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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MBC 파업 당시 이용마 기자
 지난해 MBC 파업 당시 이용마 기자
ⓒ MBC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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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최고 화두는 '언론대란'이라 불리는 방송사 노조 파업이었다. 그중에서도 MBC노조의 파업은 국민들 사이에서는 공정언론 회복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로 인식되었다.

지난해 1월 30일 시작한 MBC 노조의 파업은 무려 170일 동안 지속되었다. 이 파업으로 6명의 해고자와 100명이 넘게 정직 등 중징계를 받았다. 그 후 1년이 지난 현재 언론장악의 장본인인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고, 지난 3월에는 김재철 MBC 사장마저 해임되었다.

그러나 MBC의 시계는 아직도 2012년 1월 30일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김재철 사장은 해임되었지만, 김재철 체제 안에서 승승장구하던 김장겸 보도국장을 비롯한 '김재철 키즈'들은 아직도 MBC의 중요한 보직에 앉아 있다.

지난 22일 당시 전국언론 노동조합 MBC 본부 홍보국장으로 있었던 이용마 MBC 해직기자를 만나 1년 전 파업을 중단할 때 상황과 함께 현재 그가 보는 MBC 그리고 대한민국의 언론 상황을 들었다.

이 기자는 1년 전 파업을 중단할 당시를 "6개월 정도 파업했는데 사실상 소득이 없었다"고 말하며, "이명박 대통령이 김 사장을 밀어주고 있었기에 파업한다 할지라도 변화가 없을 것으로 판단될 즈음,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명분을 줘서 파업이 중단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럼 1년이 지난 지금, 김재철 사장이 해임된 것으로 보아 박근혜 정부가 약속을 지킨 것일까? 이 기자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청와대에서 김 사장 해임을 안 막았기 때문에 그렇게 주장할 수 있지만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도 김 사장이 필요했고, 대선 이 끝난 후 3월에 김 사장이 해임될 당시 그를 보호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막지 않은 거다"고 말했다.

"김종국 사장이 김재철 라인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다른 사람"

이 기자는 김종국 MBC 사장에 대해서는 "김종국 사장이 김재철 라인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김재철과 김종국은 다른 사람이다"면서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을 내린 것만 해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김종국 사장은 김재철의 잔여임기기 때문에 여권 이사의 압력을 받고 있다. 한 마디로 김종국 사장은 허수아비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 기자는 "민주주의에서 언론은 공기와 같다"면서 자동차 매연을 예로 들었다.

"자동차에서 매연이 나오잖아요. 검은 매연을 코로 들이마실 때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리면서 고개를 돌리게 되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좋은 휘발유를 써서 자동차 매연이 눈에 잘 안 보여요. 그런 것을 보면 사람들은 별 문제가 없다고 느껴요. 자기 코에 매연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은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 언론이 그런 상태라고 봐요."

다음은 이용마 MBC 해직기자와 나눈 1문 1답을 정리한 것이다.

이용마 MBC 해직기자
 이용마 MBC 해직기자
ⓒ 이용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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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노조 홍보국장에서 물러난 지 6개월이 되어 갑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예전과 생활이 많이 달라졌죠. 예전엔 주로 회사에 출근했지만 지금은 학교에서 생활을 해요. 그리고 제가 쌍둥이 아들이 있는데 아침에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바로 학교로 와요. 학교에서 박사 논문을 쓰고 있어요."

- 박사 논문은 어떤 분야에요?
"박사 논문은 우리나라 정당은 주로 지역주의 정당으로 불리잖아요. 그런데 2000년대 이후 선거를 보면 지역주의 투표 형태뿐만 아니라 고학력에 흔히 화이트칼라로 특징지어지는 사람들이 주로 진보진영의 정당을 향해 일관되게 투표하는 성향이 나타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는 계층 균열이라는 게 없다는 것이 과거 학계 연구였는데 제 박사 논문의 큰 성과가 우리나라에서도 계층 균열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낸 거죠."

