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막 시작된 창원마산구장

경기가 막 시작된 창원마산구장 ⓒ 서민석


사이좋은 형제와도 같은 구단의 맞대결이었지만, 승패에는 결코 양보가 있을 수 없음을 보여준 한 판이었다.

지난 2일, 장마 예보에도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NC 다이노스 양 팀간의 올 시즌 8차전 경기는 양팀에게 분명 뜻깊은 경기였다.

2위는 물론이고, 4강권 순위 사수를 위해서는 반드시 1승이 필요한 넥센과 내심 중위권 진입을 위해서는 역시 승리가 필요한 NC였기 때문이다. 특히 7월 초순부터 국지적인 장마비가 예보돼 있었기 때문에 간헐적으로 열리기에 경기마다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양 팀의 경기는 말그대로 '혈전'이었다.

'윈-윈 트레이드의 전형'을 보여준 두 팀

 홈런을 치고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창민

홈런을 치고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창민 ⓒ 서민석


프로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결코 관용이 있을 수 없다. 그렇지만, 구단 간에 약간의 친소관계가 있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넥센과 NC는 서슬퍼런 프로 무대에서 그나마 서로 통하는 면이 많은 팀이었다.

두 팀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준 건 역시 양 팀간의 트레이드였다. 흔히 말하는 '빅 딜'은 아니었지만, 양 팀의 가려운 긁어주는 '효자손'과도 같은 트레이드를 통해 두 구단 사이가 더욱 돈독해졌기 때문이다.

NC도 넥센에서 데려온 지석훈·박정준이 팀 내에서 중요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고, 넥센 역시 송신영이 경기장 안팎으로 '맡형' 역할을 하면서 팀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장 안팎으로 두 팀 모두 결코 손해보는 장사는 하지 않은 셈이다.

물론, 트레이드라는 것 자체가 상대의 필요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하지만, 상대적으로 두 팀이 트레이드에 과감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다른 기존 구단과는 다른 운영 스타일과 상대적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존중하는 눈높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코드는 올 시즌 넥센이나 NC 모두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게 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흥미로웠던 찰리와 강윤구의 맞대결

 홈런을 치고 홈을 밟는 나성범

홈런을 치고 홈을 밟는 나성범 ⓒ 서민석


여기에 한 가지 더 주목해 볼 점은 이날 선발이었다. 2위권 수성이 목표인 넥센이나 8위를 너머 내심 중위권 도약을 리는 NC 모두에게 키를 쥔 선발투수였기 때문이었다. 바꿔 말해 만년 유망주인 강윤구나 평균자책점이나 선발 로테이션의 위상에 비해 승운이 따르지 않는 찰리 모두에게 아주 중요한 7월 첫 등판이었던 셈이다.

먼저 찰리를 보자. 아담이 팔꿈치 통증 이후 선발 로테이션에 복귀했고, 이재학-손민한-에릭이 꾸준하게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가장 분발이 요구되는 투수였다. 물론 최근 기록을 놓고 보면, NC 마운드에서 3선발급에 드는 활약임에 틀림 없었다. 14경기에서 4승 3패 88.1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2.95라는 빼어난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세 경기 삼성-LG-롯데전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당장 이닝을 소화하는 능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평균자책점이 4.26(19이닝 투구 11실점 9자책)까지 치솟았다. 그나마 패전을 기록하지 않은 것이 다행일 만큼 찰리의 최근 투구는 기대 이하였다. 따라서 악몽 같은 6월을 지나 7월에는 뭔가 보여줘야 할 시점이었다.

찰리 못지않게 더 주목해 볼 투수가 바로 넥센 강윤구였다. 매 시즌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지만, 정작 그 잠재력을 폭발시킨 시즌은 단 한 시즌도 없기 때문이다. 2009년 히어로즈 시절 45경기에서 3승 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5.51을 기록한 이후 세 시즌 동안 고작 38경기에서 8승 9패를 거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지난 2012 시즌에는 27경기에서 4승 7패에 125.2이닝이나 던져 평균 자책점 4.08을 기록할 만큼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그랬기 때문에 올 시즌 그에게 거는 기대는 클 수밖에 없었다.

특히 최근 나이트-밴헤켄이 좀처럼 제 페이스를 찾지 못하는 시점에서 오히려 5선발 김영민이 에이스 역할을 하는 혼돈의 선발 로테이션에서 이번에는 강윤구가 제 몫을 그야말로 해줘야 할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찰리와 강윤구, 비록 에이스급 투수는 아니지만, 분명 자신의 가진 잠재력을 감안하면 다른 선발 투수들이 지칠 이 즈음에는 뭔가 '한 건'을 해야할 사람들이었다. 한 마디로 꾸준히 해주는 선수 이외에 어떤 '깜짝 활약'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두 투수였다.

팽팽했던 투수전을 가른 한 방

 모창민에게 홈런을 내주고 마운드를 내려가는 이보근

모창민에게 홈런을 내주고 마운드를 내려가는 이보근 ⓒ 서민석


상대적으로 선발의 무게감에서는 찰리 쪽으로 쏠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변수가 한 가지 있었으니 바로 강윤구의 제구력이었다. 만약 강윤구의 제구만 된다면, 경기는 모를 양상이었다. 찰리가 아닌 어떤 에이스급 투수와의 맞대결에서도 지지않을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류현진을 보기 위해 목동구장을 찾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터의 눈을 사로잡은 투구를 할 만큼 강윤구는 자질이 있는 선수였다.

이날 경기 먼저 기회를 잡은 쪽은 NC였다. 강윤구의 어깨가 체 풀리기도 전에 김종호의 볼넷과 모창민의 중전안타로 무사 1-3루 기회를 잡은 것.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정작 3번 나성범의 삼진과 4번 이호준 타석에서 나온 모창민의 주루사에 이호준의 볼넷 이후 권희동이 유격수 앞 땅볼로 물러나면서 한 점도 얻질 못했다.

결국 경기 중반까지 펀치를 날렸으나 잽에 그친 양팀의 승부는 정작 엉뚱한 상황에서 선취점이 나왔다. 그리고 그건 야구계의 격언처럼 '한 방'이었다. 바로 8회 말 1사후에서 모창민이 이보근의 6구를 통타 우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때렸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홈런이었다.

부랴부랴 넥센은 잘 던지던 이보근을 내리고 좌완 스페셜 리스트 박성훈을 올렸다. 그러나 3번 나성범은 이러한 넥센 벤치의 복심을 비웃기라도 하듯 우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작렬, 스코어를 한 점 차 더 벌렸다.

결국 8회 말 나왔던 모창민-나성범의 랑데부 홈런으로 NC는 승기를 잡았고, 9회 마무리로 올라온 이민호가 삼진 두 개를 섞어 깔끔하게 넥센 타선을 삼자범퇴로 돌려세우면서 2-0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NC 입장에서는 7윌의 첫 경기를 상큼하게 시작하는 순간이었던 셈이다. 반면 넥센은 모처럼 강윤구가 호투했음에도 NC와 달리 중심타선의 무게감에서 밀리면서 패배를 맛봐야 했다. 이날 승리로 넥센은 다시 2위 LG에 반 경기 차 밀린 3위로 내려앉음과 동시에 4위 롯데와는 한 경기 차인 살얼음판과 같은 3위를 기록하게 됐다.

 경기가 끝난 직후 창원마산구장의 외형 전경

경기가 끝난 직후 창원마산구장의 외형 전경 ⓒ 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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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 넥센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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