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하면 안 돼" "늘 겸손해야지" 등등. 꼭 어느 위인이 한 말이 아니더라도 나의 부모, 나의 친구, 나의 누이, 내 지인들이 나에게 던진 작은 메시지 하나가 내 삶에 큰 교훈 혹은 삶의 지표가 되기도 합니다. 꼭 화려한 스타들의 삶이 아니더라도,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나만의 숨은 사람, 그들을 <오마이스타>와 함께 찾아가 보아요. [편집자말]
 이주은 판소리 명창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판소리 시범을 보여주고 있다. 이주은 판소리 명창은 2004년 제31회 춘향국악대전 판소리 명창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명창의 반열에 올랐으며 2011년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연아 선수의 프리스케이팅 곡인 '오마주 투 코리아'에 판소리 구음으로 참여해 화제를 불러 일으킨 바 있다.

이주은 판소리 명창은 2004년 제31회 춘향국악대전 판소리 명창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명창의 반열에 올랐으며 2011년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연아 선수의 프리스케이팅 곡인 '오마주 투 코리아'에 판소리 구음으로 참여해 화제를 불러 일으킨 바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조경이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김연아가 '오마주 투 코리아'로 컴백했을 때 김연아의 아름다운 공연에 모두 감탄을 금치 못 했었는데요. 그 하나의 공연도 여러 가지 요소들이 완벽하게 조합되어서 가능한 것이었죠. 그 음악에 국악인 이주은씨가 소리를 냈어요. 국악 쪽에서는 굉장히 실력 있는 분입니다." (유별남 사진작가)

유별남 사진작가는 7번째 숨은 사람으로 판소리 명창 이주은을 추천했다. 이주은은 초등학교 때 춘향국악대전 초등부에 출전해 특별상을, 1995년에는 일반부 대상을 받았다. 그리고 2004년 제31회 춘향국악대전 판소리명창대회에서 춘향가 중 이별대목을 애절하고 구성지게 불러 대통령상을 수상, 명창의 반열에 올랐다.

전남 목포에서 태어난 이주은은 어릴 때부터 소리를 접하며 컸다. 외할머니가 소리를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이주은에게도 그 영향이 갔던 것. 소리를 하고 싶었던 외할머니는 손녀가 재능이 있다고 판단, 어린 이 소녀에게 배움의 길을 얼어주었다. 그렇게 이주은은 7살 때부터 소리를 시작했다.

그렇게 소리를 시작한 뒤, 이주은은 어린 나이에 각종 꼬마명창대회나 경로잔치 등에서 홀로 독창을 하며 무대 위에서 자신의 재능을 빛내기 시작했다. 이런 이주은의 이야기는 이내 서울에 있던 신영희 명창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곧바로 신영희 명창은 목포까지 그를 찾아와 "너 나 따라서 서울 가자"고 제안했다. 이주은의 소리 인생에 가장 큰 전환점은 바로 그 때다.

"목포시립국악원에 7살 때 입문해서 가야금, 무용, 판소리 등을 다 배웠어요. 그때 제 목소리가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것 같이 크다고 선생님들이 그러시더라고요. 선생님들이 노래를 부르면, 다른 애들은 멍하니 듣고 있는데 저는 그걸 똑같이 따라하는 능력이 있었다고 하셨어요. 한번 딱 듣고 따라하니까 선생님들이 굉장히 예뻐해 주셨죠.

그러던 중 9살 때 처음 신영희 선생님을 만났는데, 선생님이 '서울 가서 소리를 배우자'고 하셨어요. 외할머니가 저를 안고 '너 정말 가서 소리 배울 수 있겠어'라고 물으셨는데, '나 가고 싶어요' 그랬어요. 부모님은 많이 반대하셨는데, 외할머니가 저를 데리고 신영희 선생님 집으로 올라왔습니다. 선생님 집에서 6개월 만에 '흥보가'를 다 뗐어요. 어른들도 1,2년 넘게 걸리는 것이거든요."

그 후 이주은은 2년 동안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신영희 명창의 집에 기거하면서 '흥보가'와 6시간 짜리 '춘향가'를 배웠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목포로 돌아가 서울과 목포를 오가며 수학했다. 딸이 너무 보고 싶은 나머지 어머니가 10kg이나 빠져는 바람에,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는 것이다. 그 뒤로도 이주은은 신영희 명창을 32년째 스승으로 모시고 있다.

"7살 때부터 소리를 시작했는데 올해 마흔 둘입니다. 예전에는 내가 잘나서 잘 가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재능도 타고나야 하지만 스승을 잘 만나고 그 스승과의 인연이 좋고 아름다울 때 더 재능이 꽃피는 것 같습니다."

국악고등학교, 서울대 국악과를 졸업한 이주은. 그는 그동안 동아국악콩쿠르, KBS 국악대경연, 남원춘향대회 등 각종 대회의 상을 휩쓸며 명성을 떨치고 있다. 32살의 나이에 명창의 반열에 오른 그는 지금은 국립국악원 민속단에서 14년 동안 판소리 보편화 및 세계화, 그리고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이주은 판소리 명창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이주은 판소리 명창은 2004년 제31회 춘향국악대전 판소리 명창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명창의 반열에 올랐으며 2011년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연아 선수의 프리스케이팅 곡인 '오마주 투 코리아'에 판소리 구음으로 참여해 화제를 불러 일으킨 바 있다.

이주은 판소리 명창 ⓒ 이정민


 이주은 판소리 명창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자신의 연습실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이주은 판소리 명창은 2004년 제31회 춘향국악대전 판소리 명창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명창의 반열에 올랐으며 2011년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연아 선수의 프리스케이팅 곡인 '오마주 투 코리아'에 판소리 구음으로 참여해 화제를 불러 일으킨 바 있다.

