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의 오른쪽 크로스를 받은 설기현이 멋진 헤더로 동점골을 터뜨리는 순간

이천수의 오른쪽 크로스를 받은 설기현이 멋진 헤더로 동점골을 터뜨리는 순간 ⓒ 심재철


비록 팀은 아쉽게 패했지만 공격형 미드필더 이천수의 활약은 빛났다. 그를 믿어주는 9천 2백여 인천 유나이티드 팬들 앞이었기에 더욱 뜻깊은 순간이었다. 다이빙 헤더로 멋진 동점골을 터뜨린 동료 설기현에게 미안할 정도로 스포트 라이트는 이천수에게 주목되었다.

김봉길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10일 오후 7시 3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13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 FC 서울과의 안방 경기에서 종료 직전 결승골을 내주며 2-3으로 아쉽게 패하며 5위 자리도 위협받게 되었다.

펠레 스코어 더비 매치

경인 전철로 이어진 두 팀의 맞대결은 흔히 경인 더비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세 차례 만나서 이들은 모두 3-2 명승부를 만들어냈다. 축구 경기에서 가장 재미있는 결과라고 말하는 '펠레 스코어'가 연거푸 이루어지고 있기에 이제는 펠레 스코어 더비 매치라는 별명이 붙을만도 하다.

 윤일록과 몸싸움을 이겨내며 빠르게 공을 몰고 있는 이천수(오른쪽)

윤일록과 몸싸움을 이겨내며 빠르게 공을 몰고 있는 이천수(오른쪽) ⓒ 심재철


작년 7월 15일 바로 이곳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의 부활을 알리는 3-2 승리가 이루어졌고, 올해 3월 9일에는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새내기 이석현의 가치를 입증하는 또 하나의 3-2 명승부가 만들어졌다. 앞선 두 경기에서 인천이 내리 이기자 지난 해 챔피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나보다. 이번에는 비록 방문 경기였지만 FC 서울이 짜릿한 3-2 승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경기 시작 8분만에 방문 팀 미드필더 고명진은 재치있는 왼발 감아차기로 인천의 골문 왼쪽을 갈랐다. 문지기 권정혁이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날아온 공이어서 손을 쓸 틈도 없었다. 그들의 추가골도 미드필더 하대성이 터뜨렸다. 40분에 오른쪽 수비수 차두리가 밀어준 공을 잡아서 하대성이 비교적 먼 거리인 30미터 지점에서 오른발로 차 넣은 것이다.

이렇게 달아나는 디펜딩 챔피언을 상대로 안방 팀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차근차근 한 골씩 따라붙어서 2-2까지 만들어냈지만 뒷심이 진정으로 강한 팀은 FC 서울이었다. 후반전 추가 시간 2분에 몰리나의 왼발 바깥쪽 찔러주기를 받은 데얀 다미아노비치가 회심의 왼발 대각선 슛을 터뜨리며 펠레 스코어를 완성시켰다. 특히, 골잡이 데얀은 한국 프로축구 선수로서 첫발을 들여놓은 팀이 인천이었기에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이천수의 명품 프리킥 기대감

 인천의 이천수가 수비수 김주영을 따돌리며 오른발 크로스로 30-30 클럽에 가입하는 도움을 기록하는 순간

인천의 이천수가 수비수 김주영을 따돌리며 오른발 크로스로 30-30 클럽에 가입하는 도움을 기록하는 순간 ⓒ 심재철


인천 팬들 입장에서는 정말로 아쉬운 2-3 패배였지만 그래도 근래에 보기 드문 명승부를 연출했기에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특히, 인천의 아들로 돌아온 이천수가 K리그 클래식 여덟 시즌 123경기만에 30-30클럽 가입을 의미하는 1-1 동점골 도움(42득점 30도움)을 기록했기에 그 감흥은 남달랐다.

이른 시간에 골을 내주고 끌려가던 인천 유나이티드는 13분만에 균형을 이뤘다. 한교원과 공을 주고받으며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이천수는 끝줄 바로 앞에서 상대 수비수 김주영을 따돌리며 자로 잰 듯한 오른발 띄워주기를 골문 바로 앞으로 보냈다. 이 공은 동료 골잡이 설기현이 이마로 처리하기에 적절했다. 30-30 클럽의 문은 이렇게 열렸다.

이천수가 만들어낸 올 시즌 다섯 개의 도움 기록은 인천 유나이티드 안에서 1위(5개)에 해당한다. 실제 출장 수를 감안하여 계산한 경기당 도움 기록만 놓고 따져보면 K리그 클래식 전체에서 3위(0.42개)에 해당하는 높은 수준이다. 경기당 0.65개나 만든 몰리나(FC 서울)는 아직 멀리 있지만 최근 장춘 야타이로 이적한 에닝요(전북)의 0.46개를 따라잡는 것은 시간 문제다.

 동료들의 축하를 받는 이천수가 인천의 E석 앞에서 관중들에게 미소짓고 있다.

동료들의 축하를 받는 이천수가 인천의 E석 앞에서 관중들에게 미소짓고 있다. ⓒ 심재철


이천수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2 동점(50분, 한교원 득점)을 만든 뒤 이루어진 역습 과정에서 관중들의 엉덩이를 들썩거리게 만들 정도로 경쾌한 드리블 실력까지 보여주었다. 53분, 자신보다 체격 조건이 월등히 뛰어난 상대 미드필더 고명진을 어깨로 밀어내며 공을 몰고 들어간 이천수가 오른쪽 측면으로 돌아들어가는 설기현과 한교원을 겨냥하여 날카로운 찔러주기까지 이어준 것이다.

85분에 날개공격수 찌아고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벤치에 앉은 이천수에게 남은 것은 이제 명품 프리킥 골이라고 할 수 있다. 2006 독일월드컵 토고와의 경기에서 그가 오른발로 감아넣은 직접프리킥 골을 기억하는 팬들이 많다. 시민 구단에서 유일하게 상위 스플릿(7위 이내)을 지키고 있는 인천의 그라운드가 뜨거워지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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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3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 결과(10일 19시 3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2-3 FC 서울 [득점 : 설기현(21분,도움-이천수), 한교원(50분,도움-최종환) / 고명진(8분), 하대성(40분,도움-차두리), 데얀 다미아노비치(90+2분,도움-몰리나)]

이 기사는 SoulPlay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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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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