- 어느덧 파업을 중단한 지 1년이 넘었어요. 그 사이 대선도 있었고, 김재철 MBC 사장도 해임되었죠. 하지만 MBC의 시계는 2012년 초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지금 MBC를 보면 답답해요. 비록 김재철 사장은 나갔지만, 김재철 체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고 봐요. 왜냐면 신임 사장의 임기가 내년 2월까지인데 김 사장의 잔여 임기가 있거든요. 그러다보니 신임 사장이 아무런 힘을 못 쓰는 구조죠. 흔히 MBC는 사장이 여럿 있다는 말을 많이 해요. 무슨 말이냐면 방문진 여권 이사나 MBC 내의 본부장, 국장 같은 사람들이 사장 행세를 하고 있으니 현재 김종국 사장이 실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시스템인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기존의 김재철 체제가 계속 남아있는 구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 김종국 MBC 사장이 조직 장악력이 없다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 예가 알려지기로는 김장겸 보도국장과 갈등을 빚는다는 보도가 있죠. 결국 김종국 사장은 허수아비일 뿐 아직도 김재철 사장이 배후조종하는 것일까요?
"사실상 허수아비라고 봐도 큰 무리는 없죠. 김 보도국장의 경우에는 작년 MBC 170일 파업을 일으킨 장본인이잖아요. 정치부장을 2년 넘게 했는데, 제가 입사한 이후에 2년 넘게 정치부장을 한 경우를 못 봤어요. 보통은 1년이고 최장기로 했던 사람이 1년 반 정도였는데 김장겸이 유일하죠. 더군다나 이 사람은 170일 파업을 야기했던 장본인임에도 끝까지 했죠. 또 김종국 사장이 오면서 보도국장을 하는데 제가 알기로는 그가 보도국장에 임명된 것은 김종국 사장의 의지라기보다는 방문진 이사가 밀어붙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내부적으로는 김장겸 보도국장이 오히려 김종국 사장보다 위에 있다고들 해요. 앞서 제가 MBC에 사장이 여럿 있다고 했는데 그중 한 명이 김장겸 보도국장일 거예요."

"현재 MBC 기자들, 기사에 대한 권한은 없어요"

- 요즘 MBC 기자들에게 보도의 문제점을 물으면 "그걸 왜 보냐? 보지 말라"고 해요. 일반인들은 그런 말을 할 수 있지만 MBC 기자들이 그렇게 하는 것은 책임 회피가 아닌가요?
"책임 회피라면 책임 회피일 수도 있겠으나 책임을 논할 수 없는 구조가 됐기 때문에 그래요. 예를 들어 국정원이 참여정부 때는 안 그랬지만, 이명박 정부에선 댓글을 달거나 정치에 개입하기도 했죠. 또 지금은 자기 마음대로 정상회담 대화록 까버리고 이런 것들을 하는데…. 내부에 있는 국정원 직원들에게 '니네 왜 그러느냐'라고 책임을 물을 순 없잖아요.

현재 MBC 기자들이 일을 하고 있지만, 기사에 대한 권한은 없어요. 기자들이 기사를 마음대로 쓸 권한을 빼앗은 상태에요. 이 상태에서 기자 한 사람은 개인일 뿐이에요. 조직에 있어서는 굉장히 약한 존재죠. 그럼 항상 저항만 하고 쫓겨나야 하느냐? 그건 아니죠. 쫓겨  나면 자기들이 원하는 사람으로 바꾸겠죠. 이미 MBC 기자 중에 50명은 교체됐어요.

작년에 시용(근로계약 체결 후 일정 기간을 두어 근로관계 계속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제도)과 경력직으로 50명을 뽑았어요. 지금 MBC 기자라는 타이틀로 정치, 사회, 경제 등 주요한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죠. 그런 상황에서 MBC 본래 기자들은 제 역할을 못하고 있어요. 그러니 MBC 기자들에게 보도를 따지면 할 말이 없는 거죠.

