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예체능' 조달환

ⓒ KBS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 스튜디오를 뛰쳐나온 카메라가 군부대와 어린아이를 비추고 있을 때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은 말 그대로 동네 곳곳을 찾아다녔다. 리얼버라이어티에 다큐가 더해져 연예인들과 연예인 부자의 행동을 빽빽하게 담아낼 때 <우리동네 예체능>은 다소 투박하지만 동네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아저씨, 아줌마, 초등학생에서 청년들의 땀방울에 주목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동네 예체능>은 조용히 강하다. 출연자와 제작진들은 요란한 시청률의 반등보단 밑바닥부터 서서히 올라오는 생활 체육의 열기를 몸소 체험 중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사장 직전에 놓였던 볼링, 또 배드민턴과 탁구가 새삼스럽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예지 PD를 '급' 만났다. 1주일 중 단 하루도 온전히 쉴 수 없을 정도로 바쁜 몸이었지만,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뿌듯해하고 있었다. 지난 4월 9일 첫 방송 이후 <우리동네 예체능>은 어느새 시청자들 삶 속에 꽤 건강하게 뿌리내리고 있었다.

<우리동네 예체능>, 예능만 아는 PD와 스포츠광 작가의 만남 

 이예지 PD

이예지 PD ⓒ 이정민


사실 관계를 먼저 밝히자면, <우리동네 예체능>은 강호동의 KBS 복귀작이었던 <달빛 프린스>의 실패를 딛고 나온 프로그램이다. 책과 예능을 접목해 시청자들과 시민들이 보다 친근하게 독서의 즐거움을 나누고자 했던 기획은 저조한 시청률로 반등의 기회를 노려보지도 못한 채 폐지됐다. 2004년 KBS 입사 후 <상상플러스> 조연출,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연출을 거치며 능력을 인정받던 이예지 PD는 <달빛 프린스>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했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동네 예체능>을 기획하면서 생활체육의 규모나 동호회에 대해 전혀 몰랐어요. 애초 기획은 우리 진행자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예능이 무엇일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했죠. 강호동의 장점을 쭉 나열해보니 연예인 중에 운동신경이 가장 뛰어난 사람 중 하나고, 타고난 성실함이 있는 사람이었어요. 게다가 대민 접촉에도 강한 사람이죠. 지방에 내려가 어르신들을 대하는 건 아마 우리나라 연예인 중 최고일 거예요."

위기 이후 재기해야 했던 진행자들이었고, 그들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판을 마련해 준 셈이었다. 여기에 또 하나를 보태면 스포츠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의 시선으로 다가간 것도 나름의 비결이었다. 월드컵 경기 때도 예능을 보던 PD와 '스포츠광'인 작가의 만남은 곧 '전격 생활체육 버라이어티 예능'이라는 구상을 가능케 했다.

"시행착오가 많았죠. 예능을 했던 사람들만 모여 있으니 회사 스포츠국의 도움도 받았고, 생활체육협회를 비롯해 각종 체육 관련 단체의 도움을 받았어요. 이 프로를 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게 점점 프로그램이 자라난다는 느낌이 든다는 거예요. 마치 생명체와도 같아요. 종목을 바꿀 때나, 멤버들의 성향이 서로 융화되면서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 생겼어요. 각 종목 안에서 사람들의 성향과 이야깃거리가 나오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솔직히 얘기하자면 <달빛 프린스>를 다시 하게 된다면 잘할 수 있을 거 같아요. 프로그램의 부족한 점이 보이기 시작할 때 접게 된 게 참 아쉽더라고요. 프로의 폐지도 아쉬웠지만 당분간 책이라는 소재를 다룰 수 없다는 사실이 더 안타까웠어요. 우리의 실수죠. MC가 더 잘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줬다면, 그들의 매력을 뽑을 수 있었을 텐데 그게 안 됐어요."

 지난 16일 방송된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의 한 장면.

ⓒ KBS


 '우리동네 예체능'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은 탁구와 배드민턴 등 생활체육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 KBS


<달빛 프린스>로부터의 연장선…시민에 맞춘 눈높이

프로그램을 생명체로 여기는 PD의 입장에서 그 안타까운 심정을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 다행인 건 이예지 PD와 스태프의 노력으로 <우리동네 예체능>이 고른 지지를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묘하게 이어진 <달빛 프린스>와 <우리동네 예체능>엔 공통점이 있었다. 책에서 스포츠로 분야는 바뀌었지만 전문 분야의 눈높이를 시민에 맞게 낮추고 함께 즐기고자 했던 의도가 깔렸다는 것이었다.

