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일일드라마 <못난이 주의보>

SBS 일일드라마 <못난이 주의보>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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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모든 일이 그러하겠지만 특히나 연예계는 한 치 앞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유난히 심하다. 어제 1등을 했다고 해서 오늘도 1등을 하란 법이 없고, 영원할 것 같은 스타의 인기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수그러들기 마련이다. 무엇이 지는 순간은 무엇이 떠오르는 순간이고, 누가 승승장구하면 누구는 퇴보의 길을 걷게 된다. 한 마디로 아슬아슬한 롤러코스터의 궤도를 따라 운행되는 세계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그래서 흥미롭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연예계다.

가왕이라 해도 한계는 있을 거라 생각했던 조용필이 대세인 아이돌과 수많은 후배들을 제치고 자신의 앨범을 수 주 동안이나 정상의 자리에 올려놓고 아직까지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일이라든가, 유재석·강호동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예능계에 <진짜 사나이>나 <아빠 어디가> 같은 프로그램들이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은 연예계가 얼마나 예측불허하기가 힘든 곳인지를 말해주는 단편적인 예이기도 하다.

최근 드라마 쪽에서도 이처럼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오로라 공주>의 독주가 당연시 되었던 일일드라마 경쟁에, 상대작인 <못난이 주의보>가 예사롭지 않은 행보를 보이며 <오로라 공주>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예상을 뒤엎는 일이었다. 이번 시즌만큼은 MBC 일일드라마의 압승일 것이라고 모두가 입을 모았었는데, 갈수록 어안이 벙벙해지고 있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스타작가의 막장 드라마와 중견작가의 성장동화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 공주'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 공주' ⓒ MBC


지난 25일 방송된 <오로라 공주>의 시청률은 12.4%, <못난이 주의보>는 9.6%였다. 두 작품은 1~3% 차이를 내며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 지난 18일 방송에서는 <못난이 주의보>가 10.9%를 기록하며 <오로라 공주>를 꺾기도 했다. 선점을 잡는 것이 꽤 중요한데 아직 이들 중 어느 작품도 확실하게 치고 올라가질 못하고 있다. 비슷한 시청률이지만 두 작품이 듣는 소리는 사뭇 다르다. <오로라 공주>에게는 '굴욕'이고, <못난이 주의보>에게는 '선전'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로라 공주>는 <보고 또 보고>를 시작으로 <인어아가씨> <하늘이시여> <아현동 마님> <보석 비빔밥> <신기생뎐> 등 연이은 히트작을 집필한 스타작가 임성한의 컴백작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못난이 주의보>를 쓰고 있는 정지우 작가는 경력도 오래고 집필한 작품도 많지만 임성한에 비하며 히트작이 없는 편이다.

상대적으로 게임이 되지 않았고, 경쟁구도가 만들어지는 상황도 아니었다. 이런 가운데서 이와 같은 시청률 추이를 보이고 있으니 <오로라 공주>는 민망할 수밖에 없고, <못난이 주의보>는 신이 날 수 밖에 없다.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이 두 작품의 경쟁은 그 윤곽이 분명치가 않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 나간다면 상승세는 <못난이 주의보> 쪽으로 옮겨가게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이런 조심스런 예상은 막장인가 아닌가의 단순한 비교평가에서부터 출발한다. 사실 <오로라 공주>는 막장 요소로 그득하다. 출생의 비밀도 있고 억지스러운 설정도 있으며 비현실적이고 자극적인 장면들로 대부분을 채운다. 새삼 비난할 일은 아니다. 이것이 임성한 작가의 스타일이며, 시청자들은 매번 그 스타일을 욕을 하면서도 열성적으로 지켜보곤 했었으니까.

반면 <못난이 주의보>는 소위 막장 요소라는 것이 전무하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로 채워진 어른들의 성장 동화다. 막장 드라마에서는 도저히 얻지 못한 마음의 위로와 훈훈함을 이 드라마는 제공해 준다. 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못난이 주의보>에게 승기를 쥐게 해 줄 결정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막장 코드를 적당히 버무려 거친 욕을 얻어먹지 않을 정도로만 끌고 가려던 계획이, 막장을 지양하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새로운 시도에 덜컥 발목이 잡혀 버렸다. 이번에는 막장드라마의 승승장구가 그리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는 이 두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는 주인공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당연히 이들의 희비곡선은 엇갈리게 될 수밖에 없다. 작품의 선택이 누구에게는 후회의 순간을, 또 누구에게는 기회의 순간을 안겨주게 되는 것이다.

<못난이 주의보>의 강소라와 <오로라 공주>의 전소민을 비교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강소라의 인지도는 신인 전소민과는 견줄 수 없을 만큼의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여주인공 보다는 남주인공의 상황을 보는 것이 희비곡선을 논하기에 적당한 듯하다. 임주환과 오창석이야말로 서로 같은 나이, 비슷한 처지에 놓인 배우였으니 말이다.

 '못난이 주의보' 임주환 VS '오로라 공주' 오창석

'못난이 주의보' 임주환 VS '오로라 공주' 오창석 ⓒ MBC, SBS


32살 동갑내기인 임주환과 오창석은 이번에 처음으로 <못난이 주의보>와 <오로라 공주> 에서 각각 주연을 맡았다. 데뷔한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그다지 주목을 받지는 못했던 중고신인들이었다. 둘 다 어중간한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잘 생기긴 했지만 개성 넘치는 매력이 감도는 것도 아닌데다가, 발연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또 눈에 확 들어올 만큼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바도 없었던 공통점을 지녔다.

그런데 이 두 배우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에 조금씩 차이가 느껴진다. <못난이 주의보> 의 임주환에게는 연일 칭찬 일색이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연기를 잘 하는 줄 몰랐다', '실제 성격도 무척이나 따뜻할 듯하다', '강소라와의 호흡이 일품이다', '그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등의 찬사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오랫동안 들어온 중고신인 소리를 이제야 벗어 던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오로라 공주>의 오창석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그의 이름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 하지도 않으며 연기력은 물론이고 극중에서의 존재감도 전소민에 가려져 저만치 물러나 있다. 이대로라면, 이 작품이 끝날 무렵에도 여전히 중고신인으로 머무르게 되는 낭패를 경험할 수도 있다.

배우들 스스로의 자질에도 차이가 있을 것이고, 캐릭터의 차이에 따라 호감도가 갈리는 부분도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희비곡선은 작품의 선택으로 인한 것이 제일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도 웬만큼은 뜰 것이라 예상됐던 스타작가의 막장드라마와 별 볼일 없어 보였지만 내심 가능성은 느껴졌던 평범한 작가의 성장 동화. 이 중 어떤 작품에 캐스팅이 되느냐에 따라 누구는 웃고 누구는 울게 되는 갈림길에 놓이게 된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세상엔 영원한 1인자도, 영원한 스타도 없다. 최고는 그저 그 다음 번의 최고를 위해 존재할 뿐이다. 이는 무조건 대세의 흐름에 따라 움직일 필요가 없음을 일깨워주는 말이기도 하다. 때로는 기본을 다지고 멀리 보는 안목이 세상사를 살아가는 데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임주환과 오창석. 그들에게 서서히 나타나는 나비효과를 보면서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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