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교실' 밝은 교실이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수수방관하는 어른들은 절대 알 수 없는 진실, 그것은 무엇일까.

▲ '여왕의 교실' 밝은 교실이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수수방관하는 어른들은 절대 알 수 없는 진실, 그것은 무엇일까.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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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볼거리, 생각거리를 동시에 전해주는 드라마들이 등장했다. 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MBC <여왕의 교실> 얘기다.

두 드라마는 비록 시청률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다지만, 요즘 심심찮게 벌어지는 막장논쟁에서 비껴갈 수 있을 만큼의 충실한 내용을 보여주고 있을 뿐 아니라 '생각거리' 또한 던져주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 드라마가 그려내는 법조계와 교육현장은 때론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시청자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생각의 물꼬 트게 만들면서도 재미 또한 놓치지 않아

그러나 드라마가 팍팍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만 그려낸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여왕의 교실>은 '호러'라 칭해도 좋을 만큼 등장인물 간 갈등의 양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그와 더불어 탄탄한 이야기 구조로 순조로운 몰입을 돕고 있으며, 인물들의 심리 묘사 또한 탁월하게 진행되고 있어 호평을 받고 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발랄하게 진행되던 초반을 지나며 점점 '다크'해지는 중이다. 밝고 통통 튀면서 이기적(?)인 매력의 소유자인 변호사 장혜성(이보영 분),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박수하(이종석 분)와 차관우(윤상현 분). 이 세 사람의 관계에 민준국(정웅인 분)이 끼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커다란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민준국의 생활은 '연기'로 이루어져 있다. 그의 행태는 대부분의 사람을 속일 수 있을 만큼 치밀한데, 보통사람들의 경우 꼼짝없이 그에게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을 생각하면 오싹하기 그지없다. 상대의 눈을 보며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박수하의 능력 같은 것은 애초에 없으니 말이다.

점점 어두워지는 것은 <여왕의 교실>도 마찬가지다. 마여진(고현정 분)과 학생들과의 갈등이 점점 심해지고, 심하나(김향기 분)와 은보미(서신애 분), 그리고 고나리(이영유 분) 등 학생들 사이의 살벌함도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것.

지갑 절도와 몰래카메라가 들통 나 궁지에 몰린 고나리는 교실에 불을 지르려다 급기야 칼까지 휘두르게 된다. "이게 다 선생님 때문이다"라고 원망하는 고나리에게 마여진은 "부당하게 생각됐으면 말을 했어야지"라고 일침을 놓는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그의 말이 옳다 해도, 그것은 미성숙한 아이들이 견뎌낼 수준은 되지 못한다. 게다가 그는 애초에 아이들에게 "반항하면 가만 두지 않겠다"라며 엄포를 놓지 않았던가.

그렇듯 이들 드라마들의 설정에 대해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고, 등장인물들의 행태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또한 실제의 상황에 빗대어 허술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현실에서 맞닥뜨리기 쉽지 않은, 혹은 그렇다 해도 어찌할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해 생각의 물꼬를 터준다는 면에서 이들 드라마는 빛을 발하고 있다.

무거운 주제 차분히 풀어가는 이들 드라마의 미덕

'너의 목소리가 들려' 점점 미궁 속을 향해가는 드라마 속 상황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만큼 어두워지고 있다.

▲ '너의 목소리가 들려' 점점 미궁 속을 향해가는 드라마 속 상황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만큼 어두워지고 있다. ⓒ SBS


흔히 일상적 소재를 다루는 드라마들은 폄하되고, 사회적 문제들을 다룬 것들이 보다 의미 있는 것으로 여겨질 때가 많다. 그러나 흔한 소재로도 문제작으로 발전시킨 경우도 많으며, 이슈가 될 만한 소재를 단순히 이용만 하여 비판받는 작품들도 있다. 무엇을 다루든 주의를 환기시킬만한, 의미 있는 논의를 이끌어 낼만한 무언가가 있어야만 한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앞의 두 드라마는 여러 면에서 큰 의의를 지녔다. 각각 법조계와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독특하면서도 색다른 시각으로 표현해내고 있어 여러 논쟁거리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온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관련종사자들의 시각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게 만들고 있다. 그들은 누구 할 것 없이 법망의 허술한 부분을 이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이해관계에 휘둘려 잘못된 판단을 하기도 한다. 아무리 많은 정황증거들이 제시되어도 결국 실질증거가 우선시되는 상황 등은 법적으로는 합리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통탄할 일이 되기도 한다.

<여왕의 교실>은 또 어떤가. 마여진의 학생들에 대한 전횡, 거기에 휘둘리는 아이들, 그리고 일부 학부모들의 생각 없는 행동 등에 대해서는 실제와 대비하여 찬반 여론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 모든 것들이 고개를 돌려버리기 어려운 우리 교육의 일면임을 뼈아프게 깨닫게 만들고 있지 않은가.

드라마 속 교장과 교사들, 판사 등 주변인들의 시선은 거의 닮아 있다. 그저 드러난 것 외에는 잘 알지 못한다는 것. 무서운 것은 그것이 무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큰 범죄를 저질렀다 해도 제대로 꾸며내기만 한다면 상황이 뒤바뀔 수도 있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진땀나는 일이다. 또한 수면 밑에서 엄청난 일들이 벌어져도, 그것이 위로 떠오르기 전까지는 전혀 모를 수도 있다는 사실은 공포를 자아낸다. 

그렇듯 드라마에서 사회적 이슈나 첨예한 논쟁을 부를 수 있는 주제를 다루는 것은 어찌 보면 모험이다. 특성상 극 전반이 무거워질 수 있는데다, 시청자들의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의미한 논쟁을 부른다는 점에서 배우나 제작진에게는 물론,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도 매우 가치 있는 작업임에는 틀림없다. 

이제 수, 목요일에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여왕의 교실> 중 '본방'은 어떤 것을 택해야 할까. 모처럼 찾아온 즐거운 고민이 반갑기만 하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여왕의 교실 너목들 이보영 고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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