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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과 13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동북아 평화를 위한 광주-오사카 한일 시민대화'(12일)와 김대중 대통령 서거 5주기 '동북아 평화구축과 아베의 전쟁정책' 주제 강연회(13일)가 열렸다. 이번 한일 시민대화는에는 광주의 사단법인 민생평화광장과 오사카의 동아시아청년교류프로젝트 회원들이 참여했다. 오사카를 방문하여 일정을 함께하고 돌아오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집단자위권이 자주방위전략? 포장일 뿐이다

오는 2015년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70년이 되는 해이다. 1945년 8월 미국에 의해 결국 무릎을 꿇은 일본은 "전쟁과 무력을 영구히 포기한다",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평화헌법을 채택했다. 이러한 일본이 다시 전쟁국가로 돌아가려 한다. 그 선두에는 아베 신조 총리가 있다.

지난 7월 1일 아베 내각은 집단자위권 해석 개헌을 단행했다. 집단자위권이란 일본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 아니라 "타국에 대한 공격이 일본에 위협을 줄 때"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집단자위권은 동맹국인 미국이 공격 받는 상황에서 일본 자위대가 참전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의 요청으로 한국군이 베트남 전쟁에 참여한 것과 같다. 이는 일본의 헌법 9조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집단자위권은 한반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한반도는 남과 북의 무력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고, 일본·미국·중국의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는 지역이다. 한반도에 무력충돌이 일어날 경우 일본이 미국의 요청, 자국민 보호 등을 명분으로 한반도에 군대를 파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집단자위권 해석 개헌 배경에는 미국이 있다. 미국은 군사비 예산 삭감을 통해 재정적자를 해소하는 데 일본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의 자위대나 일본의 군사비를 활용해 재정적자를 해소하려고 한다. 앞으로 미국과 일본이 무기를 공동개발하고 수출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아베 정권은 집단자위권이 일본의 보통국가 지향, 자주방위전략의 일환이라고 포장한다. 하지만 이것은 일본이 군사대국·전쟁국가로 가는 과정이다. 세계와 동아시아의 큰 골칫거리다. 지난 12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한일 시민대화와 13일에 있었던 김대중 대통령 서거 5주기 '아베의 전쟁정책' 주제 강연회에서 핫토리 료이치 전 중의원은 "아베 정권의 국가주의, 국수주의 성격이 그 위험성을 더욱 크게 하고 있다"며 "장래에 일본의 핵무장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북아 평화를 위한 한일 시민대화 9월 12일 일본 오사카에서 광주-오사카 한일 시민대화가 열렸다. 왼쪽부터 양관수 일본 경법대 교수, 최경환 공보실장, 핫토리 료이치 전 사민당 중의원 의원, 사토 다이 동아시아청년교류프로젝트 사무국장, 아츠코 아라키 탈원전 비밀보호법 폐지 시민활동가.
▲ 동북아 평화를 위한 한일 시민대화 9월 12일 일본 오사카에서 광주-오사카 한일 시민대화가 열렸다. 왼쪽부터 양관수 일본 경법대 교수, 최경환 공보실장, 핫토리 료이치 전 사민당 중의원 의원, 사토 다이 동아시아청년교류프로젝트 사무국장, 아츠코 아라키 탈원전 비밀보호법 폐지 시민활동가.
ⓒ 최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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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집단자위권은 인정하지만, 아베의 국수주의는 걱정"

집단자위권 행사는 정당한 개헌절차를 밟지 않고 '해석 개헌'이라는 내각의 결정으로 이뤄졌다. 입헌주의의 부정이다. 자민-공명당 연합의 아베 정권은 과반의 의석수는 차지했지만 헌법개헌에 필요한 3분의 2가 되지 못한다. 그러자 내각의 '해석 개헌'이라는 형식을 따른 것이다. 핫토리 의원은 "사실상 평화헌법 9조를 파괴한 것이며, 권력을 묶는 헌법이 시민을 묶는 헌법이 되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한국의 시민단체들이 일본이 추가적인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해 집단자위권 행사 범위를 '예방공격'과 '선제공격'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한일대화에서 관심을 끌었던 대목은 "과연 미국이 아베의 집단자위권을 어디까지 용인할 것인가"였다. 집단자위권 해석 개헌 이후 미국과 일본 사이에 가이드라인이 정해지고 미일군사협의회의가 개최된다. 핫토리 의원은 "미국은 일본의 집단자위권은 인정하지만, 아베 정권의 국수주의적 성격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아베 정권이 미일 간의 가이드라인을 넘어서 행동하려고 할 경우 과연 미국이 이를 용인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아베 정권은 집단자위권 해석 개헌 후속조치로 내년 4월 이후 국회에서 관련 법안들의 개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둘러싼 본격적인 공방과 논쟁이 일본 사회에서 전개될 전망이다. 지금 일본에서는 아베의 전쟁정책을 저지하기 위한 야당과 시민평화세력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미 국회를 통과해 연내 시행을 앞두고 있는 비밀보호법은 아베 정권의 군국주의화의 또 다른 축이다. 일본 평화세력들은 지금 아베의 집단자위권과 비밀보호법과 싸우고 있다.

비밀보호법은 군사·외교문제와 테러·스파이 방지 등 국가기밀을 누설하는 것은 물론, 알려고 하는 행위도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이다. 시민의 기본인권을 침해하는 법률일 뿐만 아니라, 의회나 언론의 검증을 받지 않은 채 국가의 정보조작을 가능하게 해주는 법률이다.

