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시민기자들의 리뷰나 주장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물론 그 어떤 반론도 환영합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우리가 예능을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하고 싶은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드라마나 영화와는 달리 '슬픈 예능'이란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고행을 일삼는 예능이 인기를 끄는 요즘이라지만, 그것은 '웃프'기는 해도 '웃음'이라는 기본은 잃지 않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 기본을 충실하게 지키던 SBS <정글의 법칙>이 이번 히말라야의 여정에서는 웃음을 잃었다. 아니, 엄밀히 말해 멤버들은 때때로 웃고 있지만 시청자에게서는 웃음이 사라졌다. 게다가 그런 모습이 몇 주째 이어지면서 화제성과 멤버들의 캐릭터까지 한꺼번에 실종되고 있다.

 멤버들은 고지대에서 축구를 하느라 산소가 부족해졌다.

멤버들은 고지대에서 축구를 하느라 산소가 부족해졌다. ⓒ SBS


예능의 의미 잊은 고행의 연속, 시청자는 숨차다

야크카라반에 나선 야크의 머리 위에 붙여진 카메라는 험하기로 유명한 차마고도의 구불구불한 산길을 실감 나게 보여주었다. 바로 옆은 낭떠러지다. 5일 방송된 <정글의 법칙 in 히말라야> 편에서 멤버들은 고행을 계속했다. 

이미 정준이 고산병으로 하산한 상황에서 족장 김병만과 김혜성은 물물교환을 위한 야크카라반에 나섰다. 한 발짝만 잘못 디디면 바로 폭순도호수로 떨어질 수 있는 산길은 보는 것만으로도 아슬아슬하다. 게다가 비박지로 선정된 곳은 눈보라가 휘몰아쳐서 간신히 살려놓은 불마저 계속 꺼지는 열악한 곳이다.

나머지 멤버들은 고지대에서 원주민들과 축구를 했다. 아나운서 배성재와 해설자 박문성의 맛깔 나는 중계가 곁들여졌지만, 모든 멤버들이 함께 하지 않으니 흥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숨차다. 다들 모여 있는 시간이 왜 그리 짧은지 아쉬울 뿐이다. 

또한 한 곳에 정착하기보다는 계속 이동하며 목적지를 향해가는 모습이 주야장천 나오니, 가뜩이나 고산지대를 오르는 멤버들을 보느라 시청자도 힘들고, 도대체 어디에서 재미를 찾아야 할지 아리송하다.

그런 모습은 아마도 그간 여러 논란에 시달린 <정글의 법칙>과 시청자를 위한 장치일 것이다. 새로운 출발을 위한 다짐으로 열심히 하는 모습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문제는 그것이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고생은 이전에 비해 많은 듯 보이지만, 화제성이나 재미 면에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보고 있는 것. 

 족장 김병만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은 이 프로그램의 활기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족장 김병만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은 이 프로그램의 활기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 SBS


갈라진 미션 수행, 멤버들의 호흡과 캐릭터 생성에 악영향

그동안 <정글의 법칙>이 인기를 끌었던 큰 이유 중 하나는 멤버들의 호흡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이 힘을 합해 무언가를 이뤄내는 모습은 이 프로그램의 진수이다. 그것이 열악한 환경의 그들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여정에서는 멤버들이 번번이 갈라져서 미션을 수행한다. 자꾸 헤어져 생활하다 보니 협동심을 발휘할 기회가 많지 않다. 물론 다른 여정에서도 그런 일은 많았지만, 서로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니어서 위화감은 크지 않았다. 히말라야가 그럴만한 특성이 있어서라 이해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런 속사정까지 고려해가며 예능을 시청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멤버들의 갈라짐이 주는 역효과는 또 있다. 캐릭터가 제대로 부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두 힘을 합쳐 이뤄 낼만한 일들이 별로 보이지 않으니 그들 간의 교감도 잘 보이지 않고, 미션 수행을 통한 캐릭터 생성 또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동안 <정글의 법칙>의 각 여정에서는 멤버들에게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부여됐다. 각자의 개성에 의한 것이든 미션 수행 중 생겨난 것이든, 천차만별의 캐릭터는 때로 불협화음을 내기도 했지만, 그 자체로 상황에 재미를 더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히말라야에서는 눈에 띄는 뚜렷한 캐릭터가 보이지 않는다. 여정이 막바지에 달한 지금까지도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그런 상황은 멤버들의 존재감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의 재미마저 삼켜버린 듯하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족장 김병만의 존재감마저 덩달아 흐릿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글의 법칙>은 그가 중심에 굳건히 서고, 멤버들이 그를 돕는 과정에서 때로는 실수를, 또 때로는 의외의 활약을 보이며 재미를 만들어 왔다. 그 분위기를 잇지 못하는 것은 여정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크게 아쉽다.

<정글의 법칙 in 히말라야>는 힘든 여정임에도 기대했던 만큼의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여러 면에서 쓰라린 일일 테지만, 살려내야 할 것을 정확히 알고 있다면 회복을 위한 시간은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멤버들의 캐릭터 생성과 그들 간의 우정, 그리고 족장의 리더십은 <정글의 법칙>이 계속되는 한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SBS 정글의 법칙 김병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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