"요즘엔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을 찾아보는 시대잖아요. 그에 따라 PD는 목표 시청자층을 분명히 정하고, 그들의 욕구를 정확히 반영하려 해요. 케이블 프로들이 대표적인 예죠. 야구 전문 채널, 격투기 전문 채널, 예능 전문 채널, 드라마 전문 채널 등이 각 시청자들 요구에 맞게 방송하죠. 이젠 지상파는 케이블과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어요. 하지만 적어도 그들과 같은 걸 낼 수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문턱을 낮추는 게 지상파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같은 방식으로 지상파에서 스포츠를 다루면 우리 엄마 같은 분은 평생 스포츠에 대해 문을 닫고 살 수밖에 없을 거예요. <달빛 프린스> 때 강호동과 책을 엮은 건 결국 그 문턱을 낮추려는 의도였거든요. 책을 아예 안 봤던 사람도 강호동이 소개해주니까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사실 <우리동네 예체능>도 그 뿌리는 같아요. <SNL 코리아>가 아무리 인기가 많아도 50·60대에겐 여전히 어려운 프로거든요. 트렌드는 있지만 세대 간 단절은 더 심해지는 거죠. 우리 역할은 바로 그런 단절을 이어주고, 문턱은 낮춰주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생활체육은 사실 쉽잖아요. 배드민턴과 탁구, 볼링은 우리가 쉽게 접하고 배울 수 있는 운동이기도 하고요."

확실히 <우리동네 예체능>이 전 세대가 고른 접근을 할 수 있다는 증거는 이예지 PD 어머니 사례를 봐서도 알 수 있었다. 스포츠 용어를 전혀 모르던 그의 어머니가 어느 날 TV를 보면서 "어머 강스매시를 하네?"라며 좋아하셨던 것을 봐도 말이다.

"아저씨나 젊은 남성은 스포츠의 규칙을 알고 매력을 알지만 아줌마들에겐 이게 또 낯선 세계예요. 저 역시 스포츠를 전혀 모르는데 자막을 넣을 때도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용어까지만 사용해요. 나머진 직접 동호회 분들과 출연자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통해 느끼고 알 수 있잖아요.

KBS가 88체육관을 소유하고 있는데 프로그램 초기엔 우리에게 사용료를 받다가 이젠 안 받아요. 우리 프로를 통해 수익이 크게 올랐다고 하더라고요(웃음). PD 입장에선 시청률 욕심이 나긴 하지만 우리가 했던 종목이 사람들에게 확산되는 모습에 보람을 느껴요. 시청률을 통해선 일어날 수 없는 변화죠. 사람들이 운동을 즐기기 시작했다는 거잖아요. 예능 프로라 웃음을 주는 것도 의미 있지만 그보다 한 발짝 더 나간 거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의 한 장면.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의 한 장면. ⓒ KBS


조달환에서 이지훈까지 '스타 탄생', 그 비결은?

예능 프로마다 재조명받는 스타가 존재한다. MBC <무한도전>의 일곱 진행자가 그랬고, 출연하는 게스트도 새삼 주목받으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받곤 했다.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독보적인 강호동을 제외한 최대 수혜자를 꼽자면 배우 조달환과 이지훈, 그리고 가수 필독, 황찬성 등의 신예 스타일 것이다. 이들은 각각 주·조연 배우로 꾸준히 등장했거나 이제 스타로 발돋움 중인 차세대 뮤지션이다. 상대적으로 인지도는 톱스타에 비해 떨어지는 연예인들이지만 친근함과 특유의 성실함으로 시청자들 눈에 들고 있다.

"일단은 해당 종목을 잘하는 분도 좋겠지만 프로에 임하는 태도도 중요했어요. 잘하진 못해도 성장 가능성을 보는 거죠. 방송 외의 시간이 많거든요. 지금껏 방송된 내용은 본인이 좋아서 연습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상황들이에요. 다들 하고 싶어서 합류한 케이스죠. 조달환씨 경우처럼 그 종목을 잘하면서도 성실하면 최고죠. 스타성은 부수적입니다.

두 달 정도 스포츠에 미칠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잠시 출연했던 게스트도 꾸준히 연락하는데 이런 경우가 드물거든요. 프로가 끝나면 자기 일에 바빠서 신경을 못 쓰는데 알렉스는 문자로 엄지손가락을 보냈더라고요. 배드민턴으로 종목을 잘 바꿨다면서요. 이병진씨는 다른 인터뷰에서 배드민턴 얘길 많이 꺼내고 있더라고요(웃음)."

진행자와 게스트의 면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이 프로는 일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다. 당연히 대결 상대가 되는 동호회 시민들에 대한 기억도 특별할 수밖에 없다.

"특정 출연자가 기억에 남기보단 사실 예심 때가 가장 기분이 좋아요. 가족 단위로 와서 운동을 즐기는 모습이 좋더라고요. 정작 전 일 때문에 바빠서 우리 아이들과 못 노는데(이예지 PD는 현재 아이가 둘이다) 노부부, 부자, 모녀, 형제들이 함께하는 모습에 대신 행복을 느껴요. 행복이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걸 새삼 느끼는 거죠. 이번에 부산 예심에서도 어느 여고생이 사춘기 때 아빠와 대화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데 운동을 통해 고백한 말이 사실 아빠를 좋아하고 존경한다더라고요."

앞으로도 도전할 종목은 많다. 다음 종목이 무엇인지 아직 결정하진 않았지만 이예지 PD는 "또 다른 색깔의 종목을 통해 감동을 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보였다. 자신과의 싸움, 혹은 팀플레이를 통해 하나가 돼가는 모습, 그리고 우리 생활 가까이에서 성취감과 행복을 찾는 모습을 <우리동네 예체능>은 지금까지 증명해내고 있었다.

 방송인 강호동과 이예지PD

방송인 강호동과 이예지PD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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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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