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무한상사 뮤지컬> 3편 한 장면

지난 8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무한상사 뮤지컬> 3편 한 장면 ⓒ MBC


지난 8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에서는 '무한상사-뮤지컬' 3편이 이어졌다. 무한상사에서 정리해고 당한 정준하 과장의 창업 이야기는 예상외로 순탄했다. 홈쇼핑에서 아내 로라의 먹방과 진솔한 마케팅으로 '무한상사-음치킨'을 가뿐히 누른 정준하의 '연탄불 후라이 후라이'는 이후 연 매출 700억 원에 이르렀다. 이후 경영 위기에 빠진 무한상사의 CEO로 금의환향하는 순간, 이 모든 것은 정준하 과장의 꿈으로 막을 내린다.

정준하 과장의 창업 스토리는 현실에서는 이루기 힘든 판타지에 가까워 보인다. 창업 초반 채무 독촉에 시달렸지만, 정준하 과장은 퇴직하고 자영업을 하는 모든 가장의 바람처럼 기발한 사업 아이템으로 장밋빛 인생을 맞이했다. 정준하가 개발한 계란 프라이는 골목상권 장악을 노리는 대기업의 프랜차이즈에 맞서 통쾌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대기업의 자본력에 중소자영업자가 몰락한다. 비록 정준하가 이룬 찬란한 성공이 꿈이라는 물거품으로 남았지만, 진짜 정리해고 당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다.

ⓒ MBC


<무한도전>이 뮤지컬 형식을 빌려 정리해고,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 등 사회적으로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소재를 3부작 콩트로 만든 이유는 분명하다. 어둡고 암울한 이야기이지만, 정리해고와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진입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회사원은 언제 있을지 모르는 감원에 숨죽여야 하고, 대기업 계열 대형마트의 골목 상권 진출은 동네 슈퍼, 빵집의 종적을 감추게 했다.

정리해고의 아픔을 리얼하게 담아낸 <무한도전-무한상사 뮤지컬> 방영 이후에도 정리해고와 대기업의 무분별한 골목 상권 진입이 줄어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무한도전>이 방영한 이후에도, 여전히 기업들은 경영 합리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수많은 가장을 감원할 것이고, 정부의 규제에도 자본 논리를 앞세워 골목 상권 진입을 가속화할 것이다.

하지만 지난 <무한도전-TV 특강>에서 역사를 필수로 배우지 않는 청소년에게 잠시나마 역사 인식을 일깨워준 것에 이어. 일장춘몽으로 끝났지만 정리해고가 단란했던 한 가족의 행복을 무참히 파괴할 수 있는 비극이라는 점을 일깨워준 것만으로도 <무한도전>은 현시대를 대표하는 방송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200% 발휘하였다.

비록 여타 특집에 비해서 그리 재미있지도 않았고, 허무한 반전으로 막을 내렸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무한도전-무한상사>는 단순히 재미와 시청률을 넘어 완벽한 극적 완성도와 메시지를 제시한 웰메이드 창작물이다. 정리해고의 위협에서 어떻게든 잘 버텨내야 하는 이 시대. 가장들을 힘차게 응원하는 <무한도전-무한상사>가 있어 토요일 오후 잠시나마 행복하고 따뜻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너돌양의 세상전망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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