내부 MBC 기자들은 자기들이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지 말라고 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저도 <MBC 뉴스>를 안 본 지가 꽤 오래 되었어요. 뉴스를 봐도 제가 아는 기자가 안 나와요. 작년에 뽑힌 50명이 MBC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죠. MBC 뉴스를 제작하는데 필요한 인력은 100명 정도에요. 그런데 절반이 '김재철 키즈'거든요. 이 사람들이 뉴스를 만들고, 거기에다 기존의 파업 불참 인력들이 뉴스를 만들기 때문에 지금 <MBC 뉴스>는 실질적으로 본래 기자들이 만드는 게 아니에요. 김장겸 보도국장과 그를 추종하는 무리들이 만드는 거죠."

- 당시 파업 중단에 대한 찬반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나중에 중단하게 된 이유가 밝혀줬죠. 지금 와서 되돌아볼 때 중단 결정이 옳았던 것 같나요?
"그 당시 파업 중단은 불가피했어요. 저희가 6개월 가까이 파업을 했잖아요. 그런데 사실상 소득이 없는 상황이었어요. 파업을 더 지속한다고 하더라도 김재철 사장이 물러난다든지 하는 변화가 있을 것 같지 않은 상황이었죠. 왜냐면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김재철을 철저하게 밀어주고 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저희가 파업을 계속한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어요."

- 그건 어느 정도 예상하고 시작한 것 아닌가요?
"물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죠.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이미 쫓겨났어야 할 상황임에도 그런 것까지 감수하면서 갔잖아요. 그건 너무 파렴치하고 무책임하잖아요. 그렇지만 저희가 6개월 파업하면서 확인한 것은 김재철이나 이명박 대통령이 'MBC를 어떻게든 살려보자'는 것보다 'MBC를 이번 기회에 무너뜨리자'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파업을 해봐야 MBC가 무너지는 것밖에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이 난거죠.

그렇기에 파업을 중단할 명분이 필요했던 것이죠. 그런 명분을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줬죠. 어찌됐든 박 대선후보의 약속이라면 어느 정도 믿을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믿지 않을 수도 없었죠. 안 믿고 버텼는데, 상대 쪽에서 '대통령 후보가 이 정도 했는데 그런 것도 못 믿는다는 말이냐? 너희는 무조건 파업만 하려고 한다'라고 말하면 명분 싸움에서 밀리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그 명분으로 파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죠."

- 당시 박근혜 대선후보 측하고 대화할 때 믿을 만한 무언가가 있었나요?
"그쪽에서 특별히 준 것은 없죠. 그 대신 박 대선후보 본인의 멘트라는 것을 저희가 확인했죠. 뭐냐면 박 대선후보가 MBC 파업과 관련해서 멘트를 두 번 정도 했는데, 한 번은 저희가 준 멘트를 그대로 한 거예요. 'MBC 파업하면서 해고 상태까지 온 것은 굉장히 유감이다'라는 의미의 발언을 한 것이 있어요. 그것은 저희가 주문해서 그대로 한 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 의사가 박 대선후보에게 전달된 것을 확인했죠."

- 현재 사장이 교체 되었잖아요.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을 지킨 것인가요?
"그건 아니죠. 김재철 전 사장이 해임된 것도 여권에서 작용했다기보다는 방문진 여당 이사 중 일부가 그나마 양심 있는 사람들이 도저히 못 참아서 해결한 거겠죠. 어떻게 보면 방문진의 반발이라고 볼 수도 있죠. 박 대통령은 당선된 이후에 MBC 문제는 깡그리 잊어버린 사람이에요."

- 그럼 사장 교체는 청와대와 무관한 것으로 보세요?
"네. 아무 상관없어요. 단지 관련을 찾으면 막지 않은 것뿐이죠. 지난해에 김재철 해임안이 올라왔을 때는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선대본부장과 하금열 청와대 대통령실장이 전화해서 막았잖아요. 그러나 이번에 해임안이 올라왔을 땐 적어도 정부와 여당에서 아무런 액션이 없었어요. 쉽게 말하면 방관했죠. 그것을 박 대통령 본인이 약속을 지킨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면 가능하겠죠.

하지만 저희가 알기로는 대선 과정에서도 박근혜 측은 김재철 사장이 필요했던 것이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김재철 사장을 내보낼 이유가 없었어요. 그러나 대선이 끝난 이후 김재철이 해임될 때에는 박근혜 측에서 더 이상 김재철을 보호할 이유가 없는 거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미 물러난 이후였죠.