이주은 판소리 명창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자신의 연습실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 이정민


"케이팝에 왜 국악은 빼놓는 거죠? 해외에 우리 소리 알리고 싶어요"

그가 38년 동안 판소리 외길 인생을 걸어서 그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주은의 답은 간단했다. "정말 소리가 좋았다"는 것이다.

"처음 접한 소리가 '심청가'였습니다. 심청이가 아버지 눈을 뜨게 하려고 인당수에 빠지는 것이나, 장 승상에게 가서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가슴아팠어요. 판소리의 스토리가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주위에서 노래를 잘 한다고 칭찬을 해 주니까 거기에 신이 나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계속 했던 것 같아요. 주변에서 '너는 이 길로 꼭 가야 하는가보다'라고 해 주시니까 계속 올 수 있었던 거죠."

소리가 좋아서 그 길을 업으로 삼기로 했지만, 그에게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고3 때 집안의 가세가 기울어서 소리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를 맞았던 것. 하지만 그의 중심을 잡아준 것 또한 '소리'였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집이 어려워졌어요. 제가 그 분위기에 휩쓸려 버렸다면 아마 대학에 진학을 못 했을 거고, 그 이후의 삶도 불투명해졌겠죠. 그때 저에게 가장 큰 힘을 주었던 게 '춘향가'였습니다. 춘향이의 소신과 절개를 담고 있는 그 노래를 부르면서 저도 소신을 갖게 됐어요.

우리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내가 거기에 휩쓸려서 대학을 가지 않는 것보다 대학에 가서 나중에 더 잘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효도라고 생각하게 된 거죠. 그 이후에도 중간중간 어려움은 많았지만, 그런 것을 소리로, 한으로 풀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하면서 소리만 하며 불혹의 나이를 넘긴 것 같습니다."

이주은 명창은 요즘 한류를 이끌고 있는 케이팝 열풍에 판소리가 빠진 것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아이돌 문화가 많이 사랑을 받고 있는데 그 아이돌 문화, 케이팝 안에 우리의 전통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아요. 싸이도 국악원과 같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런 협업을 통해서 우리 전통문화를 더 대중화하고 세계에 알리고 싶습니다.

해외에도 자주 나가는 편인데, 짧게 10,20분 들려드리는 무대가 아니라 완창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우리 소리를 멋지게 포장해서 값어치 있게 대접 받을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 우리 판소리를 알리고 싶어요."

그런 점에서 김연아의 '오마주 투 코리아'에 참여한 것은 우리 소리를 세계로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한 셈이다. 이주은은 이화여대 '여울' 이라는 가야금 4주중팀과의 협업으로 '오마주 투 코리아'가 탄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예전에 제작했던 곡입니다. 프로듀서 이한철 선생님이 '여울' 앨범을 만드는데 도와달라고 하셔서 스튜디오에 가서 두 곡 정도 '구음'을 했었어요. 그런데 김연아 선수가 모스크바에 출전할 때 한국적인 음악을 넣으면 좋겠다 싶어서 기존에 나온 앨범을 다 들어봤는데, 제 목소리의 느낌이 좋아서 그 노래를 넣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이주은은 김연아의 '오마주 투 코리아'의 무대가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2011 세계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는 2위에 올랐다. 당시 김연아는 우승을 하지는 못했지만, '오마주 투 코리아'에 한국의 전통음악 5곡이 어우러져 우리의 전통 음악을 알리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연아의 무대는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그때는 1,2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통 음악이 세계적인 무대에서, 세계적인 김연아 선수의 움직임과 함께 하나가 돼 세계에 알려졌다는 게 가슴 벅찼습니다. 제가 소리를 하는 것에 대해 자부심도 컸고요. 너무 멋졌고 감동적이었어요."

다수의 대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이주은은 현재 국악원에서 'e국악아카데미'를 통해 국악을 가르치고 있고, 소리를 위해 달려가는 제자만 8명을 가르치고 있다. 좋은 소리꾼이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일까.

"신영희 선생님이 늘 저에게 하는 말이 '인간이 되라'고 하셨어요. '좋은 심성을 가져야 좋은 소리가 나온다'는 것이죠. 재주로 가는 것은 짧지만, 그 재주를 더 길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노래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인 것 같아요. 그 사람의 영혼이고 정신이 맑고 좋아야 소리도 그렇게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주은 판소리 명창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이주은 판소리 명창은 2004년 제31회 춘향국악대전 판소리 명창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명창의 반열에 올랐으며 2011년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연아 선수의 프리스케이팅 곡인 '오마주 투 코리아'에 판소리 구음으로 참여해 화제를 불러 일으킨 바 있다.

이주은 판소리 명창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이주은 판소리 명창은 2004년 제31회 춘향국악대전 판소리 명창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명창의 반열에 올랐으며 2011년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연아 선수의 프리스케이팅 곡인 '오마주 투 코리아'에 판소리 구음으로 참여해 화제를 불러 일으킨 바 있다. ⓒ 이정민



[숨은사람찾기⑧] 기타리스트 권정구

이주은은 다음 숨은사람으로 기타리스트 권정구를 추천했다. 서울대학교 기악과를 졸업한 권정구는 '베르디아니' 대표이기도 하다. '베르디아니'는 한국 전통악기의 고유한 소리와 기타 소리의 조화에 관심을 갖고 음악을 만들어 내고 있다.

"국악과 기타가 어떻게 어우러질 수 있는지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친구에요. '바람이 전하는 말'이라는 곡을 고등학교 때 만들 정도로 타고난 재능과 실력이 출중한 분입니다."



이주은 명창 이주은 춘향가 권정구 숨은사람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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