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이 이렇게 힘든 곳이었나. 생존이 이렇게 어려운 것이었나.

24일 방송된 SBS <정글의 법칙-in 히말라야>(이하 정글의 법칙) 편에서는 역대 최악의 상황이라 할 만한 어려움이 병만족을 찾아왔다. 그것은 추위와의 싸움도, 갈증과의 사투도 아니었다. 먹거리가 없다는 것은 어떤 문제와도 비교할 수 없는 최대 위기였다.

"정말 아무것도 안 주는 거예요? 난 어디 가서 뭐라도 먹고 올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아, 정말 힘드네요…"

굶주림에 지친 정준은 <정글의 법칙>이 이렇게 힘든 곳인지 몰랐다며 패닉에 빠졌고, 체력이라면 자신 있을 것 같았던 안정환 역시 "먹어야 힘을 쓰는데 먹질 못하니까 힘들다"고 털어놨다. 히말라야 편에 처음 합류한 오지은과 김혜성 역시 "배고프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정글 초보인 이들에게 굶주림은 쉽게 견딜 수 없는 문제였다.

이에 비하면 사실상 '먹방 특집'이라 이름 붙여도 손색없을 만큼 먹거리가 풍부했던 뉴질랜드 편은 천국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히말라야 편에서 병만족이 베이스캠프를 차린 곳은 생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할 만큼 열악했다.  

 24일 방송된 <정글의 법칙> 중 한 장면

24일 방송된 <정글의 법칙> 중 한 장면 ⓒ SBS


생존의 위기에서 깨달은 '정글의 법칙' 초심

1박 2일간 민물새우 매운탕 말고는 제대로 먹은 게 없는 병만족은 날이 밝자마자 먹거리를 구하기 위해 뛰어다녔지만, 손에 들어온 것은 조그만 민물새우 몇 마리와 고사리뿐이었다. 사냥이 가능하다는 꿩이 병만족 앞에 나타났지만 맨손으로 잡기에는 무리였고, 지난밤 가물치가 나타났던 강가에서도 사냥은 헛수고로 돌아갔다. 

"뉴질랜드와 달리 먹을 게 전혀 없었잖아요. 우리가 원칙을 벗어난 것은 아닌지 생각했어요."

오죽하면 생존의 달인이라 불리는 김병만조차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먹거리조차 주어지지 않는 환경에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남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진정한 생존 아니었을까? 이것이 바로 <정글의 법칙>의 초심일지도 모른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주위의 모든 환경을 활용해서 살아남아야 하잖아요. 그것도 또한 생존의 법칙이라고 생각합니다"

 <정글의 법칙> 속 한 장면

<정글의 법칙> 속 한 장면 ⓒ SBS


배고픔은 병만족을 패닉으로 몰아넣었지만 오히려 생존이 무엇인지, 왜 이들이 정글을 찾아왔는지를 일깨워줬다. 어떻게든 주변의 모든 것을 이용하여 살아남는 것이야말로 <정글의 법칙>이 시청자에게 전하는 즐거움이자 재미이기 때문이다. (물론 연기자들의 안전을 보장받는 선에서 말이다.)

오지은은 배가 고픈 나머지 식용이 가능한지도 확인되지 않은 나무 열매를 입에 넣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을 만들어냈고, 이를 지켜보던 김병만은 "경험 많은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을 지켜주지 못해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전했다.

히말라야 편에 처음 참가한 안정환, 정준, 오지은, 김혜성뿐만 아니라 그동안 생존의 노하우를 쌓아온 김병만, 노우진, 박정철에게도 굶주림은 분명 참기 힘든 문제이자 최대 위험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우리가 평소 얼마나 축복받은 환경에서 사는지, 그리고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감사해야 할 일인지 깨우쳐줬다.

모험과 도전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고, 일상에 고마움을 느끼는 일. 병만족이 최악의 상황으로 꼽은 이날 <정글의 법칙>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프로그램의 초심을 가장 잘 보여준 방송이 아니었을까 싶다.

부디 다음 주에는 병만족이 사냥에 성공해서 굶주림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어쨌든 매일 굶고 살 수는 없는 일이고, <정글의 법칙>이 '고생의 법칙'은 아니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개인 블로그(saintpcw.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병만 정글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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