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나이' 장혁

'진짜 사나이' 장혁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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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예능이나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초반에 주목을 받다가 그리 오래가지 않아 시들해지는 경우 말이다. 중반부에 접어들수록 내용이 알차게 채워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안팎으로 망신살이 뻗치게 되는 것이다. 사실 <진짜 사나이>가 초반에 얻었던 호응을 보면서 자칫 그런 전철을 밟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연예인들이 군대를 가서 현역 군인들과 같은 곳에서 생활을 하고, 같은 훈련을 받는다는 포맷은 시청자들을 솔깃하게 했다. 그 동안 군대를 배경으로 군인들을 소재로 삼았던 프로그램들은 모두 <우정의 무대> 수준에서 벗어나질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 와중에 '리얼리티 예능'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연예인들에게 직접 병영체험을 하게끔 한 시도는 무척이나 신선하고 생경하게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

시청자들이 초반에 <진짜 사나이>에 열광했던 것은 연예인들의 좌충우돌 병영체험이 배꼽을 움켜쥐게 했기 때문이다. 김수로나 류수영 등이 현역 군인 못지 않은 적응력을 보일 때보다는, 샘 해밍턴이나 서경석, 손진영 등이 구멍 병사라는 별칭을 얻으며 몸개그를 펼쳤을 때 시청률은 급등하며 프로그램이 화제에 올랐다. 노련함보다는 어설픔이 시청자들의 감성적 공감을 자극한 것이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진짜 사나이> 는 쓴 소리를 듣게 된다. 연예인들을 불러놓고 무리하게 훈련을 강행하고, 또 한없이 망가지고 엎어지는 그들의 고된 생활을 보면서 깔깔거리게 만드는 제작진의 의도가 너무 가학적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 순간부터 그들의 실수가 무난하게 넘기는 과정보다 더 기다려지는 관람 포인트가 되고 말았다.

시청률은 올라가고 있었지만 위태로워 보였다. 구멍 병사들의 실수도 시간이 되면 질리게 마련이고, 훈련의 비중이 커지게 되면서 다큐멘터리 분위기로 흘러가 다소 지루함을 드러내는 듯하기도 했으니까. 거기에 장혁과 박형식의 중간 투입은 맥을 끊고 어수선함을 일으키는 악재로 여겨지기도 했다.

 '진짜 사나이' 군대 체욱대회

'진짜 사나이' 군대 체욱대회 ⓒ MBC


하지만 <진짜 사나이> 제작진은 이런 어정쩡한 상황을 '군대 체육대회'라는 절호의 찬스를 이용해 단숨에 극복했다.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군대 체육대회' 가 펼쳐졌다. 줄다리기 시합을 했고, 씨름대회를 펼쳤다. 장기자랑 대회를 가졌고, 공격단정으로 물위를 갈랐으며, 마지막 군장 릴레이로 최종 우승 중대를 가렸다. 거칠고 치열한 남자들의 경기가 강렬한 태양 아래서 멋지게 빛나던 시간이었다.

<진짜 사나이> 멤버들이 속해있는 3중대는 여러 번의 종목별 역전승을 거둬 최종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물론 다른 중대가 최종 우승을 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충분한 재미를 느꼈을 것이고, <진짜 사나이> 멤버들의 패배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틱한 그림과 울컥하는 감동은 덜했을지도 모른다. 어제 3중대의 우승은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는 점과 더불어 <진짜 사나이> 멤버들의 숨겨진 능력들이 총동원되면서 캐릭터 정립에 쐐기를 박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샘 해밍턴과 손진영의 어리바리함은 필요 없었다. 중년인 서경석을 웃음의 소재로 삼지 않아도 됐다. 김수로와 류수영은 부상으로 인해 활약이 전무했다. 장혁은 처음으로 굴욕의 주인공이 됐고, 박형식은 방송 이래 가장 적극적인 활약상을 보였다. '군대 체육대회'로 인해 비로서 캐릭터들에게서 느껴졌던 답답함이 봉인해제되는 듯했으며, 그러면서 서서히 제 자리를 잡아가는 듯했다.

김수로는 응원전의 대부가 되어 코믹 응원의 진수를 보여줬다. 줄다리기 시합에서는 목이 터져라 외쳐대는 것이 줄을 당기는 이들보다 더 힘차 보였으며, 군장 릴레이에서는 자신의 중대 주자들과 같이 코너를 돌며 독려하기에 이르렀다. 어깨부상에도 불구하고 그는 멤버들과 하나가 되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던 것이다. 든든하면서도 까불대는 매력이 철철 넘치는 맏형 이미지가 '군대 체육대회' 를 통해 더욱 굳건해진 셈이다.

 '진짜 사나이'

'진짜 사나이' ⓒ MBC


샘 해밍턴의 괴력은 씨름대회에서의 찍어 누르기로 빛을 발했고, 반면 장혁은 모래판에 메다 꽂히는 처절한 패배의 장면을 연출했다. 구멍병사가 멤버들의 듬직한 기둥이 되는 순간이었으며, 완벽했던 병사에게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단순해 보였던 캐릭터에 새로운 이미지가 부여되어 그들에게 두 배의 기대감을 갖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방송 내내 처절하고 불쌍한 표정만을 보이던 손진영, 아기병사라는 이름을 달고 맹한 콘셉트가 전부였던 박형식. 이들에게도 새로운 미션이 주어졌는데, 바로 장기자랑 대회와 뒷풀이에서 자신들의 본업인 가수로서의 실력을 마음껏 뽐내는 것이었다. 그들은 순수한 뮤지션으로 돌아가 자신들의 달란트를 모든 군인들의 흥을 돋우는 귀한 도구로 사용했다. 구석에 있던 그들의 존재감이 무대 중앙으로 보란 듯이 떠오르게 된 것이다.

이런 그들이 어우러져 3중대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승리했기에 감격이 더 컸고, 몸사리지 않는 그들의 활약이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언제나 그들은 거친 함성을 쏟아낸다. 실패하거나 성공을 해도, 패자가 되거나 승자가 되도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외침은 뜨겁다. '군대 체육대회'에서의 그 함성은 그야말로 최고의 멋진 하모니를 이뤘다. 완벽한 세팅이라고나 할까.
그들은 점점 더 <진짜 사나이> 속에서 진짜 연예인들이 되어가고 있는 듯 하다. 아직 김수로와 류수영, 서경석, 장혁, 샘 해밍턴, 손진영, 박형식은 갈 길이 멀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된다. 캐릭터를 잡아가기 시작한 그들의 활약이, 그리고 손에 깍지를 낀 듯 빈틈없는 그들의 조화가 점점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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