관한 하의도 김대중 대통령 생가 마당에서 열린 추도식에는 23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 민생평화광장

관련사진보기


지난 10일 김대중 대통령이 태어난 하의도에는 광주와 전남의 시도민 230여명이 모였다. 하의면민들은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하의도를 찻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손님들을 반겼다. 광주에 있는 '사단법인 민생평화광장'이 주관한 이 행사에는 당초 모집인원 100명을 훌쩍 넘는 대인원이 참석했다. 70대 노인부터 10대 학생들까지 그리고 함평재생원 한센병 나환우 20여명도 힘든 몸으로 함께 했다.

이날 하의도 탐방단은 37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을 뚫고 목포에서 2시간 30분이나 걸리는 배를 타고 하의도를 찾았다. 지난 대선 실패 이후 호남인을 비롯한 민주개혁진영은 의지할 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하의도에 사람들이 많이 모인 것은 김대중을 그리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폐쇄 위기까지 치닫은 개성공단, NLL 논란 등으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유신회귀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 김대중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이날 사단법인 민생평화광장의 최영태 이사장(전남대 사학과 교수)은 하의도 김 대통령 생가 마당에서 열린 추도식에 이렇게 말했다.

"나는 김대중이 경험한 수많은 실패와 역경이 오히려 그를 강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의 시련과 역경을 사랑한다. 그의 용기있는 삶은 시공간을 초월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오래 오래 기억되고 또 사랑의 대상이 될 것이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그의 삶에서 꿈과 비전의 중요성을 발견할 것이다. 팍팍한 삶에 지쳐 있는 사람들은 그의 고통과 도전정신에서 용기와 희망을 발견할 것이다. 민주주의의 후퇴와 남북한 간의 대립에 가슴 아파하는 사람들은 그를 기억하며 민주화운동과 평화· 통일 운동의 허리띠를 다시 동여맬 것이다."

사람들이 김대중을 그리워하는 것은 그의 성취 때문만이 아니다. 그가 어떤 힘든 상황에서도 새롭게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기 때문이다. 납치를 당해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 돌아왔고, 사형선고를 받고도 망명 후 조국으로 돌아와 국민 앞에 우뚝 섰기 때문이다. 그의 생애를 통해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고, 역사는 앞으로 발전한다"는 확신과 신념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이후 민주개혁진영은 국민의 관심과 사랑에서 멀어져 있다. 김대중 대통령 서거 4주기를 맞아 민주개혁진영은 현대사에서 보여준 칠전팔기 우리 민중들의 역사와 그 민중과 함께 동고동락해온 김대중의 역사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지금 국민들은 김대중처럼 새롭게 도전하고 용기와 희망을 줄 지도자를 찾고 있다. 국민들은 김대중처럼 인류의 보편적 가치, 시대의 가치를 굳게 붙들고 역사발전을 위해 국민들과 당당하고 견고한, 환상적인 결합을 이룰 지도자를 찾고 있다.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김대중 대통령이 돌아가신 8월 18일 오전 국립 서울현충원에서 추도식이 열린다. 12일부터 18일까지 김 대통령이 마지막 집무를 보았던 김대중도서관 5층 집무실이 일반인들에게 공개된다. 전국 여러 곳에서 추모강연회와 사진전 등 여러 행사가 열리고 있다. 정신을 잇는 일은 기억하고 회상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김대중 대통령 4주기를 맞아 많은 사람들이 김 대통령의 생애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김대중평화센터 공보실장입니다.



태그:#김대중, #행동하는 양심, #김대중 4주기
댓글54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9,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김대중 대통령을 보좌한 마지막 비서관이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