김재철의 유일한 끈은 이 전 대통령이었거든요. 한 마디로 토사구팽이죠. 그러니까 남들이 써 먹을 만큼 써 먹고 보호해 줄 이유도 없는 사람을 위해 굳이 자기들이 나서서 보호해 똥물을 뒤집어 쓸 이유는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 다들 손을 뗀 거죠. 그 상황에서 여당 일부 이사들이 해임에 찬성표를 던졌고 결국 해임된 거죠."

- 지난해 파업을 중단할 때 이 기자는 "누가 오더라도 김재철 사장처럼은 못할 것이다. 후임 사장은 언론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은 지킬 것이다"라고 예상하셨어요. 후임 사장은 당초 예상보다 늦은 올 5월에, 그것도 김재철 라인으로 분류되는 김종국 사장이 되었잖아요. 김종국 사장은 아직 개인비리는 드러나지 않았으나 보도 태도는 김재철 사장 때와 차이점을 못 느끼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김종국 사장은 개인적으로 심각한 비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또 김종국 사장이 김재철 라인으로 분류가 되는데 그것은 김재철 사장 시절에 김종국 사장이 진주·창원 MBC 사장으로 가서 합병을 강행했고, 대전 MBC 사장을 했다는 이유죠. 그러나 저희가 알기로 김재철과 김종국은 다른 사람이에요. 김재철 사장처럼 생각이 완전히 없는 사람도 아니고 꼴통도 아니에요. 아마 그런 사람이었다면 처음 사장이 됐을 때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을 내리진 않았겠죠. 또 김종국 사장이 본부장 중에 몇 명을 교체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아요.

다만 이 모든 게 방문진 여권 이사들의 압력과 압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일부 본부장을 유임시켰고, 김장겸도 보도국장에 임명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왜냐면 임기가 내년 2월까지이기 때문에 지금 여권 이사들 말을 안 들으면 내년 2월에 합법적으로 바꿀 수 있잖아요. 그걸 무기로 삼아서 압박하는데 모르겠어요. 지금까지 이정도 했다고 내년 방문진 이사진에서 김종국 사장을 연임시켜 줄지는 미지수인 것 같아요."

- 지난 13일 촛불집회에 나갔어요. 참 오랜만에 모습을 보였죠. 이 자리에서 "언론자유가 없다면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설 수 없다. 국정원 개혁 다음엔 언론 개혁이다"고 하셨잖아요. 그만큼 언론개혁이 중요하고 시급하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에서 언론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언론이 상당히 중요하죠. 정권이 바뀌었는데 최근에 감사원의 4대강 감사결과 그리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 구속시킨 것을 두고 박근혜정부가 이명박정부와 차별화한다는 추측성 보도를 언론에서 해요. 하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그 두 정부가 전혀 차별화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어요. 결정적인 계기는 언론의 문제죠. 이명박정부에서 언론장악이 확실히 이뤄졌잖아요. 근데 박근혜정부는 이걸 방치해 두고 있거든요.

마치 자기가 언론에 개입을 안 하는 것이 언론의 자유를 보호해 주는 것처럼 겉으로는 그런 식의 명분을 내세우며 전혀 나서질 않고 있어요. 다시 말해 이명박정부 하의 언론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거죠. 이명박정부의 언론 체제라는 것은 언론의 자유가 완전히 유린된 체제잖아요. 그런 체제를 계속 가져가겠다는 것이죠. 이것은 이명박과 박근혜 두 정부가 적어도 언론 문제에 있어서는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죠.

민주주의를 유지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언론 문제입니다. 저는 언론이라고 하는 게 일종의 공기와 같다고 봐요. 공기가 없으면 살 수 없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평소 공기에 고마움을 느끼지도 못해요. 그냥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요. 그런데 공기가 이산화탄소 같은 것으로 오염될 경우에 불편함을 느끼잖아요. 저는 현재 언론이 그렇다고 봐요.