핫토리 의원은 "국가가 비밀리에 정보를 조작해 대외 침략이나 전쟁으로 삼은 역사가 많다"며, "베트남 전면전쟁의 명분이 된 통킹만 사건은 미국의 정보당국이 조작했고, 일본의 중국침략의 명분이 된 만주사변도 일본이 조작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베 정권은 집단자위권과 비밀보호법 외에도 일본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창설, 일본판 해병대 수륙기동단 창설, 수직 이착륙기 오스플레이 구입, 무기수출 해금, 오키나와 미군 신기지 건설 강행 등 안보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 서거 5주기 추모 강연회 13일 오사카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서거 5주기 기념회에서 참석자들이 고인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이날 핫토리 료이치 전 사민당 중의원 의원이 “동북아 평화구축과 아베의 전쟁정책”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 김대중 대통령 서거 5주기 추모 강연회 13일 오사카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서거 5주기 기념회에서 참석자들이 고인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이날 핫토리 료이치 전 사민당 중의원 의원이 “동북아 평화구축과 아베의 전쟁정책”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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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극우, 역사 부정 '아베 담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한일대화에서 주목되는 것은 일본이 전쟁국가와 군국주의를 노골화하고, 위안부 등의 역사를 부정하는 '아베 담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베 정권의 행태를 볼 때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담화는 '종전 70주년'인 오는 2015년 중에 발표될 것이라고 한다.

1993년의 고노 담화와 1995년 종전 50년을 맞아 발표한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인정하고 사과한 일본 정부의 공식입장이다. 특히 고노 담화는 위안부의 강제성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지금 일본은 고노-무라야마 담화를 부정하는 아베 담화를 준비하고 있다. 핫토리 의원은 아베 담화가 발표되면 "아시아 외교의 파국"을 몰고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베 정권의 국수주의는 위안부 부정, 근린제국조항 말살,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 역사 수정으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최근 일본은 혐오 발언(Hate Speech) 등 배외주의가 만연하고 있다. 혐오 발언이란 특정 사람들을 폄하하고, 위협하는 행동을 말한다. 지난 2009년 12월, 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아래 재특회) 회원들은 교토 조선인 초등학교를 습격해 "너희들은 스파이다", "조선인은 사람이 아니다"는 구호를 외치며 위협한 바 있다. 일본 전국에 걸쳐 혐오 발언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아베 정권의 국수주의와 전쟁정책이 이러한 사회분위기의 배경이 되고 있다.

아베의 전쟁정책을 비판하는 집회 포스터들 일본은 집단자위권, 비밀보호범 등 아베의 전쟁정책을 비판하는 각종 집회가 활발히 열리고 있다. 오사카에서 열리는 집회와 강연회를 알리는 포스터들.
▲ 아베의 전쟁정책을 비판하는 집회 포스터들 일본은 집단자위권, 비밀보호범 등 아베의 전쟁정책을 비판하는 각종 집회가 활발히 열리고 있다. 오사카에서 열리는 집회와 강연회를 알리는 포스터들.
ⓒ 최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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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공동의 시민행동이 필요하다

집단자위권, 비밀보호법, 위안부 역사 부정 등 아베 정권의 행태는 일본 내 많은 평화세력들의 양심을 깨우고 있다.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를 중심으로 일본 헌법 9조 수호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오키나와 미군기지 신설 반대 운동은 오키나와 주민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오는 11월 오키나와 지사 선거에서 야당 간의 연합이 이루어져 미군기지에 반대하는 야권이 승리할 수 있을지 그 여부가 주목된다.

이번 오사카 방문에서 만난 여러 일본인들은 입을 모아 야당의 분열을 비판했다. 아베 정권의 전쟁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반대 여론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야당 세력이 분열되어 있는 바람에 제대로 된 정치력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 아베 정권에 대한 일본 국민의 지지율은 지난해까지는 60%가 넘었지만 올해 7월 집단자위권 문제가 불거지면서 50% 이하로 떨어졌다.

민주당, 사회민주당, 생활당 등 야권과 시민사회세력들은 아베 정권의 전쟁정책을 막기 위한 일본 야권의 정개재편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야권이 정계재편에 성공해 아베의 독주를 막아낼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어려워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일본의 시민사회와 야당 정치권이 움직임이 활발한 것 또한 사실이다.

아베의 전쟁정책은 이제 일본의 문제만이 아닌 동아시아 전체의 문제가 됐다. 특히 한반도는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일본에서부터 시작된 동아시아 패권 다툼은 100년 전의 역사를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지금은 100년 전과 다르다. 한일 시민들은 동아시아가 가야할 번영과 발전의 길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소통할 줄 알고 행동할 줄 안다. 지금 일본의 군사대국화, 아베의 전쟁정책은 일본의 미래에도 불행한 일이지만, 동아시아 역사의 퇴보와 갈등을 가져올 것이다. 동아시아의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키기 위한 한일 공동의 시민행동이 필요한 이유이다.

내년 2015년은 한일수교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2015년은 한일 평화시민세력이 힘을 합해 아베의 독주를 막아내고 동아시아에 평화를 지속할 것인지, 아니면 아베의 전쟁정책에 휘말려 갈등과 불안의 시기를 지속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대한 시기다.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키기 위한 한일 시민간의 연대, 대화, 시민행동이 한국과 일본의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세계의 여론을 움직일 때 아베의 독주는 멈출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최경환 시민기자는 김대중평화센터 공보실장, 광주 (사)민생평화광장 상임대표로 일하고 있다.
전남대 객원교수로 <김대중의 사상과 리더십>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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