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기다렸던 홍명보호가 첫 골이 마침내 터졌다. 그러나 '숙적' 일본에 아쉬운 패배를 당하며 첫 승리의 기쁨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8일 저녁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아연맹(EAFF) 동아시안컵 최종전 일본과의 대결에서 선제골을 내준 후 곧바로 윤일록이 동점골을 터뜨렸지만 후반전 막판 결승골을 내주면서 1-2로 패했다.

홍명보 감독, 다시 꺼내든 '김동섭 카드'



홍명보 감독은 가장 많은 관심이 모아졌던 공격진에 지난 호주와의 경기에 나섰던 김동섭을 다시 최전방 원톱으로 앞세우고, 이승기, 고요한, 윤일록이 2선 공격수로 나서 김동섭을 보좌했다.

중앙 미드필더로 하대성과 이명주가 중원 싸움에 나섰고, 수비에서는 홍정호, 김영권이 중앙을 지키고 김진수와 김창수를 좌우 측면에 배치했다. 또한 골키퍼 장갑은 앞선 2경기와 마찬가지로 정성룡이 꼈다.

이에 맞서는 일본도 카키타니 요이치로가 최전방 원톱으로 나섰고 다카하기 요지로, 쿠도 마사토, 하라구치 겐키시카와 2선을 맡았다. 또한 다카하기 요지로와 야마구치 호타루를 중원에 배치하고 코마노 유이치, 마키노 토모아키, 쿠리하라 유조, 모리시게 마사토가 수비 라인을 이루는 4-3-2-1 전술을 들고 나왔다.

첫 골과 첫 승리에 목마른 홍명보호는 경기 초반부터 공세에 나섰다. 중원에서의 압박으로 허리 싸움에서 우위를 보였고, 문전 앞에서의 빠르고 세밀한 패스와 돌파도 일본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그러나 마무리 패스와 골 결정력이 아쉬웠다. 더구나 일본 수비진이 좀처럼 앞으로 나오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신중한 경기 운영을 하면서 더욱 슛 찬스를 잡기가 어려웠다. 또한 수많은 크로스와 프리킥을 문전으로 올렸지만 정확도가 떨어져 우리 선수의 머리에 맞은 것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국은 60%에 가까운 공 점유율을 앞세워 주도권을 잡았으나 일본의 역습 한 방에 무너졌다. 전반 25분 후방에서 올라온 긴 패스로 한국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순식간에 무너뜨린 일본은 문전에서 공을 잡은 가키타니가 골키퍼 정성룡을 앞에 두고 침착한 오른발 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첫 실점은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다. 반격에 나선 한국은 실점 7분 만에 동점골을 터뜨리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승기와 패스를 주고받으며 공간을 확보한 윤일록이 절묘하게 오른발로 감아 차 일본의 골문을 가르면서 홍명보 감독에게 첫 골을 선사했다. 

뜨거웠던 후반전... 그러나 남은 것은 패배의 아쉬움



전반전을 1-1로 마친 한국과 일본은 선수 교체 없이 후반전을 맞이했다. 자칫 1승도 올리지 못하고 대회를 마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인 한국은 후반전에 더욱 적극적인 공격에 나섰고, 공 점유율도 전반전보다 더 높아졌다.

하지만 야마구치가 이끄는 일본의 중원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야마구치는 한국의 패스 길목을 사전에 차단하고, 적절하게 공을 배분하며 일본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양 팀은 서로의 수비를 뚫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으나 별다른 성과도 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경기가 계속될수록 몸싸움도 치열해져 이따금 거친 반칙도 나왔고, 프리킥이나 코너킥 기회도 많았다. 하지만 한국의 슛은 대부분 상대 수비의 몸에 맞고 나오거나 골대를 빗나가는 것이 더 많았다. 그러나 주도권을 빼앗긴 일본의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 역시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후반전도 절반이 지나가면서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일본을 더욱 몰아부쳤다. 하지만 일본의 촘촘한 수비 그물은 틈을 주지 않았고, 홍명보 감독은 후반 25분 김동섭을 빼고 조영철을 투입하며 이날의 첫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경기 종료가 다가올수록 홍명보 감독은 끊임없이 공격을 지시했고, 후반 40분 한국은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가 뒤로 흘러나오자 김창수가 일본 수비진의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회심의 오른발 슛을 날렸지만 아쉽게 골대 위로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결국 계속되는 파상공세에도 간절히 원했던 결승골은 터지지 않았고, 오히려 한국은 경기 종료 직전 수비진의 집중력 부족으로 선제골의 주인공 카키타니에게 결승골을 내주면서 아쉬운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추가 시간에 결정적인 찬스가 있었지만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한국은 홍명보호 출범 후 첫 골이 터진 것에 만족하며 첫 승리는 다음을 기약했다. 이로써 홍명보 감독 취임 후 첫 대회에 나선 한국은 호주, 중국, 일본과의 3경기에서 2무 1패를 기록했다. 이제 남은 것은 이날 패배에서 드러난 고민을 보완하여 더 좋은 팀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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