예를 들어 자동차에서 매연이 나오잖아요. 검은 매연을 눈으로 확인하거나 얼굴에 뿌려져서 그걸 코로 들이마실 때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리면서 고개를 돌리게 되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좋은 휘발유를 자동차 매연이 써서 눈에 잘 안 보여요. 그런 것을 보면 사람들은 별 문제가 없다고 느껴요. 자기 코에 매연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은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 언론이 그런 상태라고 봐요.

지금 심각하게 오염이 돼 있음에도 눈에 보이지 않아서 그냥 넘어가는 거 같아요.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이라는 말이 있어요. 주인이 국민이면, 국민이 모든 것을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언론을 장악한다는 말은 국민의 생각을 조정하겠다는 거예요. 국정원도 댓글을 통해 국민의 생각을 조정하겠다고 나선 것이죠. 또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도 마찬가지죠. 더 큰 불법을 불법으로 덮어버리겠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사람들 생각을 바꾸고 관심을 돌리겠다는 거잖아요. 주인의 생각을 마음대로 바꾸면 주인이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나요? 말로만 주인이고 민주주의지 자기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주인을 이끌어가겠다는 거예요. 이건 민주주의를 하지 않겠다는 말이거든요. 전 그런 점에 있어서 언론 자유야말로 민주주의를 가늠하는 '제 1의 척도'라고 보고, 현재 박근혜정부에서 민주주의는 심각하게 오염돼 있고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말하는 거예요."

"국민이 심판 안 하면, 정권 교체되더라도 언론자유 회복 안돼요"

- 누가 정권을 잡든 언론자유가 회복되면 자기들이 골치 아프니까, 일부러 나서서 언론자유를 회복시켜주지는 않겠죠?
"전두환정부에서 6·29선언이 나오고, 기존에 해고나 징계 받은 언론인들이 구제받고, 88년에는 <한겨레신문>이 창간되었잖아요. 그것은 정권이 원해서 그런 건 아니에요. 결과적으로 언론자유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정권을 향해서 싸워야죠. 그렇게 해야만 언론자유를 회복할 수 있어요. 정권이 언론자유를 그냥 내주진 않아요."

- 그럼 중요한 건 언론인보다 국민이라고 생각하세요?
"물론이죠. 정권이 가장 무서워하는 건 언론인 개인의 힘이 아니라 국민의 힘이에요. 지금은 직선제이기 때문에 국민의 투표로 선출되니까 유권자의 심판이 가장 두렵죠.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이 제대로 각성하고 심판해야죠. 만약 국민이 그런 심판을 안 하면 설사 정권 교체가 되더라도 언론자유는 회복되지 않아요. 언론을 잡으려는 건 권력의 속성이에요. 누군들 자기에게 쓴소리 하는 언론을 듣고 싶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장악하고 싶은 거죠. 국민들이 제대로 들여다보고 심판을 가해줘야죠. 그렇지 않으면 어려워요."

- 김현석 KBS 새노조 위원장은 "지금은 살아 남는 게 목표"라고 했고, 노종면 YTN 해직 기자는 "현재는 싸움의 승리보다 싸움의 지속여부가 중요하다"고 했어요. 이 기자는 현재 언론 상황에서 중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두 사람의 말이 다 맞아요. 지금은 버텨야죠. 왜냐면 MBC 사례를 봐서 알 수 있지만, 이미 김재철 치하에서 뉴스를 만드는 기자 100명 중에 50명을 전부 삼청교육대 식으로 외부로 내쫓고 시용이나 경력직 등 '김재철 키즈'로 50명을 대체 했잖아요.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된다면 아마 정권이 바뀌고, 민주주의가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언론이 제 역할을 하기 어려워질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일단 살아남고 버티는 게 중요하죠.

그렇다고 그냥 숨만 쉬고 있으면 되느냐? 아니죠.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싸워야죠. 지난해처럼 다시 대규모 파업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죠. 그러나 자기가 맡은 자리에서 싸워야죠. 설마, 기사 하나 가지고 싸웠다고 해고시키겠어요? 약간의 불이익은 받겠죠. 그런 것을 감수하면서라도 싸워야죠. 끊임없이 싸워서 조금씩이라도 언론자유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죠."


태그:#이용마